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그널] 09
씬/1 N, 현재, 광수대 사무실, 광역 1계장실
치수의 책상 서랍안을 여는 해영, 그 안에 들어있는 무전기.
해영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무전기를 꺼내드는데
그제서야 보이는 책상 위의 명패. ‘광역1계장 안치수’
해영 : 이게 왜...
해영, 혼란스런 표정으로 무전기 바라보고 있는데
카메라 빠지면 해영의 뒤에 서서 말없이 해영을 보고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치수가 있다.
치수 : ...박해영.
해영, 놀라서 반사적으로 돌아보면,
해영을 쳐다보는 치수의 차가운 눈빛.
해영 : (당황스럽고 혼란스런) 이걸... 왜 계장님이 갖고 계시죠? 이건... (하다 말문 막히는)
치수 : (어두운 눈빛으로 보다가) 그게 뭐? 그게 니꺼라도 돼?
해영 : (보다가) 이 무전기가 누구껀지 알고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치수 : 알고 싶나? (무전기 보며) 그건, 이재한 형사꺼였어.
해영, 놀라서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치수를 보는.
해영 : (믿기지 않는) 이게.. 이재한 형사님 무전기였다구요?
치수 : (보다가) 맞아. 이재한 형사가 부적처럼 끼고 다녔던 물건이야. 15년전, 이재한 형사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감사관실 직원들이 이재한 형사의 차가 발견된 주변 야산을 수색하다가 발견했지.
지금껏 증거물실에 보관돼 오다가 보관기한이 지나서 폐기처분될 예정이었어.
그런데.. 그 무전기를 왜 니가 갖고 있었던 거지?
해영, 놀란 시선으로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멈칫해서 치수를 바라보며.
해영 : ..제가 이 무전기를 갖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아신겁니까? 설마.. 절 감시라도 하신 거에요?
치수 : 내 질문에나 대답해. 너, 이재한 형사와 무슨 관계야. 무슨 관곈데 이재한 형사 뒤를 캐고 다니는 거야?
해영 : ...왜요? 제가 이재한 형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면 안됩니까?
아니면 이재한 형사의 실종에 대해 제가 알면 안되는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요?
차갑게 얼굴이 굳은 치수, 저벅저벅 다가간다. 해영의 바로 앞에 멈춰서며 노려보는.
치수 : 이재한 형사 실종사건엔... 비밀 같은 건 없어.
해영과 치수, 서로를 날카롭게 바라보는데..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쉽네 삼겹살엔 소준데’ ‘비상 끝나면 시원하게 한잔 하죠’ 대화 들려오며 들어서는 강형사, 문형사.
들어서다가 치수와 해영 보고 의아한 얼굴로 멈칫.
치수 : 다시 한번 내 책상 건드리면 그냥 안 넘어간다.
해영 : ...제 물건은 다시 가지고 가겠습니다.
해영, 뒤돌아 의아한 얼굴의 강형사와 문형사 옆을 스쳐 지나 나간다.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는 치수의 눈빛, 차갑게 가라앉는다.
씬/1-1 N,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아서 무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해영.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이 부적처럼 갖고 있던 무전기.. 내가 발견했던 바로 그날, 폐기처분 될 예정이었던 물건..
-인서트
-1부, 19~22씬, 탑차에서 울리기 시작하던 무전기의 잡음소리와
‘박해영 경위님, 나 이재한 형삽니다’ 라며 해영을 부르던 재한의 목소리.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무전기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의 눈빛.
해영(소리) : 그때, 이 무전기가 내 손에 들어온 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인서트
-3부, 69씬,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11시 23분이 되면 울리는 시계.
-5부, 79씬. 11시 23분으로 넘어가면 ‘치치칙’ 무전기.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무전기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해영(소리) : 왜.. 11시 23분이지...? 왜... 왜... 하필 나였던 거야... 왜...
더욱 혼란스러운 눈빛이 되는 해영.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 듯 고민하다가... 멈칫...
치수(소리) : 15년전, 이재한 형사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감사관실 직원들이
이재한 형사의 차가 발견된 주변 야산을 수색하다가 발견했지.
