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삶을 꿈꾸며

[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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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9.11.11 고성산에서 인내천 강좌를 담당하신 손병욱교수께서 11월 12일 메일로 별도로 보낸 주신 두편의 글 중 하나이다. 명상수련을 생활화하여 창조적인 삶을 살자고 역설하고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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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삶을 꿈꾸며

손병욱(사범대 윤리교육과 교수, 경상대학교 교직원 명상회 회장) ※ 경상대신문, 2009. 3.17, 820호 5면에 실림

대학생을 포함한 지식인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삶이 있다면 그것은 창조적인 삶 내지는 창의적인 삶이다. 이러한 삶은 ‘어두운 곳을 밝히고 막힌 곳을 뚫어서’ 자기가 세운 목표를 향하여 부단(不斷)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측면에서 개척자적인 삶이기도 하다. 이런 삶을 영위할 때 ‘하루하루가 좋은 날’ 즉,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 될 것이요, 나아가 ‘나날이 새로워지는’ 일일신(日日新)의 삶이 가능할 것이다.

창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

첫째,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지향처(志向處)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 지향처가 바람직한 것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자기의 전공분야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지위지향적(地位志向的)이 아니라 과업지향적(課業志向的)인 목표라야 한다.

둘째, 지향처에 대하여 강렬한 의지와 집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문자 그대로 지향(志向)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의지와 집념은 집중력(集中力), 즉 정력(定力)과 연관성이 깊다. 달리 말하여 집중력이 강하면 의지와 집념도 강해지고, 그러면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목표를 향하여 부단히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집중력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힘을 배양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정신적인 영역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정신적인 생명활동을 왕성하게 해 줄 힘이 필요하다. 이것을 일컬어 지력(知力) 내지 지성(知性)의 힘이라고 부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이해력, 추리력, 판단력, 표현력, 기억력, 비판능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것은 어두운 곳을 밝혀 나가는 힘, 즉 인식능력이다.

다음으로, 인간은 육체를 가진 존재이며 육체적인 생명력이 전제되어야 그 삶이 유지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육체적인 생명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힘이 요청된다. 이것을 일컬어 기력(氣力) 내지 야성(野性)의 힘이라고 부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결단력, 추진력, 박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것은 막힌 곳을 뚫어 나가는 힘, 즉 행동으로 실천, 실행, 실현해 나가는 그런 힘이다. 이 힘이 부족하면 무기력(無氣力)해지고 만다는 측면에서 이 힘은 대단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남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사회적인 존재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남과 소통, 친화하고 어울릴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남과 공감하고 더불어 일체감을 갖도록 해 주는 그런 힘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호소력, 친화력, 설득력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것을 일컬어 정감력(情感力) 내지 감성(感性)의 힘이라고 부른다. 추구할만한 가치가 높은 지향처 일수록 동지(同志)를 필요로 한다. 동지는 많을수록 좋다.

집중력의 중요성

그러고 보면 창조적인 삶이란 곧 목표지향적인 삶이며, 이러한 삶을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인 지향처의 설정 외에 집중력, 지력, 기력, 정감력의 네 가지 힘의 배양과 활용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집중력 배양의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冥想)이다. 지력배양의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사색 내지 실험관찰이다. 기력 배양의 가장 좋은 방법은 신체단련이다.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택하여 꾸준히 해 나가면 된다. 물론 이때는 육체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의식주(衣食住)가 뒷받침됨을 전제로 한다. 정감력 배양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것이다.

이 넷 가운데 가장 중요한 힘이 있다면 그것은 집중력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궁극적인 목표인 지향처를 향한 의지와 집념을 갖게 해 줄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 가지 힘도 이 집중력이 뒷받침될 때만 제대로 배양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아울러 집중력을 배양하면 관찰력 내지 통찰력이 증장(增長)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다른 관찰력[통찰력]에 의거해서 자각(自覺)이 생기고, 이 자각은 스스로를 개조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것은 ‘지혜’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집중력은 의지와 집념 뿐 아니라 지혜와도 연관성이 깊은 힘임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창조적인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힘은 집중력이다.

제언 : 명상을 생활화 합시다.

집중력 배양을 위한 명상의 방법에는, 호흡법, 관법(觀法-위빠사나), 참선법(參禪法), 정좌법(靜坐法), 좌망법(坐忘法), 삼법수련법(三法修鍊法) 등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여기서 불교의 참선법과 유교의 정좌법이 갖는 공통점에 주목해 보자. 그것은 몸의 조절로서의 조신법(調身法), 호흡의 조절로서의 조식법(調息法), 그리고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조심법(調心法)의 셋으로 이루어진다. 조신법으로는 ‘앉는 법’으로서의 결가부좌, 반가부좌, 위좌(危坐)법이 있다. 가장 손쉬운 조식법과 조심법으로는 호흡을 하면서 수를 헤아리는 수식관(數息觀)이 있다.

명상이 얼마나 집중력 배양에 효율적인가는 직접 스스로 체험해 보는 것 이상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마침 우리대학에는 교직원명상회에서 운용하는 명상실(일명, 남명정신함양실)이 남명학관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좌복(座服)을 비롯하여 명상에 필요한 제반 조건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학기에도 참선법과 정좌법을 지도하고 있다. 참선법은 매주 월, 수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그리고 정좌법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부터 30분가량 실시하고 있다.

특히 남명 조식(南冥曺植 : 1501～1572)선생은 평소 정좌명상을 즐겨 행하였고, 이를 통해 배양된 고도의 집중력이 그의 삶과 경의사상(敬義思想)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각을 통해 스스로를 개조함으로써 지금까지의 구태의연한 삶을 떨치고 창조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개척인이라면, 누구라도 이곳 명상실을 집중력 배양의 생활화, 습관화를 위한 도장(道場)으로 활용해 볼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손병욱(사범대 윤리교육과 교수, 경상대학교 교직원 명상회 회장) ※ 경상대신문, 2009. 3.17, 820호 5면에 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