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61. 부딪치다와 부딪히다
동사 부딪다에 강세접사 `-치"와 피동접사 `-히"가 붙은 동사들로 쓰임이 다르다.
부딪치다는 부딪다에 강세접사 `-치"가 붙어 그 뜻을 더욱 강조하는 말이다.
좀 더 쉽게 말해서
행위 주체가 어떤 대상에게 가서 부딪는(능동적인) 상황에 쓰인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쳤다/한눈을 팔다가 전봇대에 부딪쳤다가 대표적 예다.
또 두 행위 주체가 단순히 서로와 부딪는 상황을 강조할 때도 부딪친다가 쓰인다.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빗길에 자전거가 자동차와 부딪쳤다가 그 예다.
눈길이나 시선 따위가 마주칠 때도 부딪치다를 쓴다.
김 과장은 사장과 눈길을 부딪치기를 꺼려했다/
젊은 남녀는 시선을 부딪치며 사랑을 나눴다 등으로 말이다.
뜻하지 않게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사람을 만나는 상황이거나
생각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립하는 상황일 때도 부딪치다를 쓴다.
그들은 헤어진 지 10년만에 종로에서 부딪쳤다/
피해자와 직접 부딪치지 말고 보호자를 만나라/
진학문제로 부모와 부딪치고는 집을 나왔다 등이 그 예다.
이와 반대로 부딪히다는 주체의 의지에 상관없이
외부로부터 `부딪는 상황"을 당할 때 쓴다.
뱃전에 파도가 부딪히다/지나가는 행인에게 부딪혀 넘어졌다 등이 그 예다.
또 예상하지 못한 일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부딪히다를 쓴다.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다/경제적 난관에 부딪힌 회사는 문을 닫았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도움을 요청해라 등이 예다.
▲비추다와 비치다
비추다는 크게 3가지 뜻으로 쓰인다.
우선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란 뜻이 있다.
손전등을 벽에 비추다/
난로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루를 비추고 있었다 등이 예다.
그러나 빛을 받는 대상은 그 빛 때문에 환하게 되거나 언뜻 보이게 되는데
이 때는 비치다를 쓴다.
어둠 속에 달빛이 비치다/번갯불에 얼굴이 비치었다 등이 그 예다.
`어떤 것과 관련지어 견주어 보다"란 뜻일 때는 비추다를 쓴다.
내 생각에 비추어 볼 때/상식에 비추어 생각하면 등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비추다는
`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다가 그 예다.
그러나 이 마지막 경우는 피동형일 경우 비치다를 써야 한다.
거울에 얼굴이 비치다/호수에 달이 비치다로 말이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