해영, 무전기를 가만히 바라본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실종사건... 그 안에 비밀이 숨겨져 있어.. 왜 나인지.. 왜 이 무전이 시작됐는지..
그런 해영의 눈빛에서.
-인서트
5부, 11씬, 청문 감사관실에서 해영이 보던 서류. ‘진양서 강력계 이재한 경사 실종사건 수사보고’라는 제목.
다급히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해영의 시선을 따라 퀵줌 되는 수사자료의 글씨들.
‘2000년 8월 3일, 김윤정 유괴사건 수사도중, 상관의 출동지시 명령에 불복하고 잠적‘
‘2000년 8월 10일. 이재한 경사 실종사건, 청문감사관실로 인계’
‘서울 동부지역 불법장기밀매 조직원 김성범 검거 및 취조 도중,
진양서 강력계 이재한 경사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건넨 사실 진술‘
‘수사 도중 불법 장기밀매 사건 외 13건의 수사를 축소 은폐한 대가로 총 2억 천만원의 현금을 착복한 증거 발견‘
‘청문감사관실의 수사를 감지한 이재한 경사 도주 의혹’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13번 국도변에 버려진 채 발견’
'8월 3일 이후 핸드폰, 신용카드 사용이 확인되지 않음’ ‘용의자 소재불명’ ‘시효만료로 수사종결’ 그런 모습 위로.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은 비리형사라는 누명을 쓰고 실종됐어.
이재한 형사님에게 누명을 씌우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내부의 조력자...
-9부 1씬, 광수대 사무실,
자기 자리로 돌아오던 해영, 천천히 뒤를 돌아 치수를 바라본다.
생각에 잠긴 치수.
해영(소리) : 그 사람을 찾아내면.. 이재한 형사님이 왜 어떻게 실종됐는지.. 밝혀낼 수 있어..
씬/3 D, 나이트클럽 사무실
책상 위에 장부 두 개와 돈뭉치들을 꺼내놓고 돈을 세가면서 뭔가를 기입하는 성범.
그때 똑똑 노크소리 들림과 동시에 웨이터1이 들어온다.
웨이터1 : (책상 위에 편지봉투 내려놓고) 사장님 퀵 왔는데요.
편지봉투를 힐긋 보는 성범. 서류봉투 겉면에는 ‘안치수’라고 적혀있다.
성범 : (치수 이름 확인하자 웨이터 보며) 나가봐.
웨이터 인사하고 나간 뒤, 편지 봉투 안을 뜯어보는데, 안에서 나오는 종이.
‘한성빌딩 뒤편 주차장. 4시. 핸드폰 사용하지 말 것. 이재한 사건 관련 지시사항 있음’
씬/4 D, 빌딩 주차장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주차장.
성범, 주변을 살피며 은밀한 동작으로 주차장 안으로 들어선다.
안쪽으로 걸어들어와 기둥 옆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성범 : (낮은 혼잣말) 죽은 듯이 있으랄 땐 언제고 또 사람을 오라가라야.
해영(소리) :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충성도가 꽤 높으시네요.
성범, 헉 놀라서 보면 기둥 뒤쪽에서 걸어나오는 해영이다.
성범, 당황해서 보는데.
해영 : 퀵 서비스 좋네. 옆으로도 안 새고 갈 사람한테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고..
성범 : (내심 당황하는)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해영 : (보다가) ...안치수 계장이었어요? 이재한 형사를 비리형사로 만든게?
성범 : (눈빛 굳어 보다가) ...안치수가 누굽니까? 난 모르는 사람이에요.
해영 : 물론 안치수 계장 혼자서 이런 일을 벌이진 않았겠죠. 너무 사이즈가 크거든. 뒤에 누가 있는 겁니까?
성범 : (눈빛 험악해지는) 난 모르는 일이라고. 그렇게 조사하고 싶으면 영장 받아서 오시던가.
성범, 뒤돌아서서 빠르게 멀어지고..
