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호수가 있는 도심 속 휴양지
작년 크리스마스에 호주인 친구에게
시드니에서 트레인을 타고 도심을 벗어나 놀러 갈 수 있는 지역을 추천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해 준 장소가 바로 워이 워이(Woy Woy)였지요.
시드니 시티에서 센트럴코스트&뉴캐슬(Central Coast & New Castle)행 트레인을 타고
워이 워이역으로 가거나 자동차로도 한 시간 이내면 도착한다는 곳이었답니다.
무엇보다 산에 둘러싸인 커다란 호수들이 끝없이 펼쳐진다는 점과
제가 매우 좋아하는 호주 별미 음식인 피쉬앤칩스가
기막히게 맛있는 유명 레스토랑이 있다는 것도 마음을 끌었답니다.
그리고 동화에서 아기를 물어다 주던 영특한 동물 펠리컨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고 하니
더 주저할 필요가 없었지요. 그렇게 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저는 워이 워이를 다녀왔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엄청나게 내려 사진 속에서 보았던 푸른 바다 호수는
폭우 때문에 회색빛이 되었고, 가려 했던 레스토랑은 사전에 영업시간을 알고 가지 못해
이미 영업이 끝난 상황이었지요.
그런 불운 속에서 마친 여행이었지만 워이 워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식처라는 인상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요즘 저는 작년에 범했던 실수를 기억하며
다시 워이 워이로의 여행을 결정했습니다. 일기예보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작년에 못 갔던 피쉬앤칩스가 그렇게 맛나다는 레스토랑 영업시간도 면밀하게 조사했지요.
그렇게 해서 저는 바다 호수가 파란 여름 하늘 빛을 그대로 담을 화창한 어느 날 워이 워이에 다녀왔습니다.
펠리컨의 천국
워이 워이라는 지역명은 발음부터 일반적인 영어이름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워이 워이는 호주 원주민 다르킨 정 부족의 말 Wy Wy가 변이된 것이라고 하네요.
뜻은 넘쳐나는 물 혹은 거대한 바다호수라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워이 워이는 어릴 적 유명 관광지 풍경을 모아놓았던 달력 속 사진을 보는 것처럼
우거진 삼림이 있는 산과 수채화를 그리기 위해 파란 물감을 묻힌 붓을 깨끗한 물에 풀어 놓은 것과 같은
맑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 곳입니다. 호수 위에는 흰 돛을 단 요트가 햇살에 반짝반짝 빛을 내며
유유자적 떠 있고, 커다란 펠리컨 무리들이 평화롭게 있더군요.
펠리컨은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마치 애완동물처럼 곁을 내 주더군요.
다른 새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부리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펠리컨의 부리가 남다르게 큰 이유는 그곳이 바로 식품저장창고이기 때문이라네요.
자신이 잡은 신선한 물고기나 벌레 따위를 저장해 놓고 배가 고플 때마다 먹기도 하고,
어린 새끼들 식사를 그걸로 챙기는 거랍니다.
머리를 어미 입속에 모두 들여놓은 채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어미 펠리컨의 따뜻한 모정이 느껴져
참 보기 좋았답니다. 호주인이 동물을 사랑하는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이곳 지역 주민들의
펠리컨 사랑도 유별나다 할 정도로 크답니다. 펠리컨 먹이주기(Pelican feeding) 타임을 매일 정해
필리칸을 돌보고 있다고 하네요. 펠리컨 먹이주는 풍경은 외부인에게는 진귀한 모습이므로
일부 관광 회사에서 센트럴 코스트 펠리칸 투어도 관광 상품에 포함했을 정도랍니다.
리조트로 개발된 지역
워이워이는 지역적으로는 고스포드 카운슬에 속한 도시이지만 일반적으로 광역 시드니의 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원주민만 있던 이곳에 백인이 들어와 거주하며
빠르게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1889년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가는 철도 노선이 구축되면서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는데 훌륭한 자연조건을 지닌 덕분에 해안 리조트 분위기로 변모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워이 워이 중심가에는 초반 리조트 스타일이 엿 보이는 건축 스타일을 지닌 주택도 많이 남아있답니다.
시드니 근교에 자리한 지역적인 장점과 타고난 풍경으로 워이 워이는
주말 휴양지와 은퇴한 이들이 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각광받게 된 것이지요.
마을에는 아기자기한 빈티지숍도 많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저도 작은 브로치를 구매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점이
워이 워이를 다녀온 소중한 기념품을 획득한 기분이 들었지요.
화려한 쇼 윈도우로 장식된 도시 거리에서는 만나기 힘든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이 워이에 가시게 된다면 빈티지 숍을 구경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고 누리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
휴양지와 리조트로 개발되었긴 하지만 워이 워이는 최대한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전했고
워이 워이 특유의 고즈넉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는 마치 시간이 좀 더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니까요.
워이 워이에는 낚시와 카약을 즐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낚싯대를 드리우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고,
카약도 속도에 경쟁을 붙여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며 노를 젓습니다.
꼭 무언가를 해야 하고 시간을 바쁘게 살면 안 된다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던 이들에게 워이 워이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자유와 위로를 줍니다.
