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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_김승희
현실에서 길러낸 따스한 시선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12인
02_40~50대 중진 건축가 편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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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건축은 ‘삶을 생성하는 장치’다. 현실에 뿌리 내리고, 펼쳐져야 한다. 공사 일정을 맞춰야 하고 건축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며, 시공을 끌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곧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에서도 빼어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건축가의 몫이다. 그래서 그가 각별히 좋아하는 시인들이 있다. “김수영이나 두보의 시는 현실에서 길어 올린 것이지요. 건축가로 살아가는 치열한 현실, 제 작업을 긍정하는데 힘이 돼요. 건축은 예술이기 이전에 현실이라는 한계에서도 끊임없이 좋은 걸 지향해야 하죠.”
그는 건축을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위대한’ 영역에서 ‘장치’라는 ‘낮은 곳’으로 끌어내린다. 그렇게 한다고 ‘아키텍처’라는 전문영역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건축이 생명을 얻을 것 같아요. 간혹 학생들은 예쁜 꽂을 꺾어다가 꽃꽂이하듯 건축을 해요. 물론 예쁘죠. 하지만 볼품없더라도 이 땅의 척박한 환경에 바탕을 두고 건축을 해야 해요.” 그가 건축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비유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에게 건축은 하나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과 공기의 무게에 저항하면서 고유한 궤적을 그리며 기어이 과녁에 꽂히는 ‘화살’처럼, 현실적 어려움을 모두 뚫고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곧 건축가의 역할이다.
“굴뚝과 매연, 엄청난 석축, 간선도로의 끔직한 스피드, 단조로운 공간, 범람하는 이미지, 엉뚱한 법규들이 경영위치의 건축을 낳고 길렀죠. 그 도시의 조건을 긍정하고 그 안에서 만들 수 있는 희망을 찾는 작업이 제가 생각하는 건축입니다.”
출처
옮김|seorabeol_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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