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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로 31살이며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작은 포차를 운영하고있습니다.
빵순이꺼님의 메인 글을 읽으니 정말 저랑 장사하는 스타일이 똑같더군요.
정말 장사는 눈썰미와 어느정도의 기본 유도리가 있어야 하는것 같아요.
손님이 와서 세팅을 해주고 나면 다른 테이블에 남아있는 술과 안주를 봅니다.
술에 비해 안주가 많이 남았으면 그 테이블에서 벨누르는 건 당연히 술을 주문 할 확률이 높은 거고
반대로 술은 많이 남았고 안주가 없는 상태에서 벨을 누르면 메뉴판이나 기본 안주를 찾는 거죠...
술을 주문 할때 미리 들고 가서 (저 같은 경우는 뒷주머니에 넣고 갑니다)
"한병 더 주세요"라고 하면 뒤로 돌아서 뽑아주세요 하고 뒷주머니에 술을 보여주죠...
괜히 술을 이리 손에 들고갔다가 술이 아닌 다른걸 주문 하면 뻘쭘함 없이 그냥 뒤돌아 슥~ 와도 되구요^^;;
그러면 "와~~어떻게 아셨어요?" 라던지 "캬~~센스 있으시네..." 하고 유머있는 제 행동에 좋아합니다...
저희 가게 같은 경우는 20~30 사이의 손님이 80% 이상을 차지 합니다.
5호선 종점인 방화역이라 거의 대부분이 동네 사람들이고 제 성격이 남과 빨리 친해지고 활발적이다 보니...
어느정도 몇 마디의 말이 오가면 형,누나,또는 동생으로 바로 만듭니다.
그럼 거의 대부분이 흔쾌하고 좋아합니다. 물론 손님을 봐 가면서 선을 그어야겠죠^^
1번 테이블에 아는 동생들이 와서 술한잔 마셔주고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면 가끔 테이블에서 떨어지는 수저나 나무젓가락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절대로 손님들과 술을 마셔도 심각한 고민 얘기를 해도 나무 젓가락 수저 떨어지는 소리는 놓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슬그머니 나가 (가게가 실내 실외로 나눠져 있음) 수저나 젓가락을 가져다 주면
"어!! 사장님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신기해 하고 좋아합니다.
저는 우스겟소리로 "쉬~~잇!! 저만 목격했으니까 맘 놓으세요...." 라고 센스 있게 말을 받아 쳐주죠..ㅋㅋ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농담의 수위가 있고 장난의 수위가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가게 단골이였다가 저희 가게로 이적(?)한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그 다른 가게 사장님들이 초심을 잃고 변했다는 이유로 또는 장난이 심하다는 이유로...말이죠.
여섯 일곱명정도의 손님이 들어 왔어요 그중 한분이 씩씩 거리면서 "야 x발 이제 거기 다시는 가지말자..."
술과 안주가 나가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때 소주 한병과 안주 하나를 들고 가서
"저희 가게 처음이시죠? 이건 제 뽀나쓰 입니다 ^----^ " 하고 씨~익 꽃미소를 날렸죠..ㅎㅎ
그러면서 아까 뭔 일 있었어요? 하고 물었더니
원래 다니던 가게에서 친하다고 사장님이 반가움의 표시로 뒤통수를 때렸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건 정말 아니다 싶었어요 아무리 반가워요 어깨 한번 토닥 거리면 될것을 참...심하다고 생각 했죠.
일단 친한 단골 손님이 와도 저는 그 단골 손님의 그날 기분 부터 체크를 합니다.
그 날의 기분에 맞춰 농담과 장난의 수위를 맞추는 거죠...
참고로 저는 심한 장난과 농담은 절대 안합니다.
낄자리 안낄자리 파악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친하고 자주 왔어도 그날 기분이 안좋거나 심각해 보이면
그날 만큼은 그 친구가 편하게 좋은 말을 해주던가 아님 심각한 얘기 중이라면 그 자릴 빠지거나 끼지 않는게 좋겠죠...
손님들의 기분을 맞춰 말을 쎈스 있게 받아 쳐주는게 제일 중요 하죠
몇가지의 예를 들자면 손님이 우동 주문을 했는데 까먹었습니다.
"사장님 아까 시킨 우동 안주세요?" 라고 물으면 같은 말이라도...
"아이쿠!! 내 정신좀봐~ 제가 오늘 알콜 섭취를 못했더니 깜빡깜빡하네요. 금방 해다 드릴게요^-^(웃음을 잃지 말것)
그리고 한두번 온 손님인데 기억을 못했을때...
"사장님 그때 철수랑 같이 온 친구인데 기억 못하시나봐요?" 이럴때도 (역시 웃음 잃지 말고...)
