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KTX 는 일본의 신칸센,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스페인의 AVE와 함께 세 계 다섯 번째로 완공된 고속철이다. 이제 우리 한반도가 반나절 생 활 권으로 접어 든 것 은 멀리 사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할 때 편지 를 사용하 다가 전화의 시대 로 바뀌는 것만큼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기에 많은 축하와 함께 큰 기대 때문에 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속철을 이용하여 익산에서 서울을 세 번 왕복하면서 여러 가지를 회상하 였다. 필자가 처음 기차를 탔을 때는 아마 다섯 살 무렵으로 1950년대 후반으로 기억된다. 순천에서 아버지의 근무처인 목포까지 하루 종일 기차를 탔고 너무나 심한 멀미 때문에 뱃속의 내용물을 모조리 쏟아버려야 했으며 그 바람에 어머니께서는 멀미할 여유도 갖지 못한 괴로운 시절, 그 후 몇 번의 여행으로 멀미가 감소되어 기차에서 사먹었던 삶은 달걀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중?고등학생 때는 기차통학을 하면서 토요일이면 철길을 따라 걸으며 못을 철길에 놓고 기차가 지나 간 후 납작해진 못으로 칼을 만들어 가지고 놀던 일, 아침 통학열차가 늦 으면 지각하기 다반사이고 저녁 열차가 늦으면 달빛 아래 자갈길을 걸으며 다음 날 기차 탈 일 걱정하던 시절 등 수많은 추억들이 이제 잔잔한 영상으로 만 존재하 게 되었다. 서울에서 회의를 마치고 새마을호나 무궁화로 밤에 익산으로 올 때는 동료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데 족히 세 시간 정도는 마실 수 있어 홍익회에 보태준 돈도 만만치 않았으나 이제 맥주 값은 절약된 반면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비례하여 줄어든 걸 보면 사람들이 빠른 것만을 추구하다 보니 점차 삶의 여유가 없어지는 듯하여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요즘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저녁식사 겸 회의를 하는데 이런 곳에 참석하려면 익산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행 기차를 타고 가 하룻밤을 지내야 했는데 고속철 개통이후로는 오후 일정을 어느 정도 마치고 출발하여도 충분히 참석할 수 있으며 집에도 자정 이 내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음 날의 근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매력이 있 었다. 그러한 매력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약간 증가하였지만.
세상사 모두 양지와 음지가 있듯이 고속철에도 장?단점은 있으며, 장점은 널리 이용하고 단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한 가지를 소개하 고자 한다. 고속철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역방향 좌석은 멀미를 일으키기 때 문에 아 무리 많은 경비가 소요되더라도 초기에 모두 순방향으로 전환하 여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어떠한 이유에서 역방향으로 좌석을 배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을 개발할 때는 많 은 연구 와 검토과정을 거쳤으리라는 점만은 믿고 싶다. 그런데 왜 유독 고속 철 의 역방향 좌석은 쉽게 멀미를 일으키는 것일까? 이것이 생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옳은 상식일까? 본인의 학문적 관심분야이기에 이 점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멀미는 고 대 그리스 시대부터 보고되어 왔는데 그 당시는 대중교통수 단으로 배가 가장 많이 사용되어서 “배에서 생긴 병이다”라고 하였다. 멀미는 자 신이 움직이는 동작 (능동적 자세) 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타인에 의하여 움직여지는 동작 (수동적 자세)에서만 발생 한다. 즉 자동차를 타기만 하면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 만일 운전사가 멀 미를 한다면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신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 다. 멀미는 우리 몸의 자세균형을 유지하는 평형기관인 속귀의 전정기관과 시각, 각 관절에 존재하는 고유수용기로부터의 입력신호가 뇌에 존재하는 평형중추인 전정신경핵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미 뇌에 기억되어 있는 정보와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증상이며, 승객의 건강상태, 주위 공기의 청정도나 분위기, 심리적 상태 등 다양한 요소 가 관여한다. 