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의이혼 전 상담소감
◎ 서 두
작년 연말부터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인천지부에서 협의이혼 전 부부에 대한 상담위원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막상 이혼신청을 한 부부에 대한 상담을 해보니 우리사회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심각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기독교인으로 이 상담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은퇴한 교육자로서 사회에 대한 마지막 봉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주 한 두 쌍의 이혼부부를 상담하면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실감한다.
2007년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47.4%로 OECD국가 중 미국과 스웨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안타깝게도 기독교인이 가장 많은 우리시 인천의 이혼율이 2007년 8천 8백여 건으로 전국 1위라고 한다. 재판이혼을 제외한 협의이혼도 작년에 2천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시 인천에서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인천지부’ 상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협의이혼 상담자의 20% 정도는 이혼 취소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금년 6월부터는 법적으로 ‘이혼숙려기간제도’가 시행되어 충동적인 이혼을 사전에 예방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혼숙려기간제도’는 협의이혼을 신청하는 부부에게 서로 생각할 시간을 1~3개월 주는 제도로, 성급하게 이혼에 이르는 길을 사전에 예방하고, 올바른 부부 관(夫婦 觀)을 정립하고자 만든 제도이다. “가정이 어긋나면 사회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정과 사회가 건강하게 바로 서려면 부부가 오해의 벽을 허물고 서로 믿고 배려하는 사랑의 가정이 되어야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듯이 행복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다.
지난 1년 간 상담을 하면서 느낀 이혼의 원인과 예방대책 그리고 상담사례를 제시해 보고자한다.
◎ 이혼을 하게 되는 원인
지난 1년 간 30여 쌍의 협의이혼 전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적어도 이혼을 결심한 부부들은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 간의 부부 간의 갈등이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드디어 폭발하여 이혼신청을 하게 되었음을 발견하였다. 협의이혼 상담을 받는 당사자들은 쌍방이 모두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들이다. 따지고 보면 쌍방 모두 불쌍한 상처받은 영혼들이다. 이 상처받은 영혼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배우자의 부정
배우자의 외도나 부정은 이혼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남편의 상습적인 외도 때문에 여성이 이혼을 제기했지만, 이제는 아내의 외도도 증가 추세이어서 부부 쌍방 간의 외도가 이혼의 문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대체로 남편이 외도하다가 아내에게 적발된 경우에는 이혼상담이나 중재를 통해서 같이 살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내가 외도한 경우에는 대체로 이혼으로 끝장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여성은 성적(性的)인 목적에서 외도하기보다는 정서적, 애정적인 욕구 충족 때문에 외도를 시작하고, 상대방과 정서적인 깊은 관계를 쉽게 청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2. 배우자의 가정폭력
배우자, 특히 남편의 가정폭력이 이혼의 사유와 원인이 된다. 여성이 남편의 구타를 인내하면서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나라 가정의 미덕으로 여겨왔으나, 이제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가정폭력방지법’ 등으로 가정폭력을 규제하고, 여성들도 의식화가 되어서 가정폭력을 참고 견디기 보다는 해소하려고 시도하고 불가능할 경우에는 가정폭력에서 탈출하거나 해방되려고 이혼을 시도한다.
3. 남편의 경제적인 무능력과 경제적인 갈등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 대체로 남편은 경제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존적인 가정과, 아내의 경제적인 활동과 능력이 남편보다 앞서는 경우에 남편이 열등감으로 받아드리고 부부 간에 갈등으로 이어져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시집식구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인 지원, 경제적으로 지나친 통제 등이 부부갈등으로 이어짐을 발견 하였다.
4. 고부간의 갈등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효의 사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효가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아내를 등한시하는 것으로 잘 인식이 되어서 결혼한 아들과 어머니가 심리적으로 미분화된 경우에 고부간의 갈등은 심화된다. 또한 남편이 아내에게 적절한 애정을 표현하고 부부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에 아내는 자신의 자식에게서 정서적인 만족을 추구하면서 아들과 정서적으로 밀착된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부부갈등으로 이어지고 이혼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5. 부부간의 애정표현과 애정결핍
결혼에서 남성과 여성의 강조점이 서로 상이하다. 즉 여성은 남편과의 관계성을 중요 시 하기에 남편에게서 관계를 중요시하는 언어적인 표현과 행동을 원한다. 즉 다른 말로하면 애정표현이다. 애정표현은 말과 행동으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데, 남성들은 봉급을 송두리 채 아내에게 주면 애정표현을 다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안정은 기본이고, 자신이 남편에게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표현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성은 외로움을 느끼고 부부 갈등으로 이어져서 이혼까지 이르기도 한다.
