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에는 보통 술(淸酌), 과일(대추.밤.감.배 기타), 밥(飯), 국(羹), 국수(麵), 떡(편), 과자(餠), 적(炙: 육적.어적.계적), 탕(湯:육탕, 어탕), 전(煎: 육전, 어전), 포(脯: 육포, 어포), 나물, 김치, 등을 제수로 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옛날에는 현주(玄酒)라고 부르는 정화수, 젓갈( ), 식혜(醯), 식초(醋 ), 간(肝) 등을 올리기도 하였다. 또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햇 과일들이나 떡국, 송편 같은 것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제수를 통틀어 청작서수('淸酌庶羞)라고 부른다.
전통문화상식
◆ 제사음식에 깃든 의미 ◆
정성이 으뜸인 제사 상차림
지난 추석 즈음에 한 방송사에서는 ‘제사 음식 대행업체’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이들은 제사상에 올리는 각종 음식을 주문만 하면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배달해 주는 업체들로서, 주문량이 많아서인지 꽤나 바쁘게 손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곳에 제사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제사 음식을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운 맞벌이부부 뿐 아니라 전업주부들이 있는 가정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현대인들의 제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양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제사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들은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의 의미에 대해 묻기도 한다. 이런 질문들의 한켠에는 제사 음식의 의미를 물어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고자 하는 마음가짐보다는 가짓수가 많은 제수를 장만하는 것에 대한 번거로와 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어 씁쓸한 경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사의 근본에는 남의 손을 빌려 차릴 만큼 많은 가짓수의 음식을 꼭 올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각 가정의 형편에 맞게 정성을 다해 제수를 장만하는 것이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최대의 공경이라는 것이 선조들의 각종 예서에서 누누히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우암 송시열(1607 - 1689년)의 『계녀서 戒女書』에서 “제례는 정성과 깨끗함이 으뜸이며 물 한그릇이라도 빌리거나 얻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다. 흉년이라도 거르지 말고 풍년이 들었다고 지나치지 말라.”고 적고 있다. 조상들의 가름침이 그러한데 우리는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여 제사 음식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한 면이 있음을 느낀다. 한배달 우리차문화원의 원장인 이연자씨의 「추석 차례의 의미와 상차림」(『문화와 나』2000년 9·10월호)을 참고하여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들의 의미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제수품 하나하나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 세 가지 탕(湯)과 세 가지 적(炙), 삼색 나물, 삼색 과일 등 제사상에 필수로 올리는 제사음식의 가짓수와 색에는 자연의 섭리와 사람과의 일치됨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고, 기복도 담겨 있다.
삼색 나물의 경우 집집마다 약간식 다르지만 3가지 나물을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흰색은 뿌리 나물이라고 해서 도라지나 무나물을 쓰고, 검은 색은 줄기 나물로 고사리를 쓴다. 푸른 색은 잎나물로 미나리를 쓴다. 이것들은 일년내내 저장 할 수 있는 나물이면서 주변에서 흔히 구해먹는 것들이었다. 또 미나리는 자연의 변화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굳건한 자손을 상징하기도 했다.
세 가지 적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 석 잔의 술을 올릴 때마다 바다 고기인 어적(魚炙)과 네발짐승인 육적(肉炙)을, 야채적으로 두부나 갖가지 야채꽂이를 올리면서 소적(蔬炙)이라 했다. 이것은 자연이 내린 음식을 조상들로 하여금 골고루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차리는 것이 삼색과일이다. 삼색과일의 대표인 대추는 꽃마다 열매를 맺기 때문에 자손번창의 의미가 있다. 밤은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뜻한다. 씨밤을 땅속에 심으면 가장 먼저 열린 씨밤은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도 썩지 歌?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드는 것도 밤나무의 이러한 생태를 사람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감은 씨를 심으면 감이 열리지 않고 처음에는 고욤이 열린다. 3 - 5년쯤 지나서 그 줄기에 다른 감나무가지를 접붙여야 감을 딸 수 있게 된다. 사람도 태어나서 가르침을 잘 받아야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감나무의 성장에 빌어 나타낸 것이다. 요즘 들어 간혹 오렌지나 바나나 등이 제사상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삼색과일에 들어 있는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수입과일이 제사상에 오르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추석이나 설에는 메 대신에 송편이나 떡국을 올린다. 추석에 올리는 송편은 푸른 쑥색의 송편과 하얀 송편 두 가지를 담는다. 흰 송편은 조상을 상징하고 푸른 송편은 자손을 의미해 조상과 후손이 서로 만나는 뜻이 담겨 있다. 설에 올리는 차례에는 떡국을 올린다. 『농가월령가』에 “우리 나라의 탕병(湯餠:떡국)은 차례 음식으로, 쌀로 만든 가래떡을 잘게 썬 골무떡으로 끓인 장국이다.”라고 했으며 또 떡을 썰 때는 “둥근 돈짝 같이 썬다.”고 했다. 돈짝 모양은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둥근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떡을 어슷한 모양으로 썰지 말아야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집집마다 식구들이 많이 줄어들거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횟수가 많은 요즘에 제사를 지내느라고 많은 음식을 장만하거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 없이 가짓수만 채워 제사를 올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사 음식을 조금만 차리더라도 정성을 깃들여 올리고, 자손들이 함께 모여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다면 제사의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부담스러움과 기피하고 싶은 마음도 떨칠 수 있다. 혹시라도 너무 바쁜 생활속에서 제사를 차리기 위해 남의 손을 빌어 제사 음식을 장만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무작정 모든 제사음식을 남의 손에 맡기기 말고 한두가지쯤은 정성껏 제사음식을 마련하는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만큼은 우리 땅에서 거둔 것으로 하여 앞서 본 대로 외국산 과일들이 제사상에 오르는 경우는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