멀미의 증상은 다양하여 미식거림, 구토, 졸 리움, 무기력감, 어지러움, 두통, 침흘림, 복 통, 창백, 발한, 하품, 맥박수 변화 등이 동반 되며, 이 중에서 미식거림, 구토, 창백, 발한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실험적으로 멀미는 1분당 6-10회의 진동에서 가장 심하게 발생하며,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을 탈 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상인의 1/3에서 멀 미를 경험한다고 한다. 멀미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으며 여성이 남 성보다 더욱 민감하고, 신생아에서는 거의 멀미를 하지 않으나 2-12 세까지의 나이에서 생리적으로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이 되면 멀미하는 횟수가 점차 감소한다. 신생아 때는 평형기관인 전정기관의 기능이 완전하게 발달되지 않기 때문에 멀미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는 실험적으로 양 측 귀에서 전정기관을 제거한 동물에서는 멀미가 발생하지 않음으로 입증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폭풍우 속에서 비행기가 흔들릴 때 눈은 이것을 감지하지 못해도 전정기관이나 각 관절로부터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멀미를 일으키는 점 등으로 보아 멀미의 발생에는 전 정기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눈을 통한 시각 자극 또한 멀미를 일으킬 수 있다. 즉 회전하는 물체를 지속적으로 바라보거나 큰 화면의 바로 앞에서 영화 를 관람할 때는 순수한 시각자극에 의해서 멀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속철에서의 멀미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보자. 고속철은 일반 철도와는 달리 철로의 이음새가 없이 용접되어 있기 때문에 진 동이 감소되게 설계되어 멀미의 주범인 전정기관과 각 관절의 자극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급행열차보다는 완행열차에서 더 많은 멀미를 일으킴은 열차의 출발과 멈춤이 속도의 변화를 가져와 전정 기관의 자극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며, 고 속철의 경우는 출발과 멈춤 이 적고 일정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전정기관의 자 극이 일반열차와 비교하여 약하다. 이러한 점만을 고려한다면 고속철의 순방향은 일반열차 보다도 멀미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감소되어 있다. 그러나 열차여행은 경치 구경이 일품이라고는 하지만 이 경치구경이 멀미의 원인인 시각자극인 것이다. 실험적 으로 100 km 정도의 속도에서는 차창 밖을 지나는 전봇대를 따라서 눈이 움직일 수 있으며, 비교적 느린 속도일수록 눈은 통과하는 물체에 고정될 수 있다. 이처럼 움직이는 동안에 지나가는 물체에 눈을 고정하는 것은 눈을 통한 신호가 몸의 움직임에 의하여 전달되는 전정기관의 신호를 억제하게 되어 멀미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운전사가 멀미를 하지 않는다 거나 자동차의 앞자리에 앉으면 멀미 의 발생이 감소하는 원리이다. 그러나 300 km로 달리는 고속철의 경우 가까운 곳의 물체는 그 냥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며 먼 곳의 풍경만이 정확하게 포착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의 물체에 시선을 집중 하려고 노력하면 어지 러울 수 있으나 먼 곳의 경치를 보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순방향의 좌석에서 여행할 때의 상황이며 역방향의 좌석은 순방향 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역방향 좌석에서도 멀미의 주범인 전정기관과 각 관절의 자극 정도는 순방향 좌석과 동일하지만 다만 눈을 통한 시각자극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반열차보다도 고속철의 역방향 좌석은 멀미를 일 으킬 만큼 강한 시각자극을 유발할 수 있을까? 눈을 통한 시각자극의 강도는 순방향 좌석에서와 동일하지 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눈을 향하여 접근하 는 순방향의 경치에 익숙해 있으며 눈으로부터 멀어지는 역방향의 경치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걸어가는데 항상 앞으로만 전진하는 발걸음에 익숙해 있고 뒤로 후퇴하는 발걸음에는 서툴다는 논리와 일치한다. 눈을 통한 시각자극은 이러한 역방향의 자극보다는 오히려 지하철을 탔을 때 지상에서 물체가 옆으로 지나가는 수평방향의 자극이 역방향의 자극보다 더욱 강할 수 있다.
