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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 7-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 계획도시의 미래를 보다
인공적인 것도 자연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도시
호주의 정식국명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Commonwealth of Australia).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큰 나라이다. 국토의 크기는 미국 본토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를 합한 것과 같으며, 유럽 전체를 합한 것보다 무려 50% 정도 더 넓다.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77배 정도라 한다. 그러나 인구는 불과 2,150만 명 정도. 호주인구의 대부분은 시드니(400만 명), 멜번(340만 명), 브리즈번(160만 명), 케언즈(150만 명), 퍼스(138만 명), 애들레이드(105만 명)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행정수도인 캔버라에는 불과 31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관광도시인 골드 코스트(36만 명) 인구 보다도 적다. 캔버라가 100년이 넘은 호주의 행정수도인데도 여전히 정치,경제의 중심지는 시드니, 문화,교육의 중심지는 멜번이다.
캔버라는 호주의 행정수도 선정된 것은 1908년이며, 이 지역을 캔버라(Canberra)라고 이름붙인 것은 1913년이다. 이제 100년이 넘은 셈이다. 이는 지역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용어인 '캠버라(Kamberra)'에서 따온 이름으로 '모이는 장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매연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풍경, 자동차 경적소리, 빽빽한 고층빌딩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캔버라는 새로운 미래형 수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황무지 위에 세워진 인공도시, 그러나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정돈된 계획도시, 캔버라는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깔끔하다. 도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호수와 방사상으로 잘 정비된 도로들, 넓은 공원은 인공적인 것도 자연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남 연기군 지역에 건설된 세종시 행정수도의 미래모습은 어떨까? 캔버라는 계획도시의 모델로서 우리에게도 시사해주는 바 크다.
캔버라 시내 전경을 제대로 보려면 제일 먼저 '텔스트라 타워(Telstra Tower)'에 올라가보는 게 좋다. 텔스트라 타워는 시테 센터에서 약 5km 떨어진 블랙 마운틴 정상에 세워진 통신탑이다. 해발 812m 높이의 산 정상에 195m 높이로 솟아있는 이 탑의 전망대에 오르면 캔버라 시내는 물론 주변 사방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텔스트라 타워에서 내려다본 캔버라 시내는 한마디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시내 중심부에 '벌리 그리핀(Burley Griffin)호수'가 누워있고, 호주 주변을 따라 국회의사당, 국립미술관, 국립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주요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이 도시가 정말 인공도시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캔버라 행정수도는 1912년 미국 건축가 왈터 벌리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이 설계디자인하였다고 한다. 벌리 그리핀은 '호주 수도 국제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얻어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캔버라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수이름도 바로 그의 이름을 따서 '벌리 그리핀 호수'라 명명되었다.
캔버라가 호주 수도로 선정되었을 당시 이곳은 석회암 평원으로 나무도 없었고 주위 언덕은 지나친 방목으로 황폐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영국 태생의 원예가 촬스 웨스톤(Charles Weston)이 조경공사와 도시환경 건립을 감독, 1913년-1926년 사이에 약 2백만 그루의 나무와 관목을 심었다고 한다. 벌리 그리핀 플랜의 촛점은 몰롱글로 강(Molonglo River)을 따라 운치있는 호수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이 멋진 호수의 파노라마는 1964년 강을 댐으로 막음으로써 드디어 '벌리 그리핀 호수'가 형성되었다.
'마운트 에인즐리(Mt. Ainslie)'에 오르면 캔버라 시내 전경이 또 다른 각도로 내려다 보인다. 마운트 에인즐리는 해발 843m의 높이로 전쟁기념관과 국회의사당을 정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바로 눈 아래에 전쟁기념관과 함께 붉은 색의 '안작퍼레이드' 도로가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벌리 그리핀 호수 건너 '커먼웰스 플레이스', '구 국회의사당', ' 현재의 국회의사당' 등이 일열로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캐피탈 힐(Capital Hill)'이라고 하는 언덕 위에 세워진 현재의 국회의사당은 호주 민주주의의 본산으로서 81m높이의 국기게양대와 건축미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에게 국회의사당 건물 내부 중 일부가 공개되고 있으며, 건물 옥상에 해당하는 국기게양대 아래 퀸스 테라스까지 올라가 볼 수도 있다. 미국의 건축가 로말도 기우르골라(Romaldo Giurgola of Mitchell)에 의해 설계된 이 건물은 1988년 5월 9일에 개장되었으며, 당시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직접 참석하였다고 한다. 건물 내부 복도 전시실에는 호주 민주주의에 관한 각종 자료전시와 함께 개장 당시 대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는 영국여왕 및 참석자들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과 역대 호주 총리들의 초상화도 전시되고 있다.
