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작용, 피부는 절대 잊지 않는다 [의사들의 화장품 이야기] <1> 두피와 목 뒤가 벌겋고 오돌도톨해진 한 환자가 피부과를 찾았다. 머리 염색을 하고 난 뒤 생긴 일이었다. 환자는 “처음 염색약을 쓴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것이냐”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문진을 해보니 이 환자는 “처음 염색을 했을 때도 지금 만큼은 아니지만 두피가 좀 가렵고 따끔따끔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염색약의 주 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A)에 대한 알레르기 환자였던 것이다. 이 성분은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을 호소하는 성분이다. 처음엔 심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한번 이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우리 피부는 두 번째 염색을 했을 때 급속하고 심각한 반응을 일으킨다. 최근 ‘화장품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들의 모임’이 조사한 결과 화장품의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은 65%나 되었다. 화장품 부작용은 피부에 안 맞는 화장품을 써서 일어난 알레르기 반응일 수도 있고, 일종의 여드름일 수도 있다. 화장품 부작용은 사람들이 화장품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해 피부과를 찾지 않는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부는 자신이 알레르기를 보였던 그 성분을 절대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한다. 2번째 알레르기 반응부터는 첫번째보다 몇 배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알레르기는 면역반응의 하나다. 백혈구라는 면역 세포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대항해 싸우고, 임파선을 타고 림프절에 모여 “다음에 또 이 물질이 들어오면 더 잘 싸우자”라는 정보를 서로 교환한다. 그래서 알레르기 성분이 다시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미 준비된 많은 군대를 재빨리 내보내, 알레르기 반응이 더욱 심각하고 즉각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특히 직접 만들어 쓰는 천연 화장품, 출처불명의 생약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화장품, 각종 기능성 화장품 등을 더욱 조심해야 할 이유가 이것이다. 어떤 화장품이든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조금 발라보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또 피부는 자외선에 의한 손상도 기억한다. 자외선에 의해서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껍질이 벗겨지면서 검게 타는 화상은 피부 세포의 DNA 변형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암세포가 된다. 화장품에 부작용이 일어날 때는 사용을 멈추고 피부과를 찾아 자신이 어떤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