그런 성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씬/5 D, 과거, 거리일각
97년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접속, 넘버3 등 당시 개봉했던 영화포스터들이 붙어있는 벽면에서 빠지면 97년의 번화가 거리다.
자막: 1997년 12월 1일
거리 한켠에 몸을 숨기고 서서 길 건너편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97년의 재한과 6부 75씬의 망원이다.
망원 : (길 건너편을 눈짓하며) 쟤가 말씀하신 김성범이에요.
보면 똘마니 두 명 정도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97년의 성범이다.
망원 : 재작년에 피라미드 사기로 몇십억을 땡겨 먹었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성범과 똘마니들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걸어오다가 들고 온 가방을 트렁크 문을 열고 넣는데,
트렁크 안에 쌓여져 있는 사과박스들이 보이고.. 그런 사과박스를 유심히 보는 재한.
망원 : 그런데 쟤는 왜요?
재한 :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
씬/6 D, 과거, 차 안
정차된 차 안에서 수사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재한. ‘강연동 피라미드 사건’ ‘용의자 : 김성범’
몇장 넘겨 마지막장을 보면 ‘증거부족으로 사건종결’ 보다가 수사자료 다시 덮으면
가장 앞장 ‘강연동 피라미드 사건’ ‘담당 형사 : 강연서 강력팀장 김범주’다.
재한 : ...20억이 넘는 사기에 증거부족?... 김범주 이 새끼 통 한번 크네.
씬/7 D, 과거, 형기대 건물 로비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고 있는 형기대 건물 로비로 들어서는 재한.
트리에 장식물들을 달고 있던 수현, 그런 재한을 발견하고 부다다 다가와.
수현 : 어디 다녀오십니까?
재한 : 알아서 뭐할껀데?
수현, 퉁명스럽게 툭 던지곤 걸어가는 재한 보다가, 다시 따라잡아 함께 걸으며.
수현 : 선배님, 크리스마스 때 뭐하십니까? (영화표 두 장 내밀며) 공짜 영화표가 생겨서 말입니다.
친구분하고 같이 보러 가시라고..
재한 : (얼굴 보일 듯 말 듯 굳어서 멈춰선다)
수현 : (그런 재한의 모습에 의아한) 그게.. 그 동안 많이 가르쳐 주셔서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건데...
재한 : 나 영화 안봐.
수현 : 예?
재한 : 안 본다고.
재한, 휙 수현 스쳐서 지나가 버리고..
혼자 남은 수현, 내가 또 뭘 잘못한 건가.. 기운이 빠지는..
씬/8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1997년, 12월 1일~ 12월 31일 유흥업소 불법 시간외 영업 집중 단속기간‘ 이라고 적힌 칠판앞에서
팀원들을 모아놓고 얘기중인 범주.
범주 : 다들 하달 받은 대로 오늘부터 시간외 영업 집중 단속기간이다. 형기대도 관할서와 함께 단속에 투입될 예정이니까,
상시 대기하도록. 질문 있나?
다들, 조용한데.. 천천히 올라오는 손. 재한이다.
재한 : 안 그래도 어수선한 연말연시에 상부지침 따라서 껀수 올리는 것도 중요하실 텐데요.
그래도 대한민국 형기대면, 민생치안에 충실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재한, 옆, 정제 책상위에 놓여진 퍽치기범 사진 들어올리며.
재한 : 이런 거 좋네. 강남 여섯 건, 강서 다섯 건, 도합 열 한껀 해쳐먹은 퍽치기범. 뭐 뒷돈 들어올만한 큰 사건은 아니지만,
IMF 때문에 시름에 빠진 서민들 등골 빼먹는 이런 놈 잡아쳐넣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범주, 천천히 다가와 재한 앞에 와서 선다. 주변 정제를 비롯한 형사들, 또 시작이다 긴장한 시선으로 보고
멀리서 보고 있던 수현 역시 긴장한 시선으로 보는.
범주 : 그렇게 잡고 싶어? 그 퍽치기 범이?
재한 : 그렇다면요?
