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드라마
꿈꾸는 사람들
권도운
등장인물
강사(42) 학생 A, B (남), C, D, E (여)
E의 남편 (꿈속의) (25∼35)
영자 (꿈속의 가정부) (19)
(N) 때는 1985년 5월 19일 00 문화센터 라디오 드라마 작가 중급반 제1기 강의실
(E) 시계 소리
문 열고 다가오는 발소리
강사
일찍들 왔군. (사이) 내가 좀 늦었나?
A
아닙니다. 아직 10분 전입니다. 오후 일곱 시.
강사
그렇군.
B
하지만 빠른 것도 시간을 잘 지킨다고 할 순 없죠.
강사
그렇다면 우리 모두 코리언 타임이군.
A
그렇습니다.
강사
지난 금요일 MT 때 시간 지키지 못했던 건 거듭 사과하겠어요.
B
그건 원고 때문에 부득이 늦으셨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A
사과의 뜻으로 불고기 파티까지 열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사
그런데 지난주에 낸 숙제는 해 왔나요?
(E) 잊었습니다, 깜박했습니다, 등등…….
A
(낮게) 무슨 숙제였지?
B
지난주에 안 나왔으니 모르겠구먼, '여행의 소리'였지. 아마.
A
여행의 소리?
B
응. 라디오용으로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방송될 10분짜리 에세이.
강사
해 온 사람 한 사람도 없나요?
B
그런가 봅니다. MT 때문에…….
(E) 7시 정각을 알리는 벽시계 소리.
강사
음, 좋아요. 그럼 다음 주엔 꼭 해오도록 하고, 오늘의 강의를 시작하겠어요.
(E) 코 고는 소리
C
(낮게) 얘 좀 봐.
D
깨우지 마. 간밤에 한잠도 못 잤대.
C
왜?
D
숙제 때문이라나.
C
숙제를 해 왔으면 내놓을 일이지, 여기가 자기네 안방인 줄 아나 봐.
D
지금, 숙제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C
꿈속에서?
E - 잠꼬대 (ad lib)……
D
맛있게 자는군.
(M) 환상적인 음악 S·I……S·O
(E) 불고기 굽는 소리. 웅성대는 소리
A
선생님, 불고기 잘 먹겠습니다.
강사
많이들 들어요.
C
(ON-마이크 가까이) 잠자면서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D
지난 금요일 불고기 먹던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지?
C
기집애, 숙제는 해 왔는지 모르겠네?
D
가방 뒤져봐.
(E) 원고 찾는 소리, 코 고는 소리
C
이건가 봐.
D
어디?
(E) 원고지 넘기는 소리
D
제목이 뭐 이래?
C
환상여행이잖아.
D
기집애, 제목도 꿈같은 얘기네.
C
어쩌면 꿈속에서 자기가 쓴 원고 내용을 음미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야.
강사
강의 시간에 뭣들 하는 거야?
C
네, 선생님.
강사
뭐냐고 묻잖아!?
D
네. 선영이가 숙제를……
강사
아니, 자고 있잖아?
C
꿈을 꾸고 있나 봐요.
강사
뭐라고?
D
그것도 숙제로 써 온 원고의 내용처럼 환상여행을 하고 있나 봐요, 선생님.
강사
어디 좀 봐요.
(E) 원고지 펼치는 소리
강사
음, 환상여행이라……
C
선생님, 깨울까요?
강사
한창 곤하게 여행하는 모양인데, 깨우지 말아요. 그 대신 우리 함께 선영 학생이 써 온 원고나 감상하도록 하지.
C
그렇게 해요, 선생님. 우린 원고를, 선영이는 꿈속을, 그렇게 다 함께 환상여행을 떠나기로 해요.
(E) 웅성거리는 소리
(M) 환상적인 음악 S·I-B·G
강사
제목 : 십분 간의 환상여행…… 나는 드디어 M 방송사에서 공모한 구성작가 2차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 후 나는 무수한 작품을 발표하여 자타가 공인하는 작가가 되었다. (사이)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이) 여자 나이 30. 중매쟁이의 성화에 못 이겨 H 무역회사 중견 사원과 결혼했으나 그이는 나의 직업에 대해서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 그 이유는 이러하다.
(E) 기적소리 - 대사 아래로 B·G
강사
우린 신혼여행 때부터 사랑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M) 현실적인 효과음으로 B·G
남편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선영
아무것도 아니야.
남편
우린 지금 신혼여행을 가고 있는 거야.
선영
누가 아니래.
남편
입으로만 알면 뭐해. 몸 전체로 알아야지.
선영
말했잖아. 나의 2분의 1만 오빠 거라고.
남편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그 2분의 1마저 내게 줄 순 없겠어.
선영
난 그렇게는 못 해. 이해해 줘. 영남 씨도 알잖아. 원고독촉 받는 거.
(E) 파도 소리 ON으로 시작해서 통통배 소리로 갈아든다.
남편
(OF) 여보-
선영
(ON) 오빠-
남편
(OF) 여보.
선영
(ON) 잠시만 기다려.
남편
(ON) 밥 먹어.
선영
(헐떡이며) 벌써 다 됐어?
남편
벌써가 다 뭐야, 해물찌개가 다 식었다니까.
선영
미안해, 오빠.
남편
취재도 좋지만, 우리끼리 오붓한 시간도 좀 가져야 할 것 아냐.
선영
그러니 미안하다고 했잖아.
