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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엿보기
이상인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천년의사작)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199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툭, 건드려주었다』, 『UFO 소나무』, 『연둣빛 치어들』, 『해변주점』 등이 있다. 송순문학상을 받았다.
이상인 시인에게 그러한 영적 울림의 장소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바로 그의 고향 전남 담양의 장소들, 즉 담양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와 정서들이다. 고향을 떠나 오래 외지에 떠돌아 다녔어도 담양은 그의 의식과 무의식에 각인된 영적 일렁임으로 존재한다. 다음 시가 바로 그와 같은 것이지 않을까?
두 분이서, 징검징검 건너오세요. 슬픔과 기쁨이 졸졸 흘러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건너다보면 자신이 추억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으실 겁니다.
그 중간쯤 살짝 멈추세요. 잠시 생각들은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죽녹원에 둘러선 푸른 대숲과 관방제의 싱싱한 나무들을 둘러보세요. 마음이 차분하게 사각이기도 하고 방금 메타세쿼이아 길을 질러온 바람의 새근거리는 숨결이 느껴지시지요.
차츰 당신은 안개 걷히듯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될 것이고 정말 하찮게 느껴졌던 것들이 귀중하게 생각되실 것입니다.
두 분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징검징검 밟고 건너가세요. 누구나 꼭 한 번은 건너가야 할 생의 아름다운 징검다리입니다.
-「관방천 징검다리」 전문
이 시의 아름다움은 일차적으로 밝은 이미지와 어조에서, 이차적으로는 친숙한 사물과 장소의 이름에서, 삼차적으로는 “두 분이서, 징검징검 건너오세요”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매혹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누구나 꼭 한 번은 건너가야 할/생의 아름다운 징검다리”의 신비한 운명과 영혼의 울림에서 발생한다. 생각건대 “관방천 징검다리”는 아마 담양 어느 시냇가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의 이름일터인데, 지금 이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적 화자의 추억 속에, 즉 이상인 시인의 의식 속에 이 징검다리는 자신의 생의 운명을 느끼게 하고 보다 아름답고 영원한 세계로 건너게 하는 영혼의 다리로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독자로서 우리 역시 제 자신의 깊은 심중에 영혼을 느끼게 하고 영혼으로 가게 하는 매개체로서의 장소들이 있을 터인데, 이상인 시인의 시 「관방천 징검다리」처럼 환하고 푸르고, 시원할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그만큼 이상인 시인에게 고향 담양의 청신한 장소성은 그의 영혼에 평화와 풍요, 초월과 자유로움의 이상을 새겨 놓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시집해설, 김경복 「영혼의 울림, 그 소리의 현상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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