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희 / 더블앤
책소개
텍스트에 관한 인문학적 취향과 사유
‘취존(취향존중) 사회’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개인의 ‘취향’과 욕망에 대해 솔직한 시대가 되었다. ‘취향’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고, 각종 미디어나 책, 축제 등에도 반영되는 콘셉트, 테마로 부상했다. 취미를 묻는 말에 ‘독서’라고 대답하는 게 보편적이었던 때를 지나, 이제 우리는 독서가 ‘취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전작 《여행의 취향》에서 여행지에서의 인문학적 사유를 풀어낸 고나희 작가가 이번에는 텍스트에 관한 인문학적 취향을 담아 《독서의 취향》을 출간했다.
쓰는 이(筆者)이자 읽는 이(讀者)인, 고나희 작가의 인문학적 독서 취향을 엿보며,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독서 취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저자 고나희
작가, 북에디터, 인문학 강사.
저서로 《여행의 취향》이 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서양사를 전공, 국어국문학을 부전공했다.
새로운 세계, 글과 말, 문장과 어휘의 쓰임에 관심과 취향을 두었다.
책을 쓰는 것도, 만드는 것도 즐긴다. 가장 즐기는 것은 책을 읽는 것.
일상과 여행, 모호하고 중첩된 경계를 나만의 취향으로 즐기는 일상여행자.
목차
프롤로그
1장. 읽는 이의 취향
# 해제(解除)를 위하여: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 흐르는 언어, 스미는 사유: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일 년 후 한 달 후》, 프랑수아즈 사강
# 시대를 이겨낸 텍스트: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 제인 오스틴
# 변두리: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 그녀들의 그녀: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
# 반영: 《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 카니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 일상이라는 풍경: 《일상적인 삶》, 장 그르니에
# 아직, 여전히: 《어쩌면 괜찮은 나이》, 헤르만 헤세
2. 여행하는 이의 취향
# 낯설게 하기(이야기를 통해): 《공항에서 일주일을》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 그에게 여행: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박태원
# 케렌시아: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 보다: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김화영
# 마음이 향하는 지점: 《이스탄불》, 오르한 파묵
# 반대로 향한 이들: 《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3. 쓰는 이의 취향
# 읽기의 공간 또한 쓰기의 공간: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 텍스트를 대하는 이, 은신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 작업실: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어니스트 헤밍웨이
# 작가가 된 독자: 《밑줄 긋는 남자》, 카롤린 봉그랑
# 전환: 《적지와 왕국》, 〈배교자 혹은 혼미해진 정신>, 알베르 카뮈
# 지향: 〈패터슨)〉, 짐 자무쉬
# 그 너머의 크리에이터: 《이토록 뜨거운 순간》 《웬즈데이》 《기사의 편지》, 에단 호크
4. 품은 이의 취향
# 어린 설움: 《어린 천사》, 루시모드 몽고메리
# 어른아이의 집여행: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컴퍼니》, 제레미 머서
# 정원사: 《어린 방랑자》, 댄 카비키오
# 자유로이: 《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 어두운 동화 : 《변신·시골의사》, 〈변신〉, 《소송》 《성》, 프란츠 카프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어느 순간 알게 된, 내가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그것은 ‘이야기’ 의 힘, 사유의 힘이었다
취향의 시대. 취향은 마음의 방향. 그 방향을 책과 여행으로 잡은 고나희 작가의 두 번째 책이 발간되었다. 인문학적인 독서 취향을 책에 담았다. 전작 《여행의 취향》이 여행지에서의 인문학적 사유를 담았다면, 이번 책 《독서의 취향》에서는 ‘이야기를 담은 책’에 관한 책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취향에 맞는 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가 읽고 사유한 40여 권의 책, 10여 편의 영화를 통해 작가의 취향을 투영하고 담고 나타내지만, 책 끝에 닿을 독자들의 손길과 글에 머물 눈길을 생각하며 집필했다.
본문은 크게 4장으로 나누어 〈읽는 이로서〉 〈쓰는 이로서〉 〈여행하는 이로서〉 〈마음에 담은 이로서〉의 취향을 정리했다. 작가의 정체성만큼이나 독자의 정체성이 강하기에, 고나희 작가의 마음은 자신의 글을 읽는 이들에게 향한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오가는 그 무엇, 공감일 수도, 유사한 바람이나 의견일 수도, 새롭고 다른 사유일 수도 있는 그것이 소통이라는 의미 아래 놓이길 바란다.
언제나 이야기에는 힘이 있으니까.
