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과 금실을 좀 다르다고 봅니다. 소리내기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한자에서 온 것이다 보니 뜻도 확실한데... 제 맘에는 안 들지만, 어쨌든, 부부간의 사랑을 뜻하는 표준말은 금슬이 아니라 금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 10시 조금 넘어서 KBS에서 미국에 사시는 노부부가 나와 다정하게 인터뷰하는 것이 나왔습니다.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거기서 '부부금슬'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1. '금슬(琴瑟)'은 거문고 금 자와 비파 슬 자를 써서, 거문고와 비파를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2. 부부간의 사랑을 이를 때는 '금실'이라고 해야 합니다. 비록 거문고와 비파처럼 소리가 잘 어울린다는 데서 와서 부부가 잘 어울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기는 하지만, 사전에 오른 것은 '금슬'이 아니라 '금실'입니다.
3. 말이 살이 있다 보니, 사람들이 자주 쓰면 사전에 오르기도 합니다. 강남에서 온 콩은 강남콩이었겠지만, 소리 내기 쉽게 남들이 자주 쓰는 강낭콩이 표준말입니다. 안과 밖을 뜻하는 안팎도 처음에는 안밖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비로 말뿌리(어원)에서는 멀어지지만 사람들이 자주 쓰면 사전에 올라 표준말을 갈음하게 됩니다. 그러나 금슬과 금실을 좀 다르다고 봅니다. 소리내기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한자에서 온 것이다 보니 뜻도 확실한데... 제 맘에는 안 들지만, 어쨌든, 부부간의 사랑을 뜻하는 표준말은 금슬이 아니라 금실입니다.
4. 오늘 아침에 받은 사랑방 새벽편지에 이런 글이 있네요. 과거는 고체이고 현재는 액체이고 미래는 기체다.
이미 굳어버린 과거를 붙들고 고민하기보다, 오늘을 뜻깊게 살고자 힘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우리나라 감독을 역임한 히딩크 ==>> 우리나라 감독을 지낸 히딩크]
오늘 새벽 경기 결과를 보니,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보내고 싶은 생각이 나서...
일본이 떨어지고... 미국도 떨어지고... 호주는 올라가고... 제가 싫어하는 나라가 떨어지고, 우리의 영웅 히딩크가 감독으로 있는 호주가 올라가서 그런지 오늘 하루 기분이 좋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호주 대표팀의 감독이라서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흔히, 히딩크를 말할 때, '우리나라 대표팀의 감독을 역임한'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쓴 '역임'이라는 낱말은 틀린 겁니다.
역임(歷任)은, "여러 직위를 두루 거쳐 지냄"이라는 뜻입니다. 두 개 이상의 직위를 들면서 그 직위를 역임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곧, 아무개가 교육부장관,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다는 말은 맞지만,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다는 말을 틀린 거죠.
자리 하나만을 들 때는, '지내다'는 낱말을 쓰면 됩니다. '우리나라 축구 감독은 지낸...'처럼 쓰시면 되죠.
그러나 '역임'은 한 자리건 두 자리건 간에, '거침'이나 '지냄'으로 바꿔서 쓰는 게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