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1 - 서울 라이트
재즈풍 캐럴이 들린다. 음악에 맞춰 영상이 흐른다.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흐르는 냇물에 실려 내려오는 나뭇잎처럼 스쳐 지나간다.
세모도 있고, 네모도 있고, 마름모나 사다리꼴도 있다. 동그라미 역시 화면을 스치듯 지나간다.
음악이 잔잔한 것으로 변한다. 심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선율이다.
바다를 유형하는 물고기 떼 무리처럼 열대어 혹은 금붕어를 닮은 듯한 물고기 형상이 떠오른다.
작은 물고기, 정어리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듯 무수한 물고기 형상이 지나간다.
처음은 푸른 형상, 다음은 빨간 형상, 끝에 가서는 무지개 빛깔에 에워싸인 물고기 형상으로 된다.
또 곡조가 변하면서 화면이 바뀐다. 초록 잔디에 노란 나비가 내려앉는 듯한 영상이 나타난다.
혹은 잔디밭에 별똥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음악이 캐럴로 바뀐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에 맞는 화면이 떠오른다.
온갖 트리 장식이 행진하듯, 릴레이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실버벨, 별, 하양 빨강 줄무늬 지팡이, 방울들까지.
영상 2 - 서울 라이트
음악과 함께 하트가 나타난다. 누가 입으로 후 불어서 날리는 비눗방울처럼 하트들이 거품처럼 흩날린다.
꽃잎 같기도 하고 하트 눈보라 같기도 하다.
빨간색 초록색으로,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색상의 하트들이다.
어젯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일명 DDP를 찾았다.
뉴스를 통해 우연히 <2021 서울 라이트>라는 영상 쇼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일, 양평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에서 빼어난 영상미를 엿보았던 바, 솔직히 좀 기대를 하고 갔다. 서울시에서 마련했고, 가까운 거리에 이런 쇼가 있다는 것에 횡재
했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필 그날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도 뚝 떨어져서 좀 망설이긴 했지만, 기왕 가기로 한 거 즐겨주리라 마음먹었다.
음, 모르겠다. 나랑 같이 동행한, 혹은 동행할 수밖에 없었던 울 아부지의 내심은 어땠을지...... (ㅎㅎ)
위에 영상은 서울 라이트 일부분을 촬영한 거다.
이 글 시각장애인 아무개 씨가 볼 가능성을 대비해 짝퉁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화면해설을 덧붙였다.
서울 라이트 공연은 7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약간 일찍 도착한 김에 근처를 거닐다가 거리 피아노를 발견했다. 소설책에서 묘사된 것만 접하고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함 앉아봣다. 함 건반도 쳐봤다. 무슨 곡 쳤는지 묻지 마라, 알면 다친다. 별 본다. 반짝반짝 작은 별들 우수수 떨어진다.
추위에 떨긴 했지만 심심한 연말 크리스마스에 분위기 좀 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단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화면해설이 없어 영상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군중 속에 고독, 아니 서러움을 좀 느꼈다.
외국의 서비스처럼 이어폰으로 연결해 화면해설이 들리게끔 한다면, 다른 일반 대중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시각장애인도 같이 영상미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서울시가 내년에는 좀 더 배리어프리한, 유니버셜한 방향으로 이런 쇼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관객들 중에는 시각장애인이 있을 수 있다. 여기 내가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그런 서울시가 되었으면 바랄 게 없겠다.
첫댓글 단 한명의 소외 된 사람.
같이 갑시다. 말로만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