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희 선생님이 상담을 시작할 때 했던 말이 있다. “내 문제가 해결되면 가족이 보이고, 친구가 보이고, 사회가 보여요." , “저는 뉴스의 사건사고를 보면 저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 지 알 수 있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나 살기도 바쁜데, 남의 인생의 인과관계까지 보인다고? 나는 타자의 삶을 들여다 볼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선생님이 유독 너그러워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담이 6회 정도 진행됐을 쯤이었다. 당시 나는 또래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는데, 한 사람이 매일 지각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지각도 할 수 있고, 시간 약속을 어길 수도 있지만 어떻게 돈을 받으면서 항상 지각을 할 수 있는가!!! 오늘 상담을 가면 기필코 내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선생님, 저 그 사람 너무 짜증나요! 어떻게 맨날 지각을 해요? 같은 돈 받고 일하는건데 지만 맨날 늦게오고! 누구는 늦을 줄 몰라서 늦나!!!" 속사포처럼 짜증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을 이해하고 미워할 수 있지 않은지 물어봤다. 선생님은 박장대소하면서 이 한마디를 건냈다.
“혜인씨~~~ 요즘 살 만한가 봐요?"
항상 내가 답답한 나의 성격, 부모님과의 갈등처럼 ‘내 이야기’로 고민을 털어놓던 내가 가족과 친구를 떠나 ‘남의 이야기’를 상담했다는 것. 이것 자체가 내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맞는 말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기 싫어서 대처 방안을 물어본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신경도 안 쓸 문제를 선생님에게 이야기한 것. 내 문제가 해결되니 거리가 있는 사람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선생님에게 말한 것이다.
그제서야 선생님이 첫 시간에 한 말이 이해됐다. 나도 다른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편하면 뉴스를 보고도 이입이 되고, 남의 문제를 봐도 가슴 아파한다는 것.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이런 말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운동가나 인권운동가를 보면 저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올까 궁금했다. 빌 게이츠가 환경에 관심을 보이고, 글로벌 부자들이 인류를 위해 힘쓰는 것이 어쩌면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인 만족이 모두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또, 선생님은 상대방에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다. 부정적 감정 등 남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를 모색할 수 있는 찬스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