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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스크랩 거북이의 백두대간 이어가기 [22구간] - 도솔봉이 어드메뇨
만사태평 추천 0 조회 97 07.10.30 10:27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일자 : 2007. 10. 27. 07:00 - 18:30
     산행구간 : 저수령 - 묘적봉 - 도솔봉 - 죽령

 

     가을은 깊었고 아직 겨울은 이르다.
     만추(晩秋) - 가슴 한 켠이 찡해오며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 온다.
     인생의 겨울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선 세대라 감정이 남다른가 보다.
     
     그러나 얼마남지 않은 가을을 보냄에 서운해할 겨를이 없다.
     이미 대간 마루금에는 겨울이 와버린 것을.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즐거이 맞고 싶다.
     당당하고 장엄한 대간의 겨울로.
     그래서 이제 시작하려는 대간의 겨울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출발한다.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중고등부 교사로, 기타 점심 준비위원(?), 주보 편집자로, 활약하는 천태때문에 일요 산행은 곤란해 이번 산행은 둘이서 해야한다. 

  
     설레임 보다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동의 심정처럼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까지는 대장님들의 안내와 경험많고 참 좋은 대원님들과 같이 걸은 덕분에 거저 한 대간길이었는데.


     오늘은 천태가 선두대장이요, 만태가 후미대장이다.
     둘이 다 임무가 막중하다. 

 

     새벽 두시에 집을 나섰으나 짙은 안개때문에 지체되어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은 7시에야 저수령에 도착한다.  
     투구봉에서나 보려던 일출이었는데 이미 날이 새고 말았다. 
     그 대신 보름이 만 하루 지난터라 커다란 달이 그러나 빛 바랜체 서쪽 하늘에 남아있다.
     시리도록 푸르러야 할 달이건만......

 

 

 [일출을 보려 했지만 이미 해는 뜨고 빛바랜 늦달만 희미하다] 

 

 

      큰 휴게소이지만 아무도 없다.

      우리차 한대만 덩그렇다.

      출발이 늦어 서두른다.

 

[저수령 주변 풍경 - 경상도와 충청도를 동시에 담아 본다]


     이른 아침이라 바람살이 맵다. 

     그러나 시작부터 대간은 몸을 일으켜 땀을 흘리게 한다.

     급하게 1000고지로 올리려니 경사가 가파를 수 밖에 없다.

     뒤를 돌아다 보니 저수령이 한참 아래다.

 

[촛대봉 - 이미 해가 중천에 올랐다. 갈 길은 멀고도 먼데....]


   
     촛대봉(1080m)에 올라 숨을 고른다. 
     시작할때는 꽤 쌀쌀했으나 촛대봉에 오르자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해 잠바는 배낭 속으로 챙겨 넣는다. 

     이제 워밍엎은 끝났다.
     몸 풀렸다.

 

     오늘 구간 죽령까지는 21km, 오십리가 넘는 길이다.
     거기다 1000m가 넘는 웅장한 산들이 연이어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들은 갈색으로, 오색 단풍으로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지난번 강풍에 다 떨어지고 겨울 채비를 서두른다.

 

[지난번에 우리와 함께했던 감투봉 주변 산군들이 아스라하다] 

 

 

     싸리밭을 지난다.

     내렸다 오른다. 
     투구봉이다. 
     왼쪽으로는 황정산을, 오른쪽으로는 가재봉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투구봉에 올라.....높은봉마다 구름이 피어 오른다]

 

 

     갑자기 안개가 밀려온다.
     순식간에 사위를 감싼다.
     푹 파묻힌다.


     그래서 우리는 구름을 즈려 밟고 가고 있다.
     누군가가 산 아래에서 우리를 보았으면 신선과 선녀라고 했을려나? ᄏᄏ

 

 

[안개가 사방에서 밀려오고..... 이미 나뭇잎은 다 떨어졌다]

 

     몇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출발한지 1시간 반이 지나니 배재에 도착한다.

     우리는 둘이서 그래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이드니....오늘 산행은 배째라고 하며 웃었다. 

 

 

[천태 벌써 힘들어 하면 안돼. 알았지]

 

     시루봉에 오르니 멀리 서북쪽으론 월악산군이 남쪽은 단술예자를 쓰는 물맛, 술맛 좋은 예천 땅이 들어온다.

     어느 곳을 보아도 산뿐이다.
     산이 겹쳐오니 산도 파도가 되어 일렁인다.
     부는 바람도 파도 소리를 싣고 온다.
     갑자기 백두대간 공식미인 소라가 생각난다.

