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처음부터
연습부족...늘어난 몸무게...복합적인 요인들이...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달리는 초반부터 언덕이 힘들게 하더니
하나..둘..세번째 언덕을 오르니...앞으로 펼쳐진 풍경은 낯익은 산의 형태이다.
"앗 저건 왕박산인데"
와~~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5k쯤 지나서
오솔길 같은 이차선 도로를
낮게 오르는 길의 푸르름은 투명하게 아름답다.
평소에 잊고 살지만
자연을 대하며 혼자서 달리는
단절의 공간은
자연의 모습에 나를 투영시키게 되고
뜀박질 여행은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여~~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을 갖게한다.
10km...하프 반환점이 가까워지자
강남마라톤의 동호원들을 거의 지나치고
풀코스 달리는 주자가 별로 없어 혼자 달리니 걱정이다.
"제일 마지막 주자가되면 어쩌나" 하며
난 연습도 하지 않았으면서
달리기의 희망은 왜곡되어 지난 기록을<4시간9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13km 쯤일까? 송학산을 옆으로 돌아 오르면
개나리 공원묘지 입구의 갈림길 이다.
줄을 이은 무덤...살아있는 자의 공간을 빼앗으며...아파트형 묘지까지 생겨나는데
존재에 대한 지독한 애착인지...뼈마저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있는 곳
묘지공원 입구를 지나며
우리의 죽음은...풀잎처럼 스러져
자연으로 보내질 수 없는지 의문을 가져본다.
도화동을 낮게 오르며
대청마루라는 상호를 지나치면
제일 급한 경사를 가진 고개 마루 <에스골농원>을 지난다.
내리막에서는 고통이 빠져나간 듯
몸도 마음도 가볍지만 길은 아직도 멀다.
15km 쯤 되었을까?
의림지 옆을 지나
4차선 도로의 긴 오르막을 오르며
내리막에선 발목이 시큰거려 걷다시피 절둑이며 달린다.
고통의 달리기로
고통마져 내 삶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면
"참고 견디리라" 생각하며 달리다보니 아픔은 사라진다.
20km 반환점이다.
문제는 바로 따라오는 차량이 불안함을 조장하는데
"영광의 꼴지를 해 볼까? "
하지만 의도적인 영광의 꼴지는 내 몫이 아니다.
달리는 데까지 달리는 거다.
23km지점에서 60대 쯤으로 보이는 부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며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온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분 같다....저런 모습을 갖을 때까지 난 달리는 거다.....힘차게 힘차게
무척이나 힘든 뜀박질 이었는데
완벽한 교통통제, 자원봉사, 시민들의 박수
펄럭이는 깃발과 환호속에 편승해 달리니...고통은 숨어든다.
난 언덕만 보면 멈추고 싶었는데
오늘 왠일인지 언덕에 리듬을 타니 뜀박질이 즐겁다.
고통을 통해 뜀박질로부터 자유를 생각한다.
광주울트라 100km를 신청했지만
발목의 시큰거림, 뼈속울림, 연습부족 등의 요인으로 참가여부의 경계선이 없었다.
마음이 없다면 경계선도 필요치 않을 터인데
제천을 달리고 광주 울트라의 참석 여부를 정하리라 생각했다.
경계선은 연습만이 결정하여 준다.
달리고는 싶지만 신체적 요인으로 연습을 못해....경계선을 유보하고 있으니
난 뜀박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즐거운 완주에 목표를 두니 25km 지점부터 힘이 생긴다.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마음에...나도 <힘><힘><힘>을 외치니 리듬이 생긴다.
언덕도 두렵지 않다.
언덕에 리듬을 즐겁게 타며
고통을 통해 뜀박질로부터 자유로워 진다.
28km 쯤 되었을까?
38번 도로의 <뱃재>의 타이거 주유소가 보인다.
지난 겨울 <영월에서 춘천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를 밟으며
왕박산-지방도로 567?-수도사업소-38도로의 뱃재-발전소-개나리공원-도화동-에스골농원 등의 지역은
독도를 하며 엄청 고생한 곳인데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달려서 간다는 것이~~즐거움이였다.
30km 지점이다.
<왕박산 건강원>표지판을 지나 이제 남은 거리쯤은 걱정도 없다.
나의 저력은 이제부터 이니까.
뜀박질로 영혼조차 맑아진 것일까
가볍게 뛰어서 38km지점을 지나고 언덕을 오른다.
마지막 뜀박꾼을 위한 교통통제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기다려 주는 마음에.....가슴이 울렁인다.
앞으로 남은 거리 3km...2km...1km
5시간 페이스 김종영 님을 만나
남은 거리를 즐겁게 달리니 공설운동장 이다.
강남 마라톤 식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사회자의 달뜬 환호를 받으며
4시간 58분 52초 휘니쉬 라인을 밟으니
달리고 싶어도 더 이상 달릴 수 없다....휘니쉬 라인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금지의 신호 이므로~~~~
서울로 돌아오며 탁사정에 들러
남부햄 회사에서
우리 클럽에 기증한 <훈제 통돼지 구이>를 먹는다.
서로의 뜀박담은 오가며
빗소리가 즐거운 것은....공짜가 즐거운 것은 왜일까?
돼지의 꿈은
통돼지 구이가 되는 것이 아니었건만
돼지의 꿈과 상관없이
나의 즐거운 뜀박질 이야기는 계속된다.
첫댓글바랭이님! 제천마라톤 완주 축하드립니다. 언덕을 가볍게 뛰어 오르시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육체의 고통을 뛰어넘어 마음의 안식을 얻는것... 그것이 달리기이겠지요. 광주울트라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꼭 참가하셔서 풀코스와는 또 다른 인생의 기쁨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Bravo your life!!! 바랭이님 힘!!!
지난 겨울에 북쪽으로 진행해서 영춘지맥 거의 다 왔습니다. 참으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아름다운 구간 이었습니다. 태기산부터~모래재까지는 오지의 냄새가 물씬물씬 나구요~ 가슴 일렁이는 구간구간 정맥이나 대간과는 또 다른 감동의 구간이었습니다.곽상훈 님도 지금 진행중이시지요.....
첫댓글 바랭이님! 제천마라톤 완주 축하드립니다. 언덕을 가볍게 뛰어 오르시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육체의 고통을 뛰어넘어 마음의 안식을 얻는것... 그것이 달리기이겠지요. 광주울트라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꼭 참가하셔서 풀코스와는 또 다른 인생의 기쁨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Bravo your life!!! 바랭이님 힘!!!
반갑습니다... 바랭이님!!! 혹시 영춘기맥 얘기하시는 건지요??? 북한산에서 보고 못봤군요^^
지난 겨울에 북쪽으로 진행해서 영춘지맥 거의 다 왔습니다. 참으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아름다운 구간 이었습니다. 태기산부터~모래재까지는 오지의 냄새가 물씬물씬 나구요~ 가슴 일렁이는 구간구간 정맥이나 대간과는 또 다른 감동의 구간이었습니다.곽상훈 님도 지금 진행중이시지요.....
완주 축하합니다. 우리 카폐회원님들의 끓임없는 도전은 저에게 많은 용기와 감동을 준답니다.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