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지난 8월 17일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투신 사망한 후 부산대가 총장직선제를 존치하기로 결정하자 전국 교수단체들이 결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장선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경상대와 충남대 등 거점국립대 역시 직선제로 회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회장 권진헌),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최근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등 3개 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노중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상임의장 송주명), 학술단체협의회(회장 박거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 등 교수학술 4단체는 지난 21일 부산대에서 긴급 대표자회의를 갖고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교육부 정책 거부 및 총장 공모제 폐지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 △직선 총장에 대한 임명 제청 거부 또는 해당 대학에 불이익을 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것 등에 결의했으며, 9월 18일 서울에서 전국교수회의를 열고 각계 단체 및 시민들의 뜻을 모으기로 했다.
보수성향의 교원단체로 유명한 한국교원총연합회(회장 안양옥)에서도 “각 대학교의 총장선출방식은 대학별로 다양한 방식 중에서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합의해 도입해야 한다”며 간선제(총장공모제)와 총장직선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교육부도 대학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다양한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로 총장선출이 임박한 거점국립대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부산대는 교육부에 총장 직선제로 학칙을 개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며, 이에 따라 학칙 개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늦어도 12월 초까지 총장 1, 2순위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요청하고, 교육부가 아무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하반기 총장선출을 위해 이미 간선제를 위한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는 충남대와 경상대 역시 동요하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 25일 운영회의를 열고 9월 중 직선제를 되살리기 위한 토론회를 10월에는 교수총회를 차례로 개최해 직선제로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경상대 역시 9월 18일 전국교수회의 이후 서명작업을 거쳐 직선제 요구 관철을 위한 교수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안성진 경상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故 고현철 교수 추모사업 성금 모금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150명이 참여해 500만 원 이상 모았다”며 “직선제를 다시 되찾기 위한 교수들의 열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원대는 신승호 총장이 28일 사퇴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당분간 총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총장선출시기가 올 하반기로 당겨질 전망이다. 거국련 회장이기도 한 권진헌 강원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강원대 역시 다가오는 총장선거를 직선제로 치르기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원양성대와 지역중심국립대, 특수목적 국립대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다. 2016년 9월 이내에 총장 선출을 해야 하는 국립대만 6개곳이 넘는다. 총장선출을 앞둔 한 국립대의 교수회 관계자는 “중소규모 국립대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갖고 압박하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거스르기가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교련 회원교로서 침묵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 교수들의 의견을 조사 중이다. 의견에 따라서 직선제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장임용제청을 받지 못해 장기간 총장 공석 사태에 직면한 공주대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전주교대, 진주교대도 변수다. 일부는 교육부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데다, 故 고 교수의 사망으로 간선제가 ‘국립대 길들이기’라는 대중의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도 이 같은 부담을 의식한 듯 국립대 총장선출방식을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지난 27일 교육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총장간선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 만큼 직선제의 폐단과 간선제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총장간선제의 개선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대 교수들을 중심으로한 직선제 회귀로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간선제 유지 쪽에 확실한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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