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아나운서면 남자가 줄 서는 줄 아나 봅니다.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라고 하면 ‘아니 왜? 많지 않니?’ 이런 반응이 대다수니까요. 저도 예전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흑.
하지만 현실은 달라요. 아마 잘 나가는 여배우라도 나름... 사랑은 어려울 걸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숙제 같습니다. 아! 혹시라도 ‘그냥 대충 조건 맞춰 만나면 되지.’라는 생각 갖는 사람은 예외지만요.
그래도 전 아직 ‘운명의 상대’를 만나리란 꿈,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걸까요? 특히 이 직업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남자 만나기가 참 힘듭니다. 그리고 혹 만난다 해도 스무살 때도 그랬고 스물다섯 살 때도 그랬고 스물아홉인 지금도...남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관심 있는 척 오해 하게 만들다가도 감감무소식, 정말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이없는 고백이 터지기도 합니다.
동서고금, 마찬가지인가 보지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다 내 맘 같은지! 다른 영화관답지 않게 주변 여성들이 ’맞아 맞아‘하고 동의하는 소리도 자주 들렸습니다. (솔직히 조금 시끄러울 정도)
대학교 3학년땐가, 소개팅 한 적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나는 분이죠. 키는 작긴 했지만 꽤 말끔하게 생겼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상할 것 같아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죠. 말도 잘 통하고요. 더군다나 그 분, 헤어질 때 제 번호까지 물었습니다. 와우!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솔직히 제가 대학교 때 인기가 좀 있는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내일쯤 그의 연락이 올 거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K.O!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지지(지니퍼 굿윈)꼴이 된 거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나도 홀딱 ‘반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당연히 올 거라 자신했던 연락이 오지 않자 불안해지고 안달나기 시작했습니다. 소개해 준 친구도 곁에서 ‘네가 얼마나 괜찮은데 안 올 리가 없어.’라며, 제닌(제니퍼 콜린)처럼 그가 나에게 관심 있다는 증거를 나열까지 했어요, 아니 왜 관심도 없는데 전화번호는 왜 물어본 거죠? 전 그 남자 번호조차 묻지도 않았다고요! 그렇게 속 타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자존심 구긴 상황을 잊었습니다. 근데 영화 보다가 문득 그 남자가 기억난 겁니다.
지지가 딱 그렇습니다. 남자들은 지지와 헤어지면서 연락할 거라 하지만 결국 안 합니다. 그녀는 혼자 소설을 쓰죠. 출장 간 걸까? 바쁜 걸까? 내 번호를 잊어 버렸나? 하지만 연애 고수 알렉스의 충고는 딱 하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입니다. 맞아요. 저 역시, 왜 전화를 안 할까? 온갖 상상했었죠. 제 친구는 심지어 “네가 너무 예쁘고 똑똑하니까 부담스러웠나 보다.” 이런 말까지 했다니까요. 그걸 믿은 공주병은 또 뭡니까! 알렉스 말이 딱 맞아요. 정말 남자들은 마음에 들었다면, 소위 ‘꽂혔다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꼭 연락합니다. 51명의 로렌에게 전화 걸었다는 알렉스처럼.
뭐 살다보면 그 비슷한 경험은 또 있습니다. 한 번은 몇 년 동안 온갖 루트를 통해 ‘조수빈 아나운서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 이상형이다.’해서 못 이기는 척 만났죠. 만난 당시엔 제가 맘에 든다더군요. 거의 매일 전화도 왔고 메일도 보내면서, 정작 만나잔 얘긴 안 해서 데이트 한 번 못 한 적도 있습니다. 절 실제로 보고 실망한 걸까요? 아니 그럼 매일 밤, 사람 잠도 못 자게 전화는 왜 한 거냐고요. 안 그렇습니까? 저도 나름 인기 있는데... 남성분들, 제가 그렇게 별론가요?