그리고 현 국회의사당 아래쪽에는 '구 국회의사당' 건물이 하얀 색의 모습으로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27년부터 1988년까지 호주 의회의 심장역활을 하던 곳이다. 현재는 옛 국회의사당 모습을 재현, 전시하고 있으며, 구 국회의사당의 사무집기나 가구 등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로비 좌우로 옛 하원의사당과 상원의사당 모습을 둘러볼 수 있으며, 의사당 내에서 자유롭게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구 국회의사당 정면 광장으로 나오면 잔디밭에 창고모양의 조그만 임시 박스건물이 보인다. '애버리지널 엠버시(Aboriginal Embassy'라고 쓰여진 글씨가 보이고, 옆에는 '애버리지널 헤리티지 싸이트'라는 표지목도 세워져 있다. 그 뒤 공원 숲 속에는 여기 저기 천막들도 보인다. 이곳은 호주의 원주민이 애버리진 대표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호소하고 투쟁하는 장소이다.
현재 호주 전역에 남아있는 애버리진 인구는 약 45만명, 호주 전체인구의 2.4%를 차지하는 그들은 경제적으로 호주에서 가장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자기 땅을 내주고 이젠 관광상품 정도로 전락한 그들. 호주 주요도시를 다니다 보면 길거리에서 마치 미국 인디안들처럼 온몸에 색칠을 하거나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그들의 전통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를 불고 있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원래의 땅 주인 애버리진과 영국 등으로부터 이주해와 이땅의 새로운 주인이 된 현재의 호주인들. '애버리지널 천막대사관'은 호주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곳이다.
구 국회의사당에서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벌리 그리핀 호숫가에는 '커먼웰스 플레이스(Commonwealth Place)'가 있다. 건축물이라기 보다 마치 쟁반 형의 벽인 이곳은 현 국회의사당-구 국회의사당-벌리 그리핀 호수-안작퍼레이드-전쟁기념관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중심으로, 하나의 공간에서 캔버라 시내 중심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터널모양의 가운데 통로를 따라가면 구 국회의사당과 현재의 국회의사당이 파노라마처럼 일직선으로 펼쳐진다. 커다란 쟁반 모양의 잔디밭은 각종 전시, 콘서트, 이벤트, 기념식 등이 열리며, 좌측에는 국립 포트레이트 갤러리, 국립미술관, 고등법원 등이 있고 우측에는 국립도서관, 퀘스타콘 내셔널 사이언스 & 테크놀로지 센터 등이 있다.
'커먼웰스 플레이스' 중앙, 국회의사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잔디밭 가운데에는 조그만 시멘트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리콘실리에이션 플레이스(Reconsiliation Place)'라고 불리워지는 곳이다. 번역하면 '화합의 마당'이라고나 할까? 원래는 원주민들과 호주의 새로운 주인이 된 이주민들간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로 만들어진 듯 한데 현재는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일종의 단상 역활도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을 마주보고 누구나 자기주장을 맘껏 외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꽤 의미있는 장소라 할 만하다. '리콘실리에이션 플레이스' 바로 옆에는 돌로 된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고 조형물 중에는 원주민 애버리진의 그림도 새겨져 있다. 큰 입석에는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야 한다. 서로 돌봐줘야 한다. 그리고 이나라를 나눠가져야 한다", " 이나라 사람들, 그들의 피부가 붉은 색이든, 노란 색이든, 검은 색이든, 힌색이든 그들의 피는 똑 같다. 똑같은 감정과 피와 뼈를 가지고 있다"는 등의 비문도 새겨져 있다. 다민족국가인 호주의 현실을 의미심장하게 표현하고 있는 비문이다.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각국 대사관들이 자리한 '야라룸라(Yarralumla)' 지역이 위치해 있다. 캐피털 힐 서쪽 스테이트 서클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야라룸라 지역은 각국의 대사관과 공관들이 위치한 일종의 외교특구이다. 각국의 전통에 따른 다양한 건축양식들이 눈길을 끈다. 청기와를 얹은 한국대사관은 태국대사관과 나란히 위치해 있다.
자동차로 야라룸라 거리를 돌아본다. 남아연방 대사관저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하얀 벽에 붉은 지붕, 넓은 정원이 아담하고 아름답다.