범주 : (쪼인트 까버리는)
재한 : (아..아픔에 부여잡다가 그 통에 사진 바닥에 떨어지고.. 순간, 성질 욱해서 보는데)
범주 : 눈 깔아. 나 니 상관이야.
재한 :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범주 : 그렇게 잡고 싶으면 잡아. 낮에만. 밤에 현장에 안 나오면 지시불이행으로 건의 들어간다.
좀 피곤하겠지만 뭐 그래도 괜찮겠지?
재한 : (이 갈 듯이) 당연하죠.
범주 : (차가운 미소) 바쁘시겠어. 밤낮으로 일도 하고.. 남 뒷조사도 하고.. (돌아서서 주변 둘러보며) 이만 해산.
범주 나가고 형사들 휴.. 한숨 쉬며 나가고..
정제 걱정되는 얼굴로.
정제 : 고분고분 좀 살자. 말만 잘 들으면 편하게 해주잖아. 집에도 잘 보내주고.
재한 : 넌 그렇게 살어. 난 그렇게 못 사니까.
정제 : 아 진짜.. 그 퍽치기범, 나중에 나랑 같이 해.
재한 : 됐어. 내가 잡고만다. 나 지고는 못 사는 놈이야.
그런 재한을 옆에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던 수현. 바닥에 떨어진 퍽치기범의 사진들을 주워들며 뚫어지게 보는.
수현 : 근데.. 얼굴이...보이십니까? 전 안 보이는데.. 이걸루 어떻게 잡으실려구요?
재한 : 강력계 형사가 얼굴로 잡냐? 근성으로 잡지.
씬/9 과거, 몽타주
-낮, 요란한 용접소리를 내면서 오토바이 튜닝작업이 한창인 카센터, 카센터 한쪽에 서서 직원과 대화중인 재한.
검은 색 오토바이, 검은 색 헬멧을 쓴 퍽치기범의 씨씨티브이 사진을 보여주며.
재한 : 기종이 야마하 비라고 750. 최근에 이 기종으로 수리들어오거나 리폼 들어왔던 거 없었어요?
-낮, 다른 오토바이 가게를 찾아가서 탐문중인 재한.
-낮, 형기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재한.
수현, 그런 재한 안쓰럽게 보다가, 퍽치기 범의 사진들을 내려다본다.
-낮, 수현 책상에 앉아서도 뚫어지게 퍽치기 범의 사진을 바라본다.
-또 다른 날 낮, 책상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수현. 컴퓨터로 수사자료를 작성중인데
책상 곳곳에 붙어있는 퍽치기범의 사진들.
-새벽, 여자숙직실 밤새 시간외 영업 단속 뛰고 온 듯, 피곤한 얼굴로 들어서는 수현.
숙직실 한켠에 붙여놓은 퍽치기범의 사진을 본다.
-이불에 눕는 수현, 사진을 보다가.
수현 : ...꿈에서 보자.
씬/10 N, 과거, 거리 일각
‘시간외 영업은 불법입니다’ 어깨띠 두른 근무복 차림의 수현과 재한, 정제, 단속을 나온 듯, 유흥가에 나와있다.
재한과 정제는 문이 열린 호프집 앞에서 사장과 ‘일년 중에 대목인데, 하필 이때 이러면 어떡해요’ 실랑이 중이고
그 뒤에 말없이 서 있는 수현, 그러다가 저만치 앞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오토바이남을 발견한다.
어쩐지 체형이 낯이 익은 듯 더 자세히 눈여겨보는 수현.
수현 : 저 사람...
그러다가 순간, 수현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진 속 퍽치기범의 모습과 오토바이남의 자세와 체형이 정확히 겹쳐보인다.
수현 : 저...저..!!! (손으로 오토바이남 가리키며) 저 사람! 퍼퍼퍽치기!
재한 : (두리번대며) 뭐? 어디?!
수현, 냅다 뛰기 시작한다. 재한, 뭐 저딴게.. 하고 보는.
재한 : 저거 바보 아냐? 바이크가 틀리잖아... 어어!
