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놀라우신 자비
Scandaleuse miséricorde
어느 흡혈귀의 고백
Confession d'un vampire
엠마뉘엘 마이야르 수녀
이탈리아 사르데나 출신인 엔리코 포르쿠 Enrico Porcu 신부와 안토넬로 카데두 Antonel lo Cadeddu 신부는 2000년에 브라질에서 선교를 시작했다. 두 신부는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었다. 그러나 선교를 위해 그들은 빈민가 한가운데에 허름한 컨테이너를 마련했다. 쾌적한 의식주는 꿈도 꾸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마음으로 선교현장에 나섰다.
바로 그날 밤, 엔리코 신부는 상파울루 중앙 광장에서 데리고 온 극빈자 일곱 명과 함께 그 콧구멍만 한 작은 방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계심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 거리의 사람들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이 많은 탓에 완전히 안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딱딱한 잠자리와 먼지, 상파울루의 찌는 듯한 열기 속에서 잠들기는 쉽지 않았다. 반면에 벌레들은 이 새로운 먹잇감들을 반기며 게걸스럽게 먹어대면서, 이들과 방을 나누어 쓰는 것도 너무나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갑자기 엔리코 신부는 보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아드레날린이 나오며 혈압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한 젊은 마약 중독자가 날카로운 흉기를 손에 든 채 엔리코 신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 청년은 이젠 거리에서 자고 싶지 않다며 숙소를 제공해달라고 두 신부에게 청했었다. 그 열아홉 살의 베드로 Pedro는 누더기를 걸치고서 거리에서 며칠 밤을 보냈었다. 두 신부의 눈에 그는 매우 슬퍼 보였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8, 5) 하신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엔리코 신부는 그 날카로운 도구가 베드로에게 아무런 사용가치가 없기를 온 힘을 다해 기도드리기 시작했다! 엔리코 신부가 옳았다! 베드로는 한참을 못 박힌 듯이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몇 분간이 엔리코 신부에겐 여러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러더니 베드로는 잠자리로 되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베드로는 심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듯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피에 굶주려 분노로 가득한 얼굴로 엔리코 신부와 마주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비밀을 털어놓았는데, 신부님들의 정맥을 잘라내서 피를 마시고 싶은 심한 욕구와 충동에 밤새 사로잡혔었다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어떤 힘이 그런 그를 막았다고 했다. 대체 어떤 힘이? 물론 베드로는 그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반면에, 엔리코 신부는 신앙으로 드린 기도의 힘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베드로는 자신이 두 신부들에게서 판단받지도 거절당하지도 않음을 알고서, 조금씩 두 신부를 신뢰하게 되었고 평정도 되찾아 갔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끔찍한 비밀도 털어놓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비밀은, 태어날 때부터 그가 사탄에게 바쳐졌다는 사실이다. 사탄은 베드로가 다른 사람들의 피는 물론 자기 자신의 피도 탐하도록 강요하면서 베드로를 속박시켰다. 베드로는 늘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살았으며 그것에 저항하기는 불가능했다. 허울뿐인 평화를 찾는 것이 그에겐 유일한 방법이었다. 항상 우리의 욕구 위에 우리를 내버려두는 사탄의 이 전형적인 거짓 평화!
두 신부는 자신들이 흡혈귀의 면전에 있다는 생각에 아연실색했다! 갑자기 모든 의문이 풀렸다. 베드로의 팔과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베드로가 피에 대한 갈증을 풀 희생물을 찾지 못했을 때는 자신의 혈관을 절단했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마약 소매상이기에 자주 미성년자 감옥에 구류되었는데 그때마다 유치장 “동료들"의 싸움을 부추기려 온갖 짓을 다 했다. 그의 편에서는 잘 계산된 것이었다. 싸움 중에 흘러내리는 피를 마실 수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피도 핥았다. 베드로는 이렇게 자신의 짧은 삶에서 일어난 그 모든 극적 사건과 결국엔 가족에게 버림받은 괴로움까지 모두 두 신부에게 들려주었다.
그때부터 두 신부가 베드로를 위해 기도해 주었더니, 베드로는 자신이 마귀 들렸다는 사실을 완전히 드러냈다.
사탄은 베드로 안에서 맹위를 떨쳤다.
그래서 베드로가 사탄에게서 해방되도록 모두가 하느님께 간청하기 시작했다.
기도는 몇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베드로는 해방되었다!
며 칠 후에 베드로는 더욱 난폭한 짓을 저질렀다. 그가 갑자기 격노하더니 얼굴이 달라졌다. 질레트 면도날을 잡더니 엔리코 신부와 다른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메주고리예 성모님의 모습이 베드로와 엔리코 신부 사이에 나타나셨다.
베드로는 갑자기 멈추더니 성모님 성화를 향해 덤벼들었다. 마구 울부짖으며 성모님 성화를 완전히 찢어버렸다. 사탄에 사로잡힌 것이 분명한 표시였다. 사탄은 베드로 안에서 맹위를 떨쳤다. 그래서 베드로가 사탄에게서 해방되도록 모두가 하느님께 간청하기 시작했다. 기도는 몇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베드로는 해방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면서 베드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고 침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는 결혼도 했고, 지금은 주님의 넘치는 은혜를 받은 증인으로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께 감사드리자. 베드로를 구하시려고 두 분께서 얼마나 크나큰 기적을 행하셨겠는가! 그리고 베드로를 위해서 어떤 새로운 기적들을 마련해 두셨을까?
