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토 페달과 애프터 페달
# 지난 강좌에서 페달링에 대해 공부하며 페달을 밟는 타이밍에 따라 첫번 째, 타건하기 전에 미리 페달을 밟는 경우 두번 째, 타건과 동시에 페달을 밟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건 후에 페달을 밟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 예. 첫번 째와 두번 째의 경우는 지난 시간에 이미 언급을 하셨고 오늘은 세 번째의 페달링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 예. 학생들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발 가는대로 빈번하게 사용하는 페달링이 바로 이 레가토 페달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타건후 페달을 밟는 경우라 할지라도 레가토의 효과를 위하여 금방 금방 갈아 끼워주는 레가토 페달(legato pedal)이 있고 주로 느린 곡에서 박자의 절제된 울림을 위하여 박자의 중간에서 페달을 밟아주는 애프터 페달(after pedal)이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초견으로 노래를 만들 때, 곡의 특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레가토 페달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레가토 페달을 제대로 쓰지못해 서로 다른 두 화성이 섞여 매우 지저분한 소리가 나고 있는데도 잘못된 페달링을 교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의 대부분은 페달링의 잘못된 타이밍에 그 원인이 있지만 간혹, 근본적인 페달 습관이 나쁜 학생의 경우도 봅니다.
■ 잘못된 습관의 몇 가지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 첫 번째 확연한 예로 페달을 페달 홈의 끝까지 올렸다 내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반(half) 페달링을 쓴 것처럼 처리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발의 감각을 잘 익혀 페달을 홈의 끝까지 올렸다 내리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또 어떤 학생들은 발을 페달의 너무 안 쪽 까지 들어가서 밟는데 페달의 원리가 지렛대의 원리와 같으므로 발을 너무 페달의 안 쪽으로 밀어서 밟기 보다는 전체 발 사이즈의 1/5정도만 사용하여 엄지발가락의 힘으로 밟는다는 생각으로 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때 발꿈치는 바닥에 부치고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 그럼 구체적으로 악보의 예를 사용하여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네. 악보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레가토 페달이나 애프터 페달의 공통점이 동시 페달(왈츠 페달, 액센트 페달)과는 달리 타건과 페달링의 타이밍이 엇갈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손과 발의 코디네이트가 매우 자연스럽고 유연하여야 하며 레가토 페달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아주 간단한 악보로 왼손과 페달만 먼저 공부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럼 제가 편곡한 찬송가 <주 음성 외에는 (악보1)>의 페달 표시를 주의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곡은 감정을 가지고 부르라는 지시어처럼 마음으로 가사를 느끼며 피아노를 쳐야하는데 23마디와 24마디, 그리고 37마디에서부터 39마디까지의 페달 표시는 레가토 페달로 처리하라는 뜻입니다. 클래식 악보에서 없이 가 연이어져 있는 경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많은 학생들이 보통 이러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화성이 바뀜에 따라 한가지 방법, 즉 레가토 페달로만 처리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귀로 잘 들으려하지 않고 습관에 의해서만 페달을 밟기 보다는 여러가지 방법을 실험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곡 역시 레가토 페달과 애프터 페달을 융통성 있게 혼합하여 써 볼 수 있습니다.
■ 애프터 페달링은 반주시 스스로 응용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페달 표시를 해 놓았는데 그 표시대로 밟아 보십시오. 박자의 중간에서 페달을 밟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2분 음표가 있으면 두 박자이므로 한 박자 부분 즉 4분 음표 부분에서 페달을 밟으시고 4분 음표라면 8분 음표 부분에서 밟으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 것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편적인 설명이고 같은 2분음표라 할지라도 그 곡의 느리기가 어느 정도인지, 또 음의 조직은 어떠한지, 노래의 음형은 어떠한지, 또한 피아노의 어느 음역에서 치는 지에 따라 울림의 차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뭐라 딱 단정지어 말하기보다는 그 때 그 때 노래의 상황을 고려해서 예민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선생님이 표시해 준 1 마디에서부터 22마디까지의 페달링이 소위 애프터 페달인가요?
# 네. 그렇지요. 앞서 말했듯이 느린 템포의 곡에서 절제된 울림이 필요할 때에는 레가토 페달 보다는 애프터 페달의 사용을 권합니다. 쇼팽의 녹턴곡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겠군요. 악보에 후 가 번갈아 나오는것을 자주 보았을 것 입니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것은 이 페달 표시를 애프터 페달로 처리할 때 가 나온 바로 그 타이밍에서 바로 페달을 떼라는 것은 아니므로 악보에 나와 있는 의 위치에만 무조건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귀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합니다.
■ 저 또한 레가토 페달에만 의존 했던 사람이라 선생님께서 표시해 주신 대로 애프터 페달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표시해 주신 것에 의하면 페달을 뗀 채로 더 기다려야 하는데 발이 벌써 페달을 밟아버려 레가토 페달 처리를 해버린 결과가 되었네요. 어떻게 고쳐나갈 수 있을까요?
# 네. 저도 가르쳐보니 습관적으로 레가토 페달에 익숙해 있던 학생에게 애프터 페달을 숙지 시키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그리고 학생들이 놓지는 것이 애프터 페달 사용시 페달을 떼고 그 전 화성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이라 하더라도 손으로는 반드시 부드러운 레가토를 표현하여 아름다운 프레이징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봅니다. 또한 왈츠 페달이나 액센트 페달처럼 스피디한 발동작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페달을 밟거나 떼는 스피드가 매우 섬세하게 부드러운 액션으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한번 이렇게 실험을 해보세요.악보에 표시되어 있는 페달 표시를 무시(?)하고 자신의 귀로 페달을 밟아 보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집중해서 실험 해보십시오. 1) 페달을 밟습니다. 2)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 화성이 섞여서 지저분한 소음을 만들어내는 지점을 귀로 찾습니다. 3)지저분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은 지점에서 페달을 들어줍니다. 4) 무조건 또 다시 밟으려 하지 말고 그 전의 화성이 사라지길 기다립니다. 이 때 반드시 손으로는 레가토를 아름답게 처리하고 있어야합니다. 5)화성이 바뀐 후 그 박자의 중간에서 페달을 밟아줍니다. 6) 짧은 경과구라 할지라도 그 안에 비화성음 (예,20마디 셋째 박)이 들어있으면 한 페달로 처리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20마디 셋째 박에서와 같이 페달을 떼어주거나 36마디 셋째 박처럼 페달을 갈아끼워 줍니다. 이외에도 순간적으로 밟는 페달링, 피치카토 페달링, 디미누엔도 페달링, 오픈 페달링 등 많은 페달링을 구사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좋은 페달링을 익히기 위해서는 페달 표시가 없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그렇다고 해서 악보의 페달 지시 사항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마십시오.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귀를 개발해 나가며 페달 사용에 대해서 자유로와지십시오.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좋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귀에 의지해서 자유롭게 사용한 페달링이 어느 유명 피아니스트가 제시한 페달링과 크게 다르지 않아 페달밟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날이 올 것 입니다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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