야라룸라 지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은 영국 총독 관저이다. 로얄 캔버라 골프장 옆에 위치한 이곳은 총 53헥타르로 영국에서 파견된 총독(Governor-General)의 관저이다. 총독관저(Governor-General's Residence)는 총독관저 전망대에가면 가장 잘 보인다. 마치 골프장 페어웨이처럼 넓은 풀밭 뒤로 하얀 색의 관저 건물이 보인다. 호주는 영연방국가이지만 독립주권을 가진 국가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영국에서 파견된 총독이 근무하고 있다. 총독관저를 아직도 영어로 'Government House'라고 부르는 것도 아이러니컬 하다.
국회의사당 정면, 벌리 그리핀 호수 건너에는 전쟁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전쟁기념관 건물 앞, 마치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이 붉게 보이는 거리는 '안작퍼레이드(Anzac Parade)'라고 부른다. 전쟁기념관 정면에서 바라보면 안작퍼레이드와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지는 '골든 트라이앵글'의 중심축 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계획도시의 인공미가 특히 두드러지는 조망이다.
전쟁기념관은 호주군이 참여했던 세계의 모든 전쟁에 대한 기록이 모아져 있는 곳이다. 이곳을 단순히 전쟁무기를 전시해놓은 곳으로만 생각하고 방문일정에서 뺀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전투기 등 전쟁무기와 관련된 영화상영도 볼 만하고 건축물의 웅장함에 있어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물 중앙에 있는 '추모의 전당(Hall of Memorial)'의 중앙에서 올려다 보는 돔형 천장은 비잔틴 양식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벽면에는 10만 여 명의 전사자들 이름이 일일이 새겨져 있다.
전사자 명단에는 한국전 전사자명단이 제일 앞에 올라와 있다. 부대별로 열거되어 있는 전사자 숫자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꽤 많다.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붉은 '포피꽃'들이 눈시울을 더욱 뜨겁게 한다.
전쟁기념관 전면에 붉은 돌로 포장되어 있는 '안작 퍼레이드' 양쪽 옆에는 호주군인들이 참여했던 각 전쟁 추모비 및 참전용사들의 이름과 전쟁의 기록이 남아 있다. 가운데 쯤에 태극기와 함께 있는 한국전쟁 추모탑도 보인다. 이곳 안작 퍼레이드에서는 매년 4월 25일 안작 데이를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국회의사당에서 커먼웰스 애버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우측으로 커먼웰스 파크가 위치해 있고, 벌리 그리핀 호수가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내셔널 캐피탈 전시관(National Capital Exhibition)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전시관은 계획도시 캔버라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해 놓은 곳으로서,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의 생활부터 도시의 기초가 만들어지고 현재와 같이 발전하기까지 캔버라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캐피탈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 '레가타 포인트(Regatta Point)'는 벌린 그리핀 호수와 '캡틴 쿡 분수대'가 가장 잘 보이는 낮은 언덕으로 전망이 매우 좋다. 레스토랑이 있어 실내나 야외데크에서 식사나 음료를 즐기면서 호수를 내려다보는 맛도 일품이다.
캔버라를 계획도시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벌리 그리핀 호수' 때문일 것이다. 호수가 없었다면 이 도시의 경관이 지금처럼 아름답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기념하듯 호수의 이름은 도시를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벌리 그리핀 호수'라고 불리워지게 되었다.
벌리 그리핀 호수의 명물 중 하나는 '캡틴 쿡 분수'이다. 매일 오후 14:00-16:00에 무려 140m의 물기둥을 품어내는 장면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 '캡틴 쿡 기념분수(Captain Cook Memorial Water Jet)'는 영국 선장 캡틴 쿡의 호주상륙 200주년을 기념해서 세워진 것이다. 호숫가 도로를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도 아름답고 여유로워 보인다.
벌리 그리핀 호수는 둘레길이가 총 40.5km에 이른다. 이중 짧은 호숫가 산책은 내셔널 캐피탈 전시관에서 아스펜 아일랜드까지 왕복할 경우 약 5km, 2시간 15분 정도 걸리며, 다른 코스로 건너편 커먼웰스 플레이스에서 주변 국립미술관, 국립도서관, 구 국회의사당 및 국회의사당 등을 돌아볼 경우 5.5km,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벌리 그리핀 호수의 중심부인 이곳 두 코스를 함께 돌아볼려면 약 5시간 15분. 물론 여유있게 미술관이나 국회의사당 등 내부까지 제대로 볼려면 하루종일 잡아야 할 것이다.
