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운 벗고 조리사 변신 “너무 행복”…워커힐 호텔 노종헌씨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의대 출신 조리사가 탄생해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워커힐 호텔 ‘메인 콜드 키친’(찬 음식 조리팀)의 노종헌씨.지난 1994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노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과감히 진로를 바꿔,최근 3개월째 요리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집안 분위기에 휩쓸려 의대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회의가 컸습니다.어릴 때부터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뭔가 몸으로 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요리사로 전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노씨의 부모 역시 서울대 의대 출신인 의사 집안으로 아들도 자신들의 뒤를 이어 의사의 길을 걷기를 바랐지만 노씨의 굳은 결심을 꺾지 못해
결국 찬성했다고.
요리사의 꿈을 품고 대학졸업 뒤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탄 노씨는 어학연수 과정을 밟으며 보스턴의 일식집 일본인 주방장 보조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일본인 요리사 밑에서 배달과 접시닦이부터 배우며 3년 동안 수련을 쌓은 그는 2000년 프랑스의 ‘코르동 블루’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조리학교로 꼽히는 미국의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2년 과정을 마치고 ‘조리사 자격’을 취득했다.
워커힐 호텔에 입사한 것은 올 2월초.그러나 노씨의 포부는 당차기만 하다.앞으로 한국의 요리기술을 체계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노씨는 현재의 도제식 비법 전수체제는 장점이 많긴 하지만 이론적 체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그래서 앞으로 자신이 외국 일류
조리사들과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체계적인 조리 시스템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또 당뇨를 앓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음식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요리법을 개발하겠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품고 있다.
노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해 많이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비록 늦게 찾긴 했지만 나의 길이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1968년 출생
*****2002년 워커힐 호텔 주방에 취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