    

     싸리재다.
     오늘 지나온 길들은 그간 많이도 들어본 촛대봉, 삿갓봉, 시루봉, 싸리재 등등 귀에 익어 정겨운 지명들이다.

  
      

[성황당에 깃발이 나부끼듯이 대간꾼들의 꿈을 담은 표시기들이 펄럭인다] 

 

     흙목아래에 이른다.

     표지기가 단체로 나부낀다.

     준비해간 표지기를 달며 선답자들의 땀과 고통을 느껴본다.  

 

     9시 43분 흙목정상에 올라선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바람이 세차다. 콧물닦이 손수건이 벌써 축축하다] 

 

 

     조금 더 가자 고압송전탑이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넘어간다. 
     볼썽사납다. 
     도시의 전선들은 땅에 묻는 지중화 공사를 한다는데 이곳도 안되겠니? 라고 생각해 본다. 
     
     뱀재에 닿았다. 
     헬기장이 닦여 있다. 

     그늘을 찾아 들어간다.

     점심 시간이다.      
     여럿이서 먹던 점심맛이 안난다.


 

[노루궁뎅이 버섯인데 말라버렸다. 아까버라] 

 

 

      묘적령에 이르니 생태 복원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다며 우회로를 이용하라고 하며 이정표에 모래재를 안내했기 그길로 가야되는 줄로 알고 갔다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천태가 확인 전화하기까지 알바했다.

 

 

[여기서 모래재로 가는 바람에 30분 이상 알바했다]

     
     

     알바를 하다 시간이 더 걸려서, 다리 아픈데 많이 걸어서 화가 난게 아니다.

     출입금지 구역을 설정하였으니 우회로를 이용하라하고 이정표는 위와 같이 되어 있으니 당연히 모래재로 가는건줄 알고 간, 그간 많이 경험했면서도 공단의 안내를 믿고 가다 바보가 된게 화가났다.

 

    

[우여곡절끝에 묘적봉을 찾아왔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적당했다] 

 

 

     묘적봉이다.
     정상은 몇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암봉이다.

     뒤로 돌아 몇 걸음 더 가니 비로소 전망이 확 트인다.     
     왼쪽으로는 황정산, 도락산이 알바한 방향으로는 옥녀봉과 장군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시원하다. 
     차가운 기운이 실려있는 바람이라 온몸을 상쾌하게 한다.
     그래서 알바를 하면서도 발걸음에 탄력이 붙나보다. 

 

     그러나 이쯤에서 부터는 몸의 무게가 부담이 된다.
     대간산행을 준비하다보면 줄기차게 배낭과 무게 싸움을 하게된다.
     그러면서도 몸무게는 쉽게 줄이지 못하니.....

 

     지나온 마루금을 돌아다 본다.
     오늘 걸어온 길 전체가 조망된다.
     많이도 걸었다.
   
     난 그 길을 단 한 발자국도 더함도 빠짐도 없이 이어왔다.
     그리고 여기서서 그 길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앞으로 가야할 길만 멀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길을 걸어 온 것을....

 

     이제 내려다 볼 줄도 알고, 현실에 만족할 줄도 아는 법을 배우자.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자.
     대간 산행이 주는 교훈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천태는 대간 산행이 신혼을 되찾아 주었다고 자랑한다.


 

[지나온 마루금 -  철탑이 눈살을 찌푸린다고 했었는데 저 멀리 철탑을 보고 방향을 가늠한다]   

 

     남한 제일의 십승지로 알려진 그래서 전라도 정읍 고부에서 봉기한 동학군이 이곳까지 와서 피신했다는 풍기도 저 발치 아래에 고즈녁하다.

 

[연풍, 무풍과 더불어 삼풍(三豊)으로 일컬어 지는 풍기 시내 전경] 

 

     드디어 도솔봉[1314m]에 오른다.

     앞에 가던 천태가 막 정상을 오르는데 정상에서 막 내려서려던 부부 등산객을 만나 서로 화들짝 놀란다.

     묘적령에서 도솔봉까지는 통제구간이다보니 서로 공단 직원으로 알고 놀랐단다.

 

     조령으로 내려서서 식사를 마치고 차량 회수차 저수령으로 가는데 택시 기사가 역종주하던 부부 못보았냐며 얘기를 하는데 아까 그분들이다.

 

     저수령에 도착하니 그들 부부도 이미 내려와 민박집 차량을 기다리는 중이란다.