벌리 그리핀 호수에는 조그만 섬인 Aspen Island가 떠 있으며 섬은 호숫가 산책로에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캡틴 쿡 분수와 함께 벌리 그리핀 호수의 또 하나의 명물은 섬에서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종소리이다. 섬 중앙에는 높은 종탑이 세워져 있고 그 종탑에서 여름철의 경우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그리고 특별한 기념일에 종으로 연주되는 음악(이 차임식 종을 Carillon이라 부름))이 12;30-13;20 에 울려나온다(연주일은 계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아스펜 섬 종탑은 높이 50m, 55개의 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캔버라 수도 50주년을 기념해서 영국 정부에서 기증한 것이다.
'레가타 포인트'와 '아스펜 아일랜드' 사이 산책로 중간에는 '블룬델스 카티지(Blundells Cottage)'라는 오래된 집이 보인다. 이 건물은 1860년대에 지어진 집으로 로버트 캠벨(Robert Campbell) 소유의 던투룬 단지(Duntroon Estate) 일꾼들을 위한 집이었다. 로버트 캠벨은 그의 배 시드니(Sydney)호가 공무를 수행하다 침몰되자 그 보상으로 4천에이커의 땅, 400마리 양과 4천파운드를 보상받았으며, 1825년에 던투룬 단지를 조성하였다. 블룬델스 카티지는 로버트 캠벨의 고용인이었던 블룬델 가족 등이 살던 집이다.
시간 여유가 있을 경우 '레가타 포인트' 옆의 '커먼웰스 파크'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넓은 공원에는 소나무숲을 비롯한 각종 나무들이 울창하며, 그리핀 호수와 연결된 호숫가에서 쉬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라 하면 고풍스럽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캔버라 국립박물관에 가면 이런 선입관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린다. 건물 자체의 디자인도 현대적이고 예술적일 뿐 아니라 내부시설이나 전시물들도 매우 다양해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현대식 미술관같은 느낌이다.
필자가 방문한 시기에도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의 발자취와 그림 및 조각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어 애버리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익한 기회였다. 또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애턴 페닌슐러'는 벌리 그리핀 호수 쪽으로 튀어나온 손가락 모양의 부지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호수풍경 역시 아름답다. 로비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어 시민들의 쉼터로서도 훌륭한 장소이며, 기념품점에서는 애버린진의 민속공예품 및 그림작품 등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다.
벌리 그리핀 호숫가 '커먼웰스 플레이스' 주변에는 내셔널 갤러리(국립미술관),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국립인물미술관), 국립도서관 등이 모여 있어 구 국회의사당과 함께 인근명소들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캔버라 시내의 중심부는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부르는 삼각형 형태의 지역이다. '캐피탈 힐'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좌측으로는 킹스 애비뉴로 뻗어 러셀 드라이브 길로 이어지고 우측은 시내 중심가인 '시티 힐'로 이어진다. 또 삼각형의 가운데 축은 국회의사당-안작퍼레이드-전쟁기념기념관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삼각형의 한 가운데는 벌린 그리핀호수가 누워있다. 삼각형의 어느 코너에서 봐도 국회의사당으로 통하는 일직선이 펼쳐진다.
캔버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도로는 노스번 애버뉴(Northbourn Ave.)와 커먼웰스 애버뉴(Commonwealth Ave.)이다. 노스번 애버뉴는 모든 종류의 차량이 이 도시에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대로이며, 캔버라의 모든 길은 이 노스번 애버뉴로 연결된다. 그리고 노스번 애버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커먼웰스 애버뉴는 시내 중심가인 '시티 힐'에서 국회의사당 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캔버라의 중앙로에 해당한다. 시내 중심가인 '시티 힐'에 올라 국회의사당 쪽을 바라보면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 커먼웰스 애버뉴가 정면으로 펼쳐져 있다.
캔버라 시내 골든 트라이앵글 우측 코너인 '시티 힐' 주변은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이다.
캔버라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캔버라센터'가 위치해 있으며, 상가 산책로인 '시티 워크(City Walk)'거리도 조성되어 있다.
처음 호주 이주민의 중심은 영국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호주 도시 곳곳에는 영국 지명이나 도로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 자주 눈에 띤다. 캔버라 중심가에도 상가 건물이 'The London'이라고 붙여진 건물이름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시티 힐'을 도는 원형도로 이름도 'London Circuit'이다. 시드니 중심부의 공원인 'Hyde Park'도 마찬가지이다. 하이드 파크는 영국 런던 시내에 있는 대공원 이름이다. 모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주민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이름들이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