녹색신호로 바뀌고 오토바이남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 오토바이를 향해 그대로 돌진하는 수현. 마치 오토바이에 금방 치일 듯 싶은..
어어... 놀라는 재한의 시선. 허공으로 나르는 듯한 수현의 모습에서...
씬/11 N, 과거, 형기대 사무실
산발한 머리, 코피가 터진 듯, 코에 휴지 박아넣은 처참한 몰골의 수현의 얼굴에서 화면 빠지면,
기가막힌 얼굴로 수현을 바라보고 있는 정제를 비롯한 형사들이다.
재한은 저 뒤쪽에 팔짱끼고 서서 보고 있고.
재한 : (기가막힌) 너..진짜 미쳤어?
정제 : 그러니까 말이다.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자, 우리 막내한테 박수 한번 쳐주자.
형사들, 기가막힌 얼굴로 박수쳐주는. 재한은 여전히 뚱하니 보고 있는.
그제서야 배시시 해맑게 미소짓는 수현.
정제 : 그런데, 어떻게 알아본 거냐. 하이바 땜에 얼굴도 몰랐는데..
수현 : ...(배시시 웃으며) 꿈에서.. 봤습니다.
형사들, 허걱.. 보는..
재한 : 그봐, 저거 개또라이 라니까..
하고는 나가버리고..
정제 : (나가는 재한보며) 저건 범인 잡은 애한테 왜 저래?
수현, 역시 기운이 빠지는 듯 미소가 사라진 얼굴로 재한의 뒷모습을 본다.
씬/12 D, 현재, 광수대 건물 복도 일각
전씬의 수현의 얼굴에서 복도 한켠에서 해영과 대화중인 현재의 수현으로 오버랩되는 화면,
수현 무표정한 얼굴로 해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수현 : 이재한 선배는 왜?
해영 : 그 분 덕분에 단서도 찾고 한세규도 잡았잖아요. 감사하니까 이것저것 알고 싶어서요..
진양서에 안치수 계장님이랑 같이 있었다던데.. 두 분이 친한 사이였나요?
수현 : 그러고 보니까.. 이상하네.
해영 : (보는)
수현 : ...김윤정 사건.. 경기남부 사건, 한세규 사건. 니가 관심을 보이는 사건들은
왜 하나같이 이재한 선배님과 관련있는 사건들이지?
해영, 순간 말문 막히고, 수현은 그런 해영을 꿰뚫듯 바라본다.
해영 :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그랬..어요? 난 몰랐는데..
수현 : (그런 해영 보다가) ...선배님이랑 안치수계장님 사이가 어땠는지는 잘 몰라.
이재한 선배님이 인주시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에 차출됐을 때, 두 분이 처음 만났다고 들었어.
해영 : (얼굴 삽시간에 굳는) 인주시요?...
수현 : 왜? 아는 데야?
해영 : ...고향입니다.
수현 : (해영을 보며) 그럼 그 사건 들어봤겠네. 1999년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
해영 : ...(성폭행 사건 얘기가 나오자 얼굴 더욱 굳는다) 그 사건을... 그 형사님이 수사하셨다구요?
수현 : 맞아. 선배님도 수사팀 중 한명이었어.
해영 : (떨려오는 눈빛)
수현 : 왜 그래?
해영 :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영, 굳은 얼굴로 돌아서서 멀어진다.
그런 해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현의 얼굴 위로.
친구(소리) : 박해영 형 박선우는 전과자였어.
씬/13 D, 경찰청 내 휴게실/수현의 회상
‘정보과’ 신분증을 가슴에 달고 있는 동료경찰과 마주앉아서 얘기중인 수현.
수현 : (뜻밖인) 무슨 범죄였는데?
친구 : 인주 여고생 사건 들어봤어? 여고생 하나가 집단으로 성폭행 당했던 사건말이야.
박선우가 그때 처벌받은 주범 중에 하나였어. 소년원에서 몇 달 살다 나왔대. 경찰대 면접 볼때도 문제가 될 수 있었는데,
당시 심사위원들 성향이 어렵게 자란 학생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이어서 합격이 됐나봐.