     계산을 해보니 무지 빠른 고수다.

 

     도솔봉에서의 서로 놀란 얘기를 하며 그들은 수원에서 왔다는 것과 부인의 고향이 전북 익산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일 차갓재까지 잇는단다.

     안산 즐산을 기원하고 헤어진다.

  
         

[도솔봉은 정상이 두개다. 이곳은 20cm가 낮다]

 

 

     조금 더 가야 1314.2m의 제대로된 도솔봉 정상이다.

     주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 전망이 매우 좋다.
     앞으로 가야할 길과 지나온 구간이 훤하다.


     정상엔 누군가가 막돌로 그러나 솜씨있게 석탑을 쌓아 올렸다.
     천태와 나도 조그마한 조약돌 하나 얹는다.

     소백산의 정상은 비로봉인데 도솔봉은 그 아래인데도 이렇게 위용이 자못 대단하니 소백은 산맥이라는 이름을 얻었나 보다. 


 

[또 하나의 도솔봉 - 여기가 정상이다] 

 

 

      도솔봉에서 삼형제봉(1261m) 지나 죽령으로 내려서는 1286봉까지는 속리산과 대야산 그리고 희양산에 버금가는 험한 코스란다. 

     더구나 이제 다리힘마져 풀렸다.
     조심조심 걷는다.

 

     계단을 설치했는데도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겨울철에는 아주 위험할것 같다.

      

     여기서 부터 물은 한모금만 남겨둔 상태다.

     샘까지 이걸로 버텨야 된다.


     삼형제봉을 지나니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비탈길을 한참을 내려간다.

 

     주위가 어둑어둑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샘터에 도착한다.
     잘 정비했다.
     물맛이 꿀맛이다.

     배부르게 마신다.

     랜턴을 꺼내 쓰고 다시 출발한다.
     
     가파른 비탈 길이다.
     여기도 위험천만이다.
     
     오름보다 더 힘든 기나긴 내림길 끝에는 죽령(竹嶺)이 이미 땅거미 드리운체 지친 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죽령 주막이 우리를 유혹한다.

     다시 또 와서 먹고픈 맛있는 저녁상이다.

     메뉴는 시골토종된장찌게다.

     묵은 김치도 별미였다.

 

[TV에도 여러번 소개된 유명한 집이라는데, 명불허전이다. 강추] 

 
     이래서 또 한구간을 마감한다.

     즐겁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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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10.30 10:36

    첫댓글 두분이 안계신 빈자리가 허전했는데, 먼저 발걸음 하며 쓰신 후기를 보며 같이 뒤따라봅니다, 수고하셧어요~

  • 07.10.30 10:45

    묘적령을 지날 때 30여분간 알바하엿다는 산대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분명이 여기였을 거라는 생각으로.. 대간길에 초행인 분들 여기에100% 알바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생태계복원을 위한 출입금비 안내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억여봉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산줄기 때문입니다. 묘적령에 오르면 진행방향으로 묘적봉이 보이기 때문에 전혀 알바할 구간이 아닌데도 말이죠~~ 어려운 코스 고생하셨습니다.

  • 07.10.30 11:04

    두분이 신혼여행 기분으로 즐거움을 나누셨습니다.~~다음 구간에서 뵙지요~~

  • 07.10.30 15:43

    죽령주막~일부러 전화까지 주셨는데....이곳을 지나칠때가 있으면 꼭 먹어봐야쥐~~~천태님 티셔츠 칼라 좋고 스타일 좋고..멋진 여산꾼이 틀림없습니다~운해대장님이 여기서 알바 했을거라고 하며 그리로 우리를 끌고 내려?는데...운대장님은 장난꾸러기~~

  • 07.10.30 15:49

    이번구간 모델은 천태 혼자 독차지 해서 죄송해요 ㅎㅎㅎ. 죽령주막집 된장찌게 정말 맛있었는데...

  • 07.10.30 17:07

    만태,천태님 둘이서 걷는 대간길 너무 좋았겠다...입맞춤,뽀뽀! 뭐 이런거 해ㅉ지요?수고 하셨네요...

  • 07.11.01 22:52

    다음 부터는 이산가족될 일 없겠지요. 초반부 사진은 어둠속에 지나 못 본 풍경이었는데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 07.11.07 15:15

    다음에 가야할 구간 후기로 미리 가봅니다,,,, 주일에 교회를 가서 저도 금요일 무박으로 산행을 합니다,, 무사 완주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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