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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 1일 (수), 맑음
사랑하는 아들아! 아쉬운 작별을 한지 어언 100일이 되었구나. 춘천 102보에서 부대장이 말한대로라면, 오늘 4박 5일 "위로휴가"를 나올 날짜인데, 휴가는 커녕, 지난 일주일이 넘도록 편지도, 전화도 없으니 애간장만 태우는구나. 그래, 불편한데 없이 몸은 성한지 모르겠다. 자주 오던 소식이 끊기니...건강하기만 하면 걱정 없다. 나머지 일이야 네가 알아서 잘 해낼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달에는 추석 명절이 있는데 차라리 그때 오게 됐으면 좋겠구나. 오랜만에 식구들과 같이 만나서 식사도 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도록... 식구들이 많이 보고싶지? 집에서도 마찬가지란다. 얼마 전에는 전화도 하고 해서 이따금씩 가능할 줄 알았는데 역시 사정이 허락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사진속에 얼굴만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얼굴엔 살 좀 붙었을까? 하고 어머니랑 얘기한단다. 사랑하는 봉연아, 철없이 학교 다니고 그럴 때보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곤 하지? 아마도 계절의 변화까지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구나. 주변 산에라도 오를 수 있다면, 갖가지 열매도 많을 것 같다. 요즘엔 유난히 군용 트럭을 많이 보게 되는구나. 그때마다 아들 생각이 떠오르곤 하지. 맡은 일이 너무 고되지는 않은지? 너의 편지를 받은 후에 답장을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단다. 연고를 잘 바르고 피부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무사 안전과 건강을 빈다. 사랑한다, 안녕!! 99. 9. 1 - 아버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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