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종 (Dijon) = 프랑스
개선문은 파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레지옹의 디종(Dijon)에도 있다. 문의 이름은 기욤문(porte Guillaume), 10세기 대수도원장이었던 기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지만 좀 작다. 그래서 미니 개선문이라 사람들은 부른다. 디종은 에펠탑을 지은 귀스타브 에펠의 고향이기도 하다. 에펠은 어릴적에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학과 역사를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고군분투한다. 그 결과 그는 프랑스 최고의 건축가가 됐다. 디종은 또한 보르도와 함께 부르고뉴 포도주로 유명한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주인 로마네 꽁티(Romanée-conti)도 바로 부르고뉴 산 포도주다. 머스타드(Moutarde)도 디종을 따라 올 도시는 없다. 머스타드는 프랑스에서 14세기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디종 머스타드 (Moutarde de Dijon)는 거의 캐나다 산 겨자씨로 만든다고 한다. 디종 머스타드를 판매하는 가장 유명한 곳은 마이유(Maille) 상점. 1747년 설립된 마이유에서는 머스타드뿐만 아니라 마요네즈, 식초, 오일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디종 관광객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다.
돌 부엉이도 이곳에서는 반드시 찾아야 하는 방문지다. 디종의 노트르담 교회 한 구석에 조각돼 있다. 그런데 조각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얼굴도 형상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닳았다. 하지만 귀뿔깃은 남아 있다. 어떤 여행자는 이것을 올빼미라고 한다. 잘못된 것이다. 부엉이는 머리에 귀뿔깃이 있지만, 올빼미는 깃이 없다. 부엉이는 오른손으로 만져도 안된다. 왼손으로 만져야 행운이 온다고 한다. 고딕 양식의 노트르담 교회는 13세기에 지어진 것이다.
디종에는 13 세기와 20 세기 사이에 지어진 20 개의 교회가 있다. 생테티엔 교회(Eglise Saint-Étienne)는 9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은 교회가 아니다. 19세기 후반 상공회의소 건물로 쓰이다가 지금은 미술관 및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디종 오페라 극장은 부르고뉴에서는 가장 중요한 극장이다. 원래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69년 692석으로 축소시켰다. 뛰어난 음향효과를 자랑하는 오페라 극장이다. 기욤문 뒤쪽에는 재미있는 청동 조각상이 하나 있다. ‘세 마리의 개구리를 관찰하는 세 명의 소녀’ 조각상이다. 프랑스의 조각가 막스 블롱다(Max Blondat)가 제작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조각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본 적이 있다. 뒤셀도르프 조각품은 “세 명의 소녀가 한 마리의 개구리를 내려다 보는 조각상”이다. 이것도 막스 블롱다가 제작한 것이다. 다르시 광장 도로에는 핑크색 트램이 드르륵 하며 다닌다.
생 미셸 성당(Eglise Saint-Michel)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건축물로 유명하다. 9세기에는 나무로 지은 작은예배당이었지만 16세기에 지금의 성당이 지어졌다. 이곳에는 피아니스트였다가 수녀가 된 성녀 삼위일체의 엘리사벳(Sainte Elisabeth De La Trinite)의 동상과 유물함이 있다. 엘리사벳은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최선의 삶을 산 믿음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어려서 부터 기도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인형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정도였다. 나이가 들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영원히 노래하는 것’이 그녀가 추구한 삶이었다. 성녀는 26세에 선종했는데 선종하기 1년 전 ‘믿음 안에서 천국’ 등 3권의 작품을 집필했다. 성녀 삼위일체의 엘리자벳은 1984년 교황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됐으며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디종은 부르고뉴의 주도로 12세기 - 15세기 사이에는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였다. 궁전 앞에는 자유 광장(Place de La Liberation)이 있다. 프랑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반원형의 광장이다. 광장은 처음 지었을 때는 무기 광장 후에는 드골 광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디종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1940년 6월부터 독일군 점령하에 있었다. 그러다가 1944년 9월 해방되자 리베라시옹(자유) 광장이 된 것이다. 탁 트인 광장에는 계속해서 물 뿜는 수 십개의 분수가 있다. 디종 시 어린이들에게는 가장 사랑받는 장소다. 이곳의 대공궁전은 현재 반은 궁전, 반은 시청사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유럽여행의 묘미는 방문한 도시에서 시장을 둘러 보는 것이다. 디종에도 큰시장이 하나 있다. 바로 1875년에 지은 디종 중앙시장(Halles centrales de Dijon)이다. 당시 철조 구조물로 높고 단단하게 지어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끄떡없다. 아주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의 시장이다. 안에는 250개의 생선, 고기, 채소, 과일, 치즈, 빵 등을 파는 가게들이 빽빽히 자리 잡고 있다. 상인들은 모두 친절하다. 한 정육점 상인이 웃으며 신나게 장사하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상인을 보면 손님들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프랑스 시장은 무언의 에티켓 코드를 하나 가지고 있다. 환경문제로 인해 주부들이 바퀴 달린 쇼핑백 또는 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에 넘치는 유럽의 시장. 고기, 생선, 채소, 과일, 와인, 우유 등 시장에 있는 모든 물건은 미국보다 싸고 신선하다.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해 아파트에서 김치찌개를 끓인다면 기막힌 저녁식사가 될 것이다. 호텔이 아닌 유럽의 아파트에서 조리해 먹는 냉면 등 한국음식은 그야말로 모두 꿀맛이다. 김치는 볶아서 가고, 고추장, 간장 등 양념만 준비해 가면 언제든지 한국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점심도 샌드위치, 유부초밥, 보온병 커피 등을 만들어 나가면 맛도 있고 절약도 된다. 나와 아내는 늘 이런식으로 유럽을 여행한다.
글, 사진: 곽노은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v=6ajTcwJBbw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