수현 : ...그 형은? 지금도 인주에 살아?
친구 : ...아니.
수현 : (보면)
친구 : 소년원 출소하고 얼마 안되서 바로 자살했어.
수현, 놀라서 얼굴이 굳는...
씬/14 D, 장기미제 전담팀
다들 일을 보러 간 듯, 텅 빈 사무실로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해영. 수현에게 들은 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듯 생각에 잠겨 있는데..
울리는 내선 전화.
해영 : (받는) 장기미제 전담팀입니다.
수현모(소리) : (다급한) 차수현 형사 있어요? 핸드폰도 안 받던데..
해영 : 아뇨. 지금 외출중이신데..
수현모(소리) : (당황한 목소리로) 여기 집인데요. 아무래도 도둑이 든 것 같아요!
해영 : (놀라서 벌떡 일어서는) 예?
씬/15 D, 수현의 집/거실/주방/수현의 방
문 열리면 다급히 들어서는 해영. 당황한 얼굴로 그런 해영을 맞는 수현모.
해영 : (수현모에게 다급히) 괜찮으세요?
수현모 : 저기..그게..
해영 집안으로 들어서서 빠르게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열려진 거실 서랍장, 커텐 봉 떨어져있고..
문 열린 수현 방 역시 책장 엎어져 있고 난리다.
해영 : (둘러보며) 112는요? 연락했어요?
수현모 : 저기요.. 그게... 죄송해서.. 어쩌나..
그때, 수현방에서 총들고 뛰어나오는 조카들, 해영과 정면충돌하고.
수현모 : (찢어지는) 얘들이 진짜, 그렇게 혼나고 정신을 못 차렸어.
해영, 이게 뭔 상황인가 싶은데.
-시간경과되면 난리통 거실에 마주앉아 있는 해영과 수현모.
수현모 : (멋쩍고 미안한) 도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쟤들이.. 이렇게..
해영 : (벙찌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네요. 도둑이 아닌게..
수현모 : 미안해서 어떡해요. (하다가) 근데... 참 다시 봐도 잘생겼네.
해영 : 예? 아.. 감사합니다. (쑥스럽고 할말도 없고 일어서며) 그럼, 전 이만...
수현모 : (일어나며) 이렇게 오셨는데, 뭐라도 한잔 드시고 가셔야 (순간 허리 삐끗한 듯 허리잡고) 아...
해영 : (놀라서) 괜찮으세요?
수현모 :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 (하다가 다시 아픈 듯) 아..
해영 : (부축하며) 일단 저쪽으로 앉으세요.
수현모 : 앉긴요. (주변 보며) 여기두 빨리 쳐야 되는데..
하다가, 수현모 더 크게 아... 해영,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시간경과되면 해영, 거실 여기저기를 치고 있고, 뒤쪽 쇼파에 반쯤 누워있는 수현모.
수현모 : 아니, 그건 그쪽 아니구 저쪽 위에 올려놓으면 돼요. 근데, 진짜 몇 살이에요?
해영 : 예? 어.. 스물 일곱입니다.
수현모 : 어머, 딱이네. (하다가) 맞다. 오신 김에 부탁 좀 더 해도 되죠?
-20kg 쌀포대를 쌀통에 붓고 있는 해영. 겉옷은 벗어던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수현모.
수현모 : 집에 남자가 없어서.. 수민이 남편은 지방발령 갔거든요.
해영 : 예..
-거실, 큰 화분을 옮기고 있는 해영.
수현모 : 근데, 우리 수현이가 좀 동안이죠? 걔가 좀 날 닮았어.
해영 : (힘들다 정신없는) 아..예..
-수현방, 의자위에 올라서서 전구를 갈고 있는 해영.
수현모 : 우리 수현이가 내년부터는 연금도 나오는데...
해영 : (눈에 먼지 들어가고 정신없다) 이제 불 한번 켜보세요.
수현모, 달칵 불 켜면 불이 들어온다.
수현모 : 됐네요. (하다 해영보며) 아우, 땀봐. 음료수 한잔 하시고 하세요.