6. 성적(性的)인 불만족
부부사이에 성적인 불만족 때문에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성적인 불만족이라 함은 성관계의 횟수, 성적인 상호만족감, 성행위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애정문제 등 다양하다. 그러나 부부사이의 갈등이 있고, 불만족스러우면, 성적인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배우자 한 쪽이 성기능장애가 있을 경우에 성적인 불만족이 있어서 부부갈등으로 이어져,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7. 자녀 양육의 불일치에서 오는 문제점
요즘은 자녀를 한 둘을 낳고 자녀의 교육에 온 정성을 다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자녀를 잘 키우는 가에 관해서는 부부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서로가 자신의 양육방법을 주장하다가 서로 부부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부부가 자녀의 문제로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의견의 일치를 못 보는 경우에는 자녀들이 자신이 편리한대로 부모에게 편을 들어서 부모를 조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8. 남편이나 아내의 원(原) 가족에 미 분리와 원 가족에 대한 충성
결혼이란 원 가족과 부모로 부터 신체적 심리적 분리가 이루어져서 자신의 배우자와 새로운 애착과 애정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원 부모와 심리적인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배우자보다는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부부사이에 갈등이 있고 문제가 되어 급기야는 가정해체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9. 부부사이의 대화와 갈등해결 능력의 부족
부부는 항상 문제와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건강한 부부들은 갈등을 대화로서 잘 풀어내는 사람들이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멸시하는 태도, 비판적인 어투,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하면서 자신의 입장만 강요하는 태도 등은 부부사이에 갈등을 증폭시켜서 이혼으로 이르게 한다.
10. 남편의 지나친 가부장(家父長)적인 태도
남성의 우월감을 주장하고, 여자는 남자가 내린 결정에 무조건 따르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남편에 대한 반항으로 간주하고, 이혼 당하느니 차라리 몇 대 맞고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여자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가장과 같이 사는 여성은 이러한 결혼 생활을 탈출하려고 할 것이다.
11. 외국인 배우자와의 문화적 갈등으로 인한 이혼
최근 들어 동남아에서 시집온 외국인 아내나 외국인 남편과 결혼한 부부 중에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이혼을 상담해오는 부부들도 꽤 많다. 다문화 사회가 된 우리사회에서 열린 마음으로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며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도 많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해 이혼상담을 온 부부들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딱한 사정을 풀어주지 못할 때 가슴이 아프다.
이 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고, 이혼에 이르는 가정은 위에 제시한 문제 중 여러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부들이다.
◎ 협의이혼 전 상담사례
***첫 단추가 잘못 낀 부부***
■ 상담 개요
결혼식이나 혼인신고 없이 2년 정도 동거생활을 하다가 혼인신고한지 10일 만에 협의이혼 상담을 받으러온 부부이다. 아내가 남편보다 10살이나 많은 이혼경력이 있는 아내가 시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거하다가 남편이 일방적 혼인신고를 하고 아내는 일방적으로 이혼상담을 해온 부부이다. 첫 단추가 잘못 낀 부부이다. 상담과정에서 이혼을 권한 첫 사례이다.
■ 가족 배경
◎ 남 편 : 김 ○ ○, 25세, 대학 재학 중 ◎ 아 내 : 이 ○ ○, 35세, 고졸 ◎ 자 녀 : 없음 ◎ 혼인 기간 : 동거기간 2년, 혼인신고 후 10일
■ 상담 내용
☞아내는 6년 전, 전남편과 이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두 자녀를 두고 이혼한 아내는 전 남편과 이혼할 때 자녀에 대한 양육권과 친권, 면접 권을 모두 포기하고 홀로 사는 자유부인이다. 전남편과의 이혼사유에 대하여는 본인도 말하기를 기피하고 상담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하게 묻지를 않았다.
