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다듬다
/양희진
산골마당 퍼진 햇살 아래
소쿠리 가득 따온 나물을 펼쳐놓는다
아기 손같이 보들한 오가피 다섯 잎
손에 가시가 박히는 줄도 모르고 살살 떼어낸다
어떤 것은 가시에 찔려도 모를 만큼 소중한 것이 있다
둥근 머위 대는 툭툭 꺾어 담는다
딸 때도 수월하더니 끝까지 풍성하다
호박잎처럼 동그라니 쌈으로 먹는다
사는 날들도 이렇게 둥글었으면
낮게 엎드려 따온 자잘한 돌나물은
상처 없이 베려면 땅에 가까워져야하고
검불들을 골라내야 돌나물을 얻을 수 있다
어떤 것은 낮게 정성을 들여야 본모습을 내어준다
쭈그려 앉아 쓸모없는 것들을 골라내고
덥수룩이 덮여 있는 지푸라기들을 떼어낸다
어쩌면 이 못난 것들이 나물을 자라게 했을까
이 하찮고 무용한 것들이 나를 지켜준 것일까
챙모자를 쓰고 봄을 다듬는다
쭉정이들이 덩달아 딸려 나간다
버리고 쳐내고 잔가지를 골라내니
새뜻해진 봄이
소쿠리 한가득 들어와 앉는다
4월, 진눈개비
시미즈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수만의 흰 나비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4월에, 눈
아치형의 하늘에서
흰나비들의 군무가 끝없이 이어지고
시마무라의 허무가 하늘에 흩어져
길을 잃었다
이쪽과 저쪽 끝 사이
눈과 비 사이에 갇힌 진눈개비
눈부신 열망은
하얀 얼굴 뒤로 물러나고
연두를 꿈꾸던 4월의 첫 날은,
깃털처럼 흰색이었다
부서져 내리는 하얀 봄
흰나비로 온 그 해 4월,
봄은 진눈개비처럼 멀리 더디기만 했다
양희진 2017년 《인간과문학> 시, 2024년 <수필과비평> 수필, 2025년 <인간과 문학》 평론 등단. 시집 「접속」
「샤갈의 피안 없는 시간」 「라브린스, 숲을켜다」jasmin11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