그냥 자연이 우리에게 값없이 주는 하늘과 호수만을 온종일 바라보아도
충분히 삶은 아름답다는 가르침을 준답니다. 워이 워이가 넘쳐나는 물이라는 뜻이라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건조한 우리네 일상을 여유로 충만하게 적셔줄 넘쳐나는 물 같은 축복이 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마음의 습도계를 재는 온도계가 있다면 워이 워이에 다녀온 이후
제 마음 속 습도지수는 분명 촉촉한 수분으로 충분히 채워졌다고 표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주소: Woy Woy, NSW, 2256
- 홈페이지: www.centralcoastaustralia.com.au
김서희 기자 sophie@hanhodaily.com / 사진 남현재
워이 워이 주변 가볼 만한 곳
1. 피셔맨 와프(woywoy fishermens wharf)
워이워이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면 피쉬앤칩스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정평이 자자한
피셔맨 와프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워이 워이까지 와서
여기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마치 한국 전주에 가서 비빔밥을 안 먹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1974년도에 개업한 40년 전통을 지닌 피셔맨 와프는 신선한 생선이 잡히는 워이 워이 지역 특색답게
해산물을 기본으로 한 메뉴들이 미식가들을 매료시키는 장소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피쉬앤칩스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두툼한 두께 감이 압권이다.
두 명이 하나를 시켜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로 사이즈가 크게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가격은 하나당 $9.5.
아울러 영업시간이 마감되는 즈음에는 매일 남은 생선을 펠리컨을 위해 주기 때문에
오후 2시가 넘어서면 레스토랑 주변으로 엄청난 수의 펠리컨이 모여드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워이 워이 지역 주민들의 펠리컨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주소: The Blvd, Woy Woy NSW 2256
- 전화번호: 02-4341-11711
- 영업시간: 기본적으로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하루 3시간만 이용이 가능하니 오픈 시간을 미리 참고하고 방문해야 한다.
(포장판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아쉬운 관광객들을 위해 대신 수요일과 토요일엔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추가로 영업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만 장사를 해도 충분하다는 유명 맛집다운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2. 워이 워이 전쟁 기념공원 (Woy Woy Memorial Park)
전쟁 참전 용사들을 위한 추모 공원으로 그들의 이름을 벽에 모두 써 놓았다.
한국전 참전 용사임을 상징하는 KOREA가 새겨진 기념비도 있어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안타까운 역사를 기리는 공간이지만 꽃과 울창한 나무들이 산책로로 잘 갖추어져 있는 공원이다.
맞은편에는 펠리컨 섬(Pelican island)이라 불리는 작은 섬도 보인다.
벤치에 앉아 눈 앞에 흐르는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펠리컨 섬을 바라보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3. 우미나 비치(Umina Beach)
워이 워이 인근의 유명한 비치로 손꼽히는 장소다.
1971년 워이 워이 리조트 타운 개발이 시작되면서 일찌감치 대표적인 휴양지로 자리를 잡았다.
우미나 비치로 가기 위해서는 워이 워이역에서 맞은편 케이마트(K Mart)에서
우미나 비치로 가는 버스(50번이나 55번 등)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로 10분 정도 소요되며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가면 우미나 비치를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해 늘 북적이는 인파가 있는 본다이 비치나 맨리 비치와는 전혀 다른 한적하면서
여유로운 매력이 있는 장소다. 센트럴코스트의 대표적 비치로 거대한 사임으로 형성된
기다란 해변에는 서핑하기 좋은 파도도 갖추고 있어 서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우미나 비치 인근에는 에탈롱 비치(Ettalong Beach)와 에탈롱 전망대(Mt. Ettalong Lookout)도 있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있는 브로큰 베이(Broken Bay)까지 충분히 조망할 수 있다.
에탈롱 비치는 우미나 비치보다는 물살이 잔잔해 서핑보다는 수영을 즐기기에 더 좋다.
수상 스포츠를 하기 위한 시설도 잘 구축되어 있다. 에탈롱 비치에는 주말마다 마켓도 열려
색다른 흥미를 더한다. 참고로 우미나는 원주민어로 잠자는 곳 혹은 휴식처라는 뜻이다.
휴양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명 감각이다.
4. 브리즈번 워터 국립공원(Brisbane Waters National Park)
우미나 비치에 있는 공원으로
1만 2천 헥타르 넓이에 거대한 사암이 길게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공원이다.
트랙이 잘 조성되어 있는 부시워킹을 하기에도 좋고 구링가이(Guringai)원주민의
신비로운 암각화가 곳곳에 있는 것도 매력이다. 다른 장소에서는 보기 어려운
호주의 희귀한 야생화도 다양하게 자생하고 있어 방문자들의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5. 어부들의 부두(Fishermen's Wharf)
워이 워이는 낚시인들에게 주목을 받는 장소다.
시쳇말로 물 반 고기 반이라 불릴 정도로 월척이 잘 잡혀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그 중의 가장 잘 알려진 포인트는 어부들의 부두(Fishermen's Wharf)라 불리는 부두로
메기, 돔, 바다게가 유명하다. 다리 서쪽에 있는 워이 워이 베이(Woy Woy Bay)도
또 다른 포인트인데 여기는 낮에는 농어 밤에는 새우가 잘 출몰한다.
부두 주변에는 보트 선착장, 피크닉 장소, 어린이 놀이 공간도 있어 가족단위로 와도 좋다.
출처 : 한호일보(http://www.hanho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