더더욱 영화 속 상황이랑 딱인 건 연애 상담해 주는 친구들입니다. 저도 남자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늘 친구들을 괴롭혔던 것 같네요. 근데 톡 까놓고 제 친구들은 연애 고민이 하나도 없었을까요? 그녀들도 쑥맥인데요? 지지를 상담해 주는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와 제닌, 메리(드류 베리모어)도 그렇습니다. 각자 고민이 있죠. 베스는 7년 동안 동거한 남자친구가 청혼은 하지 않아 시름이 깊습니다. 제닌은 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미칠 것 같습니다. 메리는 또 어떤가요. 유부남한테 반한 친구 안나(스칼렛 요한슨)에게 ‘임자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라는 어이없는 훈수를 두고 자기는 요상한 사이트에서 남자에게 굴욕만 당합니다.
자기 연애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왜 세상엔 연애의 법칙이 떠도는 걸까요? ‘여자가 먼저 전화하면 안 된다.’ 따위들 말이에요. 결국 영화에서도 자기 인연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뤄지잖아요? 알렉스와 지지처럼요.
에라이~ 내 인연이라면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잘 될 거야...라면서도 전 요즘 ‘Rules of Love'라는 책을 읽고 연구중입니다. 그 책 다 읽고 나면 남자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런지요. 스물 아홉 먹도록 연애엔 잼병인 제 상황도 달라질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그런 연애법칙을 쓴 책들의 작가들, 그들은 자기 사랑이 그리도 쉬웠을까요? 연애에 정석이 있을까요. 그런 거 따위 필요 없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고요
posted by 조수빈 (KBS 아나운서)
첫댓글 이거메인에떳어여!!
보기에 좋지 않은 댓글들이 보이네요. 많은 사람들은 TV속 인물에 대해 눈금없는 잣대를 들이대곤 합니다. 아무 근거 없는 악플,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을 마치 사실인냥 댓글을 달고, 그걸 본 사람들은 또 그것을 마치 사실로 인식하게 되고 결국에는 기정 사실화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나운서는 재벌과 결혼한다' 라는게 있겠죠. 따지고 들어가보면 재벌과 결혼한 아나운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어요. 조수빈 아나운서는 진심을 담아 포스팅을 했는데 악플이 달린걸 보니 제 마음이 다 아픕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글은 많은사람이 보는 메인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얼마전에 mbc 스페셜에서 소문에 관한걸 다룬적 있었는데 소문의 진원지는 사람들의 불안감이라고 하더군요.그 불안감이 엉뚱한 소문을 만들어내고 그게 퍼지고 퍼져서 마치 진짜 그런것인양 둔갑하고 그러는데 아무쪼록 소문은 먼저 내뱉은 인간도 문제이지만 그걸 진짜인양 받아들이고서 앵무새마냥 여기저기 퍼뜨리는 인간들도 문제입니다.차라리 좋은 소문이라면 모를까 인간이란게 나쁜 소문에는 엄청 귀를 더 잘 기울이거든요..가끔 그런거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진절 머리 나는 존재인지 느끼게 됩니다
막연히 비춰지는 사람의 이미지만 보고 이성을 좋아하는 경우가 모든 사람한테 있는거 같아요. 파올로 코엘료 11분이라는 책을 보면 책의 여주인공은 어린시절 혼자만의 환상속에서 생각만으로 말한번 섞지 않은 소년들을 사랑하게 되죠..그 아무리 누군가를 좋아해도 결국 타이밍, 장소, 상대방 등 모든게 조화되어야 사랑이 이루어 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름이 참 희안하네요.지지라니..아!!gg!!
메인에 떳는데 지웠네요. 그래서 바로가기 지웠습니다. 가셔도 확인 못합니다. 이미 지웠더군요. 그래서 우리끼리만 공유하죠. 이곳에서는 악플없이 볼수 있겠죠.
누나..항상 사랑이 힘들다고 생각하네요. 저도 연애엔 젬병이고....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되면 힘들다는 생각이 안들잖아요. 나만그런가.ㅠㅠ 아무튼 누난 좋은사람 만날겁니다..
어떤 분들은 아나운서라면 남자가 줄 서는 줄 아나봅니다....줄서는 남자 여기 있습니다.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