"아~~~그때 철수랑 셋이 왔을때 그 친구구나~~ 미안 내가 못생긴 사람만 잘 기억 하는 편이라 예쁜 친구는 잘 까먹어..ㅋㅋ"
하며 기분도 업 시켜주고...
반대로 두 세번째 가게를 방문 했는데 먼저 알아봐주면 정말 기분 좋아합니다.
"저번 주에 비오는날 왔었죠 그날 잘 들어가셨어요?" 라던지...
"엇!! 파마 하셨네요~ 또는 커트 하셨네요~ 더 잘 어울리시는데요...^-^ 라던지....말이죠.
그러면 듣는 손님 입장에서도 좀 더 특별해 보이고 아~~이정도로 신경을 쓰시는구나 라는 감동을 얻게되죠
빵순이꺼야 님의 말대로 떠들거나 장난이 심한 테이블은 안주나 하나라도 더 챙겨주며 조금만 조용히 하자~하고 칭찬 해주고
가게가 조용하면 흥겨운 음악도 틀고...
음악선정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가 내리면 빗소리 들으라고 음악도 살포시 꺼서 분위기도 만들어 주고...
(포장마차기 때문에 빗방울이 포차로 떨어지는 소리가 예술이죠...ㅎㅎ)
참고로 저희 가게 손님은 2~30대 젊은 층이라 음악은 저 중 고등학교 때 듣던 기준 음악과 신곡을 섞어서 틀어 줍니다.
저는 송골매 건아들 센드페블즈 같은 가수들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곡만 틀면 안되기 때문에 70~80음악은 안틉니다.
터보의 Love Is 트위스트킹 회상 스키장에서...
김건모의 스피드 잘못된만남 룰라,젝스키스,듀스 대부분 이런 노래를 틀어줍니다.
사실 요즘 신곡 금방 질리 거든요...
이런 음악을 틀어주면 여기저기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야~이노래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 "이노래 유행했을때가 나 고1이였는데....ㅋㅋㅋ"
"야~~이거 나 군대서 일병때 마대질 하면서 듣던 노랜데 그때 귀로만 듣고 티비는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참 많이 맞었다 꼴통이라고....ㅋㅋㅋ"
"사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 이런 노랠 틀으세요?" "네 저 올해 몇살 이예요 ^^;; " "엇 나랑 동갑이네...!! 친구하죠 우리"
이렇게 해서 만난 동갑 친구들도 몇 됍니다...그럼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오고....그친구는 또 데리고 오고...하죠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면 세일 품목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꼬막 이라던지 호박이나 부추...등등 이런걸 가끔 사다가
꼭 메뉴 판에 없는 메뉴라도 꼬막을 삶아서 준다던지 호박이나 부추,두부 등을 부쳐서 준다던지...(손쉬운 요리)
오늘 장에 갔는데 참 싱싱 하더라고 한번 먹어봐~~^-^ 하고 건네 보세요 (세일이라 샀다는 말을 하지 마시구요..ㅎㅎ;;)
아니면 과일 같은거 세일 하면 사놨다가 사과를 깍아 준다던지 계산 하고 갈때 귤을 두어개 손에 쥐어 준다던지....해보세요
주는 저도 뿌듯하고 받는 손님도 좋아하고...
이러다 보니 저희 가게 손님들은 음료수나 커피라던지 피로회복제 아이스크림 등등 저에게 정말 많이 사다줍니다.
(참고로 가게 바로 옆이 편의점....ㅎㅎ;;)
이렇게 하다보니 저희 동네서는 괜찮은 가게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많은 손님도 중요하지만 울 가게 오는 단골 손님들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처음 온 손님들에게는 무조껀 주문하는 술을 한병 더 드리며 직접 한잔 따라 주면서 인사를 나누고...
전화번호를 물어봐서 단골 폴더에 저장 해두고 쉬는 날 헛걸음 하지 않게 문자로 쉰다고 알려주고 합니다.
여자 손님 같은 경우에는 전번 주는걸 꺼려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땐 일체 더이상은 묻지 않습니다.
정말 손님의 마음속을 눈빛만으로 알아야 하는게 장사의 첫번째 수단이며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장사하면서 정말 하지 말아야 할것은
외상 주지 말것!! (외상을 주게 되면 버릇도 되고 가게를 안오게 됍니다....) 두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미리 오늘 외상 해도 될까요? 하고 물어보는 유형과 다 먹고 난 후에 외상 이요~ 하는 유형
첫번째 유형은 웃으면서 좀 어렵다고 좋게 얘기 하고 담에 형이 그냥 술한잔 살게....라고 넘겨줍니다.
두번째는 크지 않는 금액이면 그냥 오늘은 이거 서비스야~ 담에 친구들 데리고와서 많이 팔아줘야해...
그리고 담부터는 이렇게 외상 하면 안된다 우리 가게 말구 다른 가게 가서도 말이야...
