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한국어판 서문 l
1930년에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 스위스에 만들어졌다. 바젤에 설립된 국제결제은행(BIS)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스승인 캐럴 퀴글리(Carrol Quigley)교수는 BIS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금융자본주의의 지배력은 (이들 국제 은행가들이 추구한)또 하나의 장기 목표였다. 각국의 정치 시스템과 세계 경제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세계적인 민간 금융 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시스템은 보조를 맞춘 세계 중앙은행들이 봉건적 방식으로 통제한다. 빈번한 사적 모임에서 만들어지는 비밀 협정에 근거해서다. 시스템의 장점은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이 된다. 그것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민간 은행이었고, 중앙은행들 자신도 민간 법인이었다.
1974년에는 G10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바젤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 위원회가 지구촌의 금융 규칙을 정한다.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나 지급준비율 통제 같은 것들이다. 금융평론가 존 비언(Joan Veon)은 이렇게 썼다.
국제결제은행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모두 모여 지구촌 경제를 분석하고, 자기내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챙기기 위해 다음번에는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곳이다. 그들이 유통되는 화페의 양과, 자기네에게서 돈을 빌려가는 정부와 은행들에 이자를 얼마나 물릴지를 조절한다...이처럼 국제결제은행이 세계 통화 시스템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그들이 한 국가의 금융 호황과 불활을 만들어낼 힘이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결제은행이 공식적으로 아시아 경제에 손을 뻗친 것은 1998년 7월에 그 대표사무소가 홍콩특별행정구에 문을 열면서부터다. 이 사무소는 기관 회홥을 열어 발안과 협정을 만들어내고, 이로써 아시아 중앙은행들을 국제결제은행의 통제 네트워크에 단단히 붙들어 맸다.
에드워드 제이 엡스타인(Edward Jay Ebstein)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이고 비밀스러우며 강력한 초국가적 조직'이다. 이 조직은 55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졌지만, 일 년에 열 번 바젤에서 모이는 조직은 훨씬 작은 집단이다. 그리고 그 안에도 위계가 있다. 엡스타인은 이렇게 썼다.
국제결제은행은 단일체의 기관이 아니다. 상자 속에 더 작은 상자들이 차례로 들어 있듯이 국제 은행의 껍질 속에 교묘히 숨겨진 진짜 그룹이 들어 있다.
진짜 일이 이루어지는 곳은 가장 안쪽의 상자라고 엡스타인은 말한다. "대여섯 명으로 구성되는 일종의 내부집단이며, 금융의 한 배를 탔음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강력한 중앙은행가들이다." 이들은 독일과 미국,스위스,이탈리아,일본,영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 내부집단에 속해 있지 않다. 그 결과 한국 역시 피동적으로 바젤의 통제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8년 12월 12일자 <<코리아 타임스>>에 실린 <국제결제은행이 악순환의 방아쇠를 당기다(BIS Calls Trigger Vicious Cycle)>라는 제목의 기사는 바젤의 이런 통제에 대해 암시하고 있다. 기사는 좋은 담보물이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왜 은행들로부터 운영자금 대출을 받지 못했는지를 분석하면서, 같은 해 9월 이후 한국의 중앙은행이 35조 원 이상을 풀었지만 은행들이 유동성을 금고에 모셔놓고 기업에 대출을 하지 않았으며, 이는 매우 높은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교수도 이런 분석에 동의하면서, "은행들이 자기네 이익을 위해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전체 사회의 이익을 해친다. 그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한다.
한국인들이 국제 은행가 내부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종당하지 않고 국민도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세계 통화 시스템이 막후에서 어떻게 조종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이 미국의 관점에서 쓰여지기는 했지만, 세계 전체가 지금 여기서 말한 대립적 금융 세력 사이의 싸움에 휘말려 있다. 민간 중앙은행 시스템과 '공영'세력의 싸움이다. 민간 금융 시스템은 지금 제 스스로의 무게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금은, 각국 국민들이 이를 더 나은 것으로 대체할 기회다.
- 엘렌 H. 브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