남편
이제 다 끝난 거야?
선영
어촌계장 인터뷰만 따면 돼.
남편
뭐야?
선영
한 시간이면 끝나.
남편
찬밥 되기 전에 밥이나 먹자고.
선영
와아, 오빠 요리 솜씨 일품이네. 요리는 언제 배웠어.
남편
(시큰둥) 작가 마누라 따라 주말여행 다니려면 요리 솜씨도 필요할 것 같아서 학원에서 배웠지 뭐야.
선영
고마워, 오빠.
남편
그놈의 오빠 소리는 애 몇 낳아야 안 할 건가?
선영
왜 듣기 싫어?
남편
아냐, 듣기 좋아. 항상 젊은 기분일 것 같아서.
선영
오빠도 내 이름 좀 불러봐.
남편
난 싫어.
선영
왜 싫어?
남편
낯간지러워서 그렇게는 못 하겠어.
선영
아이, 나도 항상 젊은 기분으로 살고 싶은데……
(M) 우롱 조의 빠른 음악
(E) 거리의 시끌시끌한 자동차 소음
승용차 와서 멎고, 초인종 소리, 대문 여는 소리
영자
이제 오세요?
남편
아줌마는?
영자
늦는데요.
남편
언제 전화 왔는데?
영자
10시쯤에요.
남편
알았다.
(E) 미닫이 여닫는 소리
남편-
이거야 원 내가 장가를 간 건지, 시집을 온 건지,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서재에 앉아서 맨날 뭐가 그렇게 바쁜지……
(M) 쓸쓸하고 회상적인 음악 S·I-B·G
남편
아줌마 뭐 하시니?
영자
원고 쓰셔요.
남편
잠도 안 잔다니?
영자
아줌만 잠 같은 건 모르는 분이란 거 아저씨도 잘 아시잖아요.
남편
알았다. 가서 자거라.
영자
웬걸요, 밤새도록 시중들어야 하는걸요.
남편
무슨 시중?
영자
야식 준비도 해야 하고, 방안에 흩어진 파지도 치워 드려야 해요.
(M) 현실적인 음악으로 C·F-B·G
남편
잠 안 자는 거야?
선영
오빠, 모모가 한강에서 투신을 하려고 해.
남편
모모가 누군데?
선영
작품 속의 주인공 말이야.
남편
죽이고 살리는 건 당신 손끝에 달렸으니 맘대로 하라고.
선영
오빠, 무슨 대답이 그래?
남편
사실이 그렇잖아.
선영
무슨 남자가 감정도 없어.
남편
당신은 감정이 너무 풍부해서 살인만 하는 거야? 아무리 작품이지만, 유부녀가 정부하고 놀아나고, 노신사가 여대생과 연애하는 그런 작품만 쓰는 게 그게 감정이 풍부해서 인가, 아니면 영악해서 인가?
선영
아이 재미없어.
남편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재미없는 남편도 갈아 치우지 그래.
선영
(시큰둥하게) 그래야 할까 봐.
(M) 두 사람의 갈등을 암시하는 음악 S·I
(E) 원고지 찢는 소리
선영-
(놀란) 오빠, 이게 무슨 짓이야?
남편
밥 굶기지 않을 테니 작가 생활 그만둬!
선영
싫어!
남편
양단간에 결정해!
선영
뭘?
남편
작가 생활을 계속하려면 남편을 포기하던가!
선영-
둘 다 포기 못 해!
남편
포기해!
선영
못 해!
(E) 와장창! 청자 깨지는 소리!
선영
어머나! 내가 아끼는 청자를……
남편
아끼는 것도 많군.
선영
그래, 내겐 모두 소중해. 그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건 없어!
남편
억지 쓰지 말아!
선영
오빠……
남편
그렇다면 내가 나가주지!
선영
오빠, 지난 십여 년간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오늘이야. 제발 날 좀 이해해 줘……
남편
이혼이야!
선영
뭐야?
남편
이혼도 모르나?
선영
(애절하게) 이혼은 싫어… (발악) 난 오빠 잃고 싶진 않단 말이야……
(M) 절망적이고 슬픈 음악 U·P 되었다가 칼로 자르듯이 멎으면
(E) 웃음소리\
E
(꿈에서 깨어나듯) 왜들… 웃는 거야……?
(E) 웃음소리 더욱 크게-
E
내가 꿈을 꾸었나 봐…
C
꿈이 아니라 우린 네가 쓴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던 거야.
E
꿈이었지만 너무 좋았던 것 같아. 꿈속에서처럼 이혼당한다 해도 제발 그렇게 되기라도 해 봤으면……
(E) 일동의 웃음
(M) 활기찬 음악 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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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급 3개월 엠티 후 중급반에서 실습한 자료.
(작품이 60점 이상이어야 연구반으로 넘어갈 수 있음)
<작가의 말>
이 작품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숙제로 출제하였던 작품이다. 현실과 꿈이라는 상반된 두 그림을 하나의 앵글에 담았다. 그리고 야망이라는 본능에 호소하였다. 명작에는 반듯이 잘 된 구성이 있다. 탄탄하고 움직일 수 없는 구성만 할 수 있다면 작가는 자신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그만큼 구성이 중요하며,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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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들
라디오 드라마 작가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 연구반 3개월
TV 드라마 작가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 연구반 3개월
「DNA 공백의 비밀」 <의식 개선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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