하지만 금액이 큰 경우 약속을 정하고 그 약속 날이 되어도 안올경우 독촉전화를 해야겠죠...
그런 기본도 안 갖춰져 있는 손님일 경우 저는 잃어도 된다고 생각 합니다.
과음 하지 말것!!(과음 하게 되면 자제력 이성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손님들과의 벽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굽신 거리지 말것!!(이건 손님이 부담을 같게 되며 한편으로는 좀 만만하게 비쳐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손님에게 사적인 감정 느끼지 않기!!(사실 남자인 저로서는 제일 힘든 부분이 아닐수 없습니다.)
공항근처고 오피스텔 많은 동네다 보니 승무원들과 혼자사는 여성분들이 가게 많이 오게 되는데 정말 예쁜 분들 많습니다.
하지만 한번의 자제력 또는 판단 미스로 그 손님 뿐 아니라 그 손님을 통해 알게된 손님 까지 잃을 수 도 있습니다.
다른 업소와 적을 만들지 말것!! (아무리 라이벌 가게라도 적을 만들지 않는거 정말 중요합니다. 선의에 경쟁만큼 아름다운것이 없습니다.)
니네 가게가 죽네 우리 가게가 사네 할거 없습니다.
먼저 다가가세요 먼저 다가가 좋은 얘기 이런저런 얘기 해보세요
저는 술을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업태가 다른 가게라도 먼저 가서 팔아주고
거기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장사 안되면 가서 커피도 한잔씩 마시고 오구요...
이러다 보니 서로 욕할 이유가 또는 으르렁 거릴 이유가 없어집니다.
"젊은 친구가 참 대단하네..." "아이쿠 대단하긴요 사장님이 대단하신거죠 많이 좀 가르쳐 주세요^^"
라이벌 가게와 적을 만들지 말고 내편을 만들기 위해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한걸음 먼저 다가가세요.
장사 안된다고 기죽거나 꿍~하지 말것!! (장사 안될때는 뭐든 간에 이유가 있어서 안되는 겁니다. )
일단 먼저 내 자신을 돌이켜 보고 다른 가계와 비교 분석을 해보고 메뉴얼도 바꿔 보세요.
안주 같은 경우는 금방 티가 납니다.
맛없으면 안먹고 가서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맛이 없으세요?안주를 많이 남기셨네요" 라고 물었을때 대부분의 손님들은 아뇨 "배가 불러서요" 라고 대답합니다.
배부른데 양이 많은 안주는 안시키겠죠... 이때는 정말 배부른 경우도 있겠지만 맛이 없는데 차마 맛없다고 말은 못해서가 대부분이죠.
마지막 제일 중요한것!!!
간과 쓸개는 빼놓을것!!(아무리 힘들고 짜증나고 열받아도 미소 잃지 말것) 간과 쓸개는 출근 할때 집에 두고 나오세요...ㅎㅎ
항상 미소 잃지 마시구요 행여나 미소가 쑥스러울지라도
절대!! 인상만은 쓰지 마세요......
계산 후 손님을 보낼때도 저는 "우리 가게 자주 와주세요" 라고 안합니다.
대신 같은 말이라도 포장마차가 생각 난다면 "저희 가게 꼭 찾아주세요^-^" 라고 합니다.
"아니면 또 와주실 거죠?" "아이구 그럼요 또 올게요...."라고 손님이 말하면
수줍음 섞인 미소와 얼굴로 새끼 손가락을 건냅니다...손가락 걸고 약속 해달라고 말이죠...ㅋㅋㅋ
별거 아니지만 이런 재치에 손님들이 갈때 까지도 편하고 기분 좋아합니다.
단체 손님들이 갈때는...
오다가다 돈 없구 배고플땐 언제든 형 가게 와서 우동한그릇 말아 달라고 해서 먹고 가라...
대신 너희들 다 오면 안되고 한명씩 개인 플레이 해라 그런거는...ㅋㅋㅋ 너희 다와서 우동 말아 달라고 하면
너희들 우동 말아주기전에 형 가게부터 말아 먹으니깐....ㅋㅋㅋㅋ 라고 유머도 해주죠
사실 이렇게 말해도 3000원짜리 우동 공짜로 말아달라고 오는 손님들 없거든요..^^;;
편하기 때문에,맛이 좋아서,분위기가 좋아서,음악이 좋아서...그냥 사장님이 좋아서...
온다는 말을 들을때면 정말 기분 좋고 뿌듯 합니다^^;;
글 쓰고 있는 지금도 건물 PC방에서 쓰는 건데 가게서 전화왔네요 손님이 찾는다고...ㅎㅎ;;
이만 허접한 글쓰기를 마치고 가게로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사람과 어울리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중에 정모라던가 자리가 나게 되면 꼭 한번 참석 하겠습니다.
날씨추운데 우리 카페 선배님들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번창 하고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