이와 같 이 역방향 좌석에 대한 눈을 통한 시각자극의 강도 를 생리적으로 살펴본 결과 역방향 좌석에서 멀미를 쉽게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익숙치 못한 시각환경과 심리적인 것으 로 추측할 수 있다. 순방향과 역방향 좌석 에서 모두 전정기관과 시각, 각 관절로부터 전달되는 자극의 강도는 비슷하고, 실내의 공기 청정도 또한 동일하기 때문에 멀어져 가는 경치에 대한 비적응, 고속철은 빨리 달린다는 공포감,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한 소문 등에 의하여 멀미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 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여 보자. 첫째, 역방향의 경치 구경에 익숙하도록 노력하자. 뒤쪽으로 가는 걸음걸이에 익숙치않다 하더라도 몇 차례 노력하면 보다 자연스럽게 걸어갈 수 있으며, 필자의 실험에서 전투기 조 종사들이 처음 비행훈련을 시작할 때보다 훈련시간이 증가할수록 신체 적응능력이 신속하게 향상되고 멀 미 민감도가 감소되는 점 등은 우리 인간의 두뇌는 1,000 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소성이 탁월하여 쉽게 적응능력이 생긴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 마도 현재 컴퓨터 세대인 젊은이들은 화면상으로 많은 게임에 익숙해 있고 어려서부터 자동차 문화에도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미 역방향의 경치 관람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항상 개인차가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이제 시작 단계이니 만큼 승객들도 고속철의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둘째, 심리적인 선입견을 버리자. 얼마 전 필자가 마라톤에 참가하여 마의 지점이라 일컫는 35 km를 통과할 때 페이스메이커가 “할 수”를 외치면서 우리에게 “있다”를 복창하라고 하여 “할 수 있다”를 선도한 보람으로 쉽게 결승점을 통과하였으며, 필자의 실험에 의하면 회전자극 동안에 어지럽다는 생각을 가지면 더욱 어지럽게 반응이 나타난 결과들은 대뇌의 사고영역이 여러 가지 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역방향이라고 무조건 어지럽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나는 멀미를 하지 않는다” “역방향의 경치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자. 필자는 일부러 역방향 좌석을 이용하여 보았는데 아무런 차이를 경험할 수 없었다. 셋째, 비싼 요금을 내었으니 그 만큼의 반사 이득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고속철에서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마치 시내버스 요금을 지불하고 리무진 택시 대우를 받으려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요금은 외국에 비하여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 실정에는 비싼 금액이니 시간으로 그 이득을 보충해야한다.
추가하여 일반적인 멀미예방법을 보면 마음의 긴장을 없애고 느리게 심호흡을 하며, 독서를 하지 않고 먼 곳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한 물체에 가능하면 시선을 고정시키고, 냄새에 의한 자극을 피하고, 여행 전 과식과 음주를 피하며, 필요하면 멀미약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 로 철도 당국에 바라고 싶은 말은 시작 단계의 실수를 반복하 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환경을 구축하 여야 하며, 노약자들은 우선적으로 순방향의 좌석을 배정해주는 승객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그리고 오늘의 고속철이 완공되기까지 밤낮 없이 수고하여 주신 철도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처음의 계획처 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고속철이 되길 기원하며, 이 글이 고속철 여행자에게 도움이 되어 쾌적한 여행을 즐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첫댓글 KTX 좋기는 하겠지요? 아직껏 타보질 못했느니...하긴 이곳 남원은 언제나? 그렇다고 일부러 익산꺼정 가서 타 본다는 것두 그렇구,,,언젠간 한번 타보고 위 내용 평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