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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부시장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전주성의 남문인 풍남문을 끼고 형성되었다고 한다. 전주성이 축성된 때가 1768년이니, 조선 중기로 추측할 수 있다. 서울의 숭례문(남대문) 밖에 남대문시장이 형성되었듯, 전주에도 풍남문 밖에 남부시장의 모태인 ‘남밖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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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밖장은 2, 7장으로 열렸고, 주로 곡식과 생활용품이 거래되었다. 싸전다리 주변에는 싸전이 들어섰고, 매곡교 부근에는 우시장이 있어 수백 마리의 소가 거래되는 소전강변으로 유명했다. 매곡교와 서천교 사이에는 담뱃대 상인들의 좌전이, 완산교 일대에는 소금장수들의 장터가 전주천 다리를 따라 섰다. 그야말로 조선시대 최대의 장터라 할 수 있을 만큼 남밖장은 성시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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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형태로 운영되던 남밖장은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되었다. 점차 성곽 밖 장터들은 쇠퇴하기 시작하자 남문 밖 장터 기능을 통합해 상설시장화 하면서 호남 최대의 물류 집산지 기능을 하도록 한 것이다. 상설시장이 된 남부시장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연 출입인원이 186만 명에 달했다니 상업 중심지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남밖장의 추억은 계속된다
이 땅의 재래시장이 대형 쇼핑센터에 밀려 규모가 축소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주 남부시장은 여전히 재래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전주를 상징하는 풍남문 남쪽에 800여 점포, 1,200여 명의 시장 사람이 생업에 종사한다. 다루는 품목도 채소, 과일, 음식, 건어물, 가구, 주단, 잡화 등 다양하다. 여기에 2003년부터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비가림 시설과 점포 리모델링으로 쾌적하고 깨끗한 쇼핑 환경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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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의 첫인상은 좋다. 주차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다. 싸전다리와 매곡교 사이의 천변에 마련된 주차장은 넓고 요금도 저렴해서 주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전국의 어느 시장, 아니 쇼핑센터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싸전다리나 매곡교 방향에서 시장으로 들어서면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주천을 뒤로하고 과일, 생선, 야채 좌판이 늘어서 있다. 여기저기서 물건값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규격화되고 상가화 된 시장이 아닌 모습이기에 시끌벅적한 게 활기가 넘친다.
좌판 맞은편으로는 잘 정돈된 시장 상가다. 규모가 다소 클 뿐 여느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비릿한 생선 냄새 가득한 가게, 오색으로 곱게 치장한 한복 가게, 쉴 새 없이 쌀을 빻는 방앗간 등이 구역을 정해서 들어서 있다. 상가 사이로 난 좁은 골목을 누비는 재미가 제법 좋지만,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시장 골목이어서 자칫 길을 잃고 제자리를 맴도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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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순대국밥집이다. 콩나물국밥을 파는 식당도 있지만, 거의 다 피순대를 판다. 이곳의 피순대는 당면으로 속을 채운 일반 순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당면도 없고 야채도 거의 없다. 찐득한 돼지피로 속을 채운, 말 그대로 피순대만을 낸다. 낯선 음식이지만 전주의 음식문화가 담긴 지역 음식이다.
비록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탓에 여행의 운치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재래시장 본연의 모습과 토속적 향취 가득한 음식이 있어 남부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선조들의 삶,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배여 있는 남밖장의 추억이 온전히 남아 있어 우리의 가슴 속에 아련하게 다가온다.
<여행정보>
◎ 가는 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 전주 IC → 덕진공원 → 전주시청 → 남부시장
* 대중교통
센트럴터미널(강남고속터미널)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 소요시간 2시간 45분. (일반 12,200원 우등 17,900원)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 소요시간 2시간 50분 (일반 13,600원 우등 19,900원)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3회(08:10, 13:00, 18:00) 우등고속 운행. 소요시간 3시간. (19,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