그런데 우리는 베드로와 같은 여정은 아니어도 우리 삶 속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애로운 현존을 받아들일 줄 아는가? 똑같은 힘으로 예외 없이 당신의 모든 자녀를 포옹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자비를 알아볼 줄 아는가?
복음을 전하는 용기
엔리코 포르쿠 신부와 안토넬로 카데두 신부는 길 잃고 절망한 어떤 영혼을 궁지에서 구해주려는 생각으로 상파울루의 중앙 광장에 갔다. 그들은 여러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주었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주었다.
아직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구원의 복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사는 중심지의 마을 속에서만큼, 이 세상 상류층들의 화려한 살롱에도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숨어 있다. 누가 그들을 찾아갈 것인가?
우리의 창조주가 우리 각자를 위한 삶의 계획을 지니고 계신다면, 사탄 역시 우리 삶을 산산조각 내어 망가뜨릴 계획을 지니고 있다. 오상의 성 비오 신부님은 우리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자비는 사탄의 지배를 받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따귀 맞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길 잃은 양을 발견하는 것은,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성과인가!
벤치에 앉아 있던 그 남자 ..…
배의 뒤쪽에 계신 예수님과 함께 우리는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예가 있다.
그 두 여인은 복음을 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아주 컸다.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에 관한 실제적인 방식을 알려주는 강의를 듣기로 결정했다.
예정 강의의 절반 정도가 진행되었을 때, 수강생들은 둘씩 짝지어 나가서 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에 관해 전하게 되었다. 두 여인은 처음에는 복음 전파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솟았지만, 막상 시작하려는 순간에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떨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두 여인은 무작정 길을 나섰는데, 인적이 드문 외진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 속에서 그냥 지나가려고 결심했다.
하지만 놀라운 사건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녀들은 대담하게 그 처음 보는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곤 한 명은 그 사람의 오른쪽에, 다른 한 명은 왼쪽에 앉았다. 한 명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과감한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저는 당신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맞나요?" 그 남자는 신문을 접으면서 그녀들을 재빨리 유심히 살폈다. 그러더니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여인은 자신들이 말하려는 것을 그가 열린 마음으로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는 너무 기뻐서 두려움도 잊었다. 그래서 적극적이고 열렬한 대화에 나섰다. 잠시 후 그들이 숨을 돌리는 순간 침묵이 흘렀다. “이제 내가 말해도 될까요?" 하며 그 남자가 묻더니 이렇게 말했다.
“바로 어제 나의 어머니는 이런 참으로 이상한 꿈을 꾸셨어요. '지난밤에 내가 너에 관한 꿈을 꾸었단다. 네가 불구덩이 한가운데 서 있더구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구나.' '불구덩이?' 나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어요! 나는 전문적인 책략가였고 전적으로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지금껏 살아왔지요. 내 흥미의 중심은 내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을 내 측근들을 발판으로 해서 획득하는 데 있었지요. 어머니가 꿈 이야기를 하셨을 때, 어머니가 지옥에 관한 환시를 보셨다고 나는 즉시 깨달았습니다. 내가 지옥에 있었다니 말입니다! 불 속 한복판에 서 있다니! 내 여동생은 내가 신앙을 되찾아 성당에 다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애썼어요. 하지만 나는 하느님을 무시하며 살아왔습니다. 엊저녁에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꿈이 마음에 걸렸기에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께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그는 잠시 멈추더니 이렇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당신들은 내가 여기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지요? 사실 난 내 삶을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얼마나 변화되고 싶은지 하느님께 말씀드리며 기도드리고 있었어요. 그 때문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시라고 간청했답니다. 나 혼자서 거기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때 두 분이 오셨던 겁니다."(뉴욕 브롱크스의 프란치스코회 콘라드 Conrad 수사의 증언: Benedict Groeschel, 브롱크스의 프란 치스코 회원들의 서사시, EdB, 2007.)
바로 이러한 것이 복음 전파이다. 어느 하루는, 우리는 머뭇거리지 않고 떠나가고, 다른 날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들어야 할 그 마음을 준비하셨다는 것을 보고서 경탄하며 감사드린다. 두 경우에서 우리는 크나큰 승리를 거두며 산상설교의 여덟 번째 지복의 은혜를 입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마태 5, 11-12)
반면, 마음이 열린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또 다른 기쁨의 은혜를 누릴 것이다. 즉, 잃었던 양을 다시 데려오기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는 기쁨, 의인 아흔아홉보다는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많은 기쁨이 있기에 우리는 이 하늘 나라의 기쁨에 참여하며 우리의 마음은 천사들과 함께 춤춘다!!
박 아가다 수녀 옮김
(마리아지 2022년 5• 6월호 통권 233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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