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성모 마리아님, 복되시나이다. 당신은 주님의 십자가 아래서,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셨나이다.”
교회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 날인 오늘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로 지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동정의 몸으로 잉태하고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예수님과 함께 고통의 길을 걸으신 성모님을 기억하고자 교회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희생을 기억하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바로 다음 날인 오늘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로 정한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낳으신 후, 성전에 아기를 봉헌하기 위해 들어갔을 때, 성전을 지키고 있던 사제 시메온이 전한 한 마디 말,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라는 이 말을 듣고 그 말씀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사신 성모님은 그 말씀 그대로 그녀의 삶 전체가 고통의 칼날이 꿰찔리는 삶을 사셔야만 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그 같은 성모님의 가장 고통스러운 아픔의 순간을 전합니다.
하나 뿐인 아들, 남편 요셉을 일찍 잃고 오직 하나 뿐인 아들만을 바라고 살아오던 성모님은 그 아들의 죽음의 순간, 그것도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인 십자가 위에 못 박혀 처참히 죽어가는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십니다. 그 고통의 순간 아들 예수는 어머님을 향해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 요한을 향해 다음의 말을 건네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ㄴ)
“이 분이 네 어머니이시다.”(요한 19,27ㄱ)
자신의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를 세상에 남겨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아들 예수는 어머니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오신 어머니 마리아에게 새로운 아들을 안겨주십니다. 내가 떠나더라도 외롭지 않게, 자식을 잃은 슬픔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또 다른 아들을 맡겨 주시는 예수님의 이 모습은 삶이 온통 고통의 연속이었던 어머니 마리아를 향한 사랑어린 아들의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마음의 표현으로 느껴집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한 아들의 사랑의 마음 바로 그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노래한 부속가의 내용이 전하는 바 그대로 성모님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하게 되리라 예고하는 천사를 만나는 그 순간부터 아들의 십자가 위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성모님의 삶을 고통 오직 고통으로 점철된 순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성모님은 결코 좌절하거나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아들을 향한 끊임없는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지상의 사명을 고통 속에 수행하는 아들을 곁에서 응원하며 언제나 함께 아들과 함께 해 주십니다.
오늘 독서의 히브리서의 말씀처럼 예수님은 고난을 겪으심으로서 순종을 배우시고 그 순종을 통해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그 순종,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 마리아에서 어려서부터 배운 하나의 미덕, 곧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온 한 인간 예수가 어머니의 모습에서 보고 배운 하나의 가르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낳기 위해 처녀의 몸으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 어머니, 어려서부터 모든 일에 남다른 능력을 보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언제나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으며 그 뜻에 순종하려했던 어머니, 그 어머님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께 대한 순종을 배운 인간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 예수로서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믿음의 순종을 통해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을 오늘 독서의 히브리서의 말씀은 전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히브 5,8-9)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오늘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에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성모님이 겪으셔야 했던 고통의 기억하며 성모님과 같이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살아가시는 여러분 역시 여러분의 삶 안에서 겪게 되는 고통으로 괴로움을 맞게 되는 순간, 성모님을 기억하며 성모님께 도우심과 은총을 청하며 성모님의 모습을 닮은 어머니가 되시기를 그리하여 복된 성모님과 같은 사랑 넘치는 어머니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동정 성모 마리아님, 복되시나이다. 당신은 주님의 십자가 아래서,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셨나이다.”
(복음환호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