☞이러한 아내가 세상을 홀로 살려니 친정부모에게도 미안하고 전남편과 이혼하고 마음의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렇다고 친정부모에게 의지하기도 미안하고 해서, 직장을 구한 것이 호프집 종업원이다. 호프집은 뭇 남성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직업 특성상 밤에만 일하고 낮에는 자야하는 밤낮이 바뀐 직업이다. 그래도 보수는 홀로살기에는 풍족하여 전세를 얻어 살게 되었다. 단골손님도 생기고 주인한테 신임도 얻어 어느 정도 생활 안정을 취하고 있었는데, 단골손님 중 남자친구로서 혹은 연인으로서 사귀는 친구도 많이 있었다. 그중에 10년 연하의 단골손님이 끈질기게 구혼하는 총각이 있었다. 처음엔 완강히 거절했지만, 6년 동안 홀로 살다보니 외롭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어떻게 보니 선을 넘게 되었고, 동거하게 되었다.
☞남편은 25세, 10년 연하로 태권도 사범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마음고생이 많아 단골로 다니는 호프집 여종업원이 누님 같고 하소연도 잘 들어 주고 포근한 마음이라 술에 취하면 누님 집에서 자게 되고 어떻게 하다 보니 누님 같은 호프집 여종업원과 동거를 하게 되었다.
☞호프집 종업원의 특성상 많은 뭇 남성들과 사귀게 되고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 불안하고 해서 남편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여 다른 남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자했다. 그러면 동거녀도 마음을 잡을 것 같았다고 한다. 이에 동거녀도 사후동의를 했다.
☞아내는 혼인신고도하고 해서 시부모에게 인사도 할 겸 전화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갖은 폭언을 다하며 며느리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너도 한번 당해봐라” 하면서 전화를 끊어서 심히 자존심이 상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남편과 연령차도 심하고, 남편이 자기 집에서 동거하면서 생활비도 안내놓고, 시부모의 반대도 있고 해서 합의이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 상담자의 의견
☞이 부부는 한국적 정서에서 부인과 10년이란 연령차와 이혼경력이 있는 이혼녀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총각과 결혼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색하고 부모 입장에서 반대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부간에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가장으로서의 의지(意志)도 없고, 아내도 남편과 일편단심(一片丹心)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데, 직업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많은 남자친구를 사귀며 이중적 생활을 하는 부아내로서도 합당한 태도가 아닌 것 같아 ‘첫 단추가 잘못 낀 부부’라고 생각되어 피차 새 출발을 하라고 권유하였다. 부부가 사랑만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살 수 있지만, 서로가 필요해서 동거한 부부로 확실한 결혼관도, 인생관도 정립되지 않은 부부로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라고 권유했지만, 어쩐지 뒷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 이혼예방대책
2008년 6월 21일부터 개정된 민법 836조의 2에 의거 ‘이혼숙려기간제도’를 도입한 것은 ‘경솔한 이혼을 방지하고 이혼결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할 기회를 준다.’ 는 취지로 가정폭력 등 급박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을 한 때부터 일정한 숙려기간 후에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해주는 제도로 아직 통계적 검증은 안 나왔지만, 이혼예방대책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리라 예견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운영하는 협의이혼 전 상담제도 운영은 인천지방법원의 경우 2007년 협의이혼 취하 율이 20%를 상회하고 있어 이혼예방효과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검증되었다.
부부 간의 이혼은 ‘사랑결핍, 대화결핍, 이해결핍, 감정조절 능력부족’에서 온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신혼 초의 사랑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이혼은 안 할 것이다. 연애할 때의 대화만 회복한다면 이혼은 안 할 것이다. 부부 간에 서로 성격이 다른 것을 인정만 해준다면 이혼은 안 할 것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Different is not wrong)를 인정한다면 이혼은 안 할 것이다. 불같은 감정이 폭발하더라도 이를 잘 조절 할 수만 있다면 이혼은 예방할 것이다.
◎ 맺음말
부부 간에 상부상조(相扶相助), 취장보단(取長補短) 이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돌보는 것이다(Love is care). 인간은 삶의 목적과 과정이 모두 즐거울 때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때 생긴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행복은 관계에서 느끼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만하자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자. 물질만능주의(物質萬能主義), 황금만능주의(黃金萬能主義)에서 사랑만능주의로 바뀔 때 가정은 행복해진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다.’ 이 말만 명심해도 이혼은 안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부 간에 끊임없는 대화기술을 개발하여 가정이 무너지는 이혼만은 예방해야 할 것이다.
2008년 10월 9일
***인천지방법원 가사 상담위원 송 석안***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인천지부 상담위원 송 석안*** 상담전화 016-9380-1974 |
|
첫댓글 은사님! 은사님! 우리들의 은사님 ~~~~~~♡☆
사랑하는 우리 제자님들은 행복한 가정이루시고 즐겁게 잘사세요. 가화만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