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의 문제는 대학 입시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되고 입시 경쟁의 핵심은 시험성적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등급제나 절대평가로 성적 경쟁을 완화하면 입시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일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본질적으로 입시경쟁을 해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운좋은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자칫 비교육적인 불의가 만연할 수 있다.
지금 문제는 대학과 고교의 시험에 의한 서열화인데 시험성적을 입시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인정하면서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니 이 얼마나 앞뒤가 안맞는 개혁안인가? 이런 안에 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여전히 공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게 정의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은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부모 잘 만나 과외받고 시험 잘보는 사람은 굳이 명문대 특히 국립대에 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 사람은 나쁜 대학 나와도 부모덕에 따로 교육받을 경제력이 있고 취업도 잘 할 것이고 어쨌든 잘 먹고 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적은 하나의 기준일 뿐 대학입시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성적은 부모의 부의 결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게 OECD의 연구결과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빈부격차가 선진국 중 가장 심한 나라임에도 아직까지 건재한 이유는 교육제도 만큼은 사회주의적이기 때문이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양극화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내가 미국처럼 국민통합입시만이 우리 교육문제를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지금 정시확대니 수시확대니 싸우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성적을 입시의 우선 요건으로 하는 한, 고교, 대학 서열화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시문제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데 대학이 기업보다 못해서야 말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