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본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를 아들과 함께 보다니. 내가 꿈꿔 왔던 삶이었다. 가족과 함께 나란히 앉아 문화생활을 하는 것.
우리 가족은 가끔 영화를 본다. 그것은 유일한 가족 문화생활로 정착했다. 주로 명절 연휴 때 즐기는데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지난 2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 육군사관학교에서 3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문화티켓을 발행하여 문화생활을 하게 한 것이다.
개인이 공연을 보려면 꽤 비싸게 티켓을 끊어야 하지만 공연비 일부분을 지원해 주는 관계로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곧장 서울로 향했다. 장소가 잠실에 있는 '샤롯데씨어터'로 엄청 복잡한 장소다. 고속도로야 씽씽 달렸지만, 시내에 진입해서 시간을 다 까먹었다.
아들 장호 역시 치과와 안과 모두 예약이 되어 있었지만, 문화를 즐기는 것에 무게를 두어 이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잠실 주변이 모두 '롯데' 소유인 것 같은 착각이란. 보고 싶었던 뮤지컬을 아들과 함께 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생도들이 여기저기 여친과 함께 나타나는 모습을 보았다. 아들 옆에 내가 아니라 어여쁜 여친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동안 두세 차례 졸았던 것 같다. 흐름이 진지하고 느려서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반전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어 나름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무대의 규모와 진행이 맘에 들었다. 시골에서는 무대장치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역시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 그런지 깔끔하게 처리하여 답답함은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서울을 빠져나와 집에 오기까지 장호가 운전했다. 사실 서울 나들이에 어깨와 목이 굳어 피곤했던 참인데 장호가 운전해준다니 너무 편하고 즐거웠다.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2011.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