읽는 이, 여행하는 이, 쓰는 이, 품은 이의 취향_
《독서의 취향》 고나희 작가는 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첫 책으로 선택했다. 책을 신성시하며 보관하기만 할 것인가, 원하는 대중에게 공개할 것인가, 갈등하고 고민하는 문제는 비단 옛날 수도원 수도사만의 권리는 아니었다. 현재 우리 사회 어딘가에도 숨겨진 책이 있을 것이며 투명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해제(解除)를 위한 노력에 대해 사유하게 해주는 책으로 시작하여, 단번에 이해할 순 없었지만 언어를 통해 사유를 이끌어준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시대를 이겨낸 텍스트의 동시대성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로 이어진다. 〈그녀들의 그녀〉에는 브론테 자매의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 속 여주인공의 서로 다른 여성상을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를 담았으며, 〈카니발〉에서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카니발 축제기간에 일어난 여러 가지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래 카니발은 ‘살육제’를 의미한다. SNS와 온오프라인 영상과 방송이 빠르게 순환되는 요즘,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주제다.
나이드는 삶도 꽤 괜찮은 현재진행형의 삶임을 알려주는 헤르만 헤세 (《어쩌면 괜찮은 나이》), 그의 케렌시아를 읽으며 나의 케렌시아를 찾아보게 해주는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글을 쓰는 공간이자 작업실을 파리의 카페로 택했던 이방인 작가 헤밍웨이, 배우에서 작가로 창작의 범위를 넓혀가는 에단 호크의 영화와 책, 프라하를 닮은 카프카까지, 페이지 페이지마다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가며 읽게 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고전이 갖는 힘, 문학작품이 갖는 힘, 그리고 이야기의 힘을 알아가며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시간,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의 취향’이다.
책 속으로
금서(禁書)는 사회의 기준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열람 출판 공유 판매가 금지된 책은 그 책이 자리한 사회를 드러낸다. 수도원 장서관의 금서는 그 책을 숨기고 금서로 만든 자의 규칙을 나타내고 있다. (…) 수도원의 누군가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의지, 기준에 반하는 책을 숨긴다. 역설적으로 그는 그 책의 보관자가 된다. 봉인된(어쩌면 보관된) 지식은 그에 관한 욕망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 20~21쪽, 해제를 위하여, 《장미의 이름》 중에서
변두리 삶에 머문 그의 시선과 그가 그들의 삶을 반영한 방식을 긍정하고 싶다. 여자와 유대인에 과도하게 부정적이고 날선 선입관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 허구적인 르포르타주임에도 이 책을 긍정하고 싶은 이유는 그 시선과 방식 때문이다. 변두리 삶과 그 안의 인물들 밖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자신과 다름없는 대상으로 대하고 보았던 움
직임(시선)이었다. ‘다름’이 주는 곁눈질을 경계해야 한다.
- 44쪽, 변두리,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중에서
소외층에 관한 인식과 관심이 필요하다. 문학이란 더구나 소설이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있을 법한 개연성을 갖는 이야기이기에 소설이 재현한 허구는 마냥 허구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일 수 있다. 비범한 이들도 평범한 이들도 언제든 무엇에 의해 폭력을 겪을 수 있다. 폭력과 폭력을 겪는 이에 관한 인식을 바꾼다면 폭력을 아예 없앨 수는 없을지라도 그것의 세기를 약하게, 그 영향을 작고 좁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이 가장 격하게 반응했던 마지막 폭력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 67쪽, 카니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중에서
방문을 조금 열면 벽에 붙은 책장과 방문 사이에 자그마한 공간이 생겼다. 그곳에 가만히 앉아 조심스레 책을 열고 그 장면을 펼치면 불편한 감정이 마법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남매의 큰 슬픔에 나의 슬픔과 설움은 다행히 그리고 미안스럽게도 쉬이 덮어졌다. 어린 나에게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을 의미했다. 모든 것의 끝을 다루는 감정으로 덮어지지 않는 감정은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했고 책을 통해 공감받았다. 어린 설움의 깊이가 얕아졌고 그 크기 역시 작아졌다. 책장과 방문 사이에서 나올 때면 마음이 한결 가볍고 개운했다.
- 207~208쪽, 어린 설움, 《어린 천사》 중에서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은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신분적?장르적 정체성을 벗어나 신분과 장르를 자유로이 오가며 작품을 이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자크는 자신의 신분과 환경, 사고에 있어 자유로웠던 인물로, 그 덕분에 그의 작품은 그만큼 자유로이 읽히고 편견 없이 편안하게 대해진다.
- 232쪽, 자유로이, 《골짜기의 백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