해영, 말릴 새도 없이 수현모 방을 나가고..
해영, 의자에서 내려서는데 역시 엉망인 수현방 바닥 여기저기에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는데..
해영의 시선에 들어오는 겉표지가 낡고 헤진 작은 수첩이다. 들어올려서 보면 ‘진양서 이재한’이라고 적혀 있다.
수첩 년도 보면 2000년 수첩이다.
파락파락 장을 넘기면 진양서에서 윤정이 사건까지 재한이 담당했던 소매치기, 절도 등의 사건들이 두서없이 적혀 있는데,
빠르게 넘겨보던 해영, 마지막 장 표지에 도착하는데, 표지에 꽂혀 있는 빛바랜 메모지를 발견한다.
메모지 내용을 확인하는 해영, 얼굴 빛 굳고..
그때, 음료수 들고 나온 듯한 수현모의 소리 ‘이거 드세요’
해영, 자기도 모르게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씬/16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아서 빛바랜 메모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해영. 그제서야 보여지는 메모지의 내용.
‘1989년 경기남부사건’. ‘1995년 대도사건(진양신도시 개발비리 사건)’. ‘1997년 홍원동사건’. ‘1999년 인주여고생사건’.
메모지를 가만히 바라보는 해영. 메모지 속에 적힌 ‘경기남부사건’ 클로즈업. 그 위로,
해영(소리) : 경기남부...
-인서트 2부 57씬~58씬.
재한 : 현재 실종장소로 추정되는 3번국도를 따라 실종자 이계숙, 수색중입니다.
해영 : 이계숙... 오성산이요?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말씀하시는 겁니까?
-옥탑방으로 돌아와서, 메모지 속에 적힌 ‘대도사건’ 클로즈업. 그 위로,
해영(소리) : 대도...
-인서트 5부 45씬.
재한 : 1995년에 일어난 대도사건 범인, 어떤 새끼에요?
-옥탑방으로 돌아와서,
해영 : 모두 이재한 형사와 내가 함께 엮였던 사건들이야..
메모지 속의 ‘1997년, 홍원동사건’ ‘1999년, 인주 여고생 사건'을 바라보는 해영.
씬/17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어두운 건물 옆 쌓여있는 검은 쓰레기봉투들 위를 비추면 벽면에 붙어있는 경고문구.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안내.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여야 하며 무단투기 행위 적발시 소정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폐기물 관리법 제63조 1항) 홍원1동 사무소장‘
문구에서 빠지면 다세대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어둠에 휩싸인 홍원동 거리.
한켠에 하나의 점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진 편의점.
씬/18 N, 과거, 편의점 안
편의점 한 구석 휴지통 근처 간이테이블에 서서 생수통을 앞에 놓고 삼각김밥을 조용조용히 먹고 있는 상미(여, 20대 후반).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조용히 삼각김밥을 먹고 있는 상미의 손가락에는 싸구려 은반지가 눈에 띄고...
상미, 보일 듯 말 듯 살짝 카운터쪽을 바라보는데,
상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편의점 직원 진우(남, 20대 초반)와 시선 마주친다.
화들짝 놀라 다시 시선 돌리다가 다시 진우 보면, 여전히 상미를 바라보고 있는 진우.
상미, 순간 사래 걸리고 생수통 뚜껑을 따려는데, 잘 안 따진다.
그때, 옆에서 들어오는 손, 어느 새 다가온 진우다. 생수통을 간단히 따서 상미의 앞에 놔주며.
진우 : 천천히 드세요.
하고는 창고쪽으로 멀어진다.
상미, 그런 진우의 뒷모습을 살짝 보는데, 얼굴에 상기된 엷은 미소가 배어있다.
씬/19 N, 과거, 홍원동 거리 일각
지나다니는 사람 없는 한적한 거리 일각.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푹 숙인채 길을 걷던 상미. 주머니에서 씨디 플레이어를 꺼내서 다음 곡으로 넘기는데,
순간 고개를 들면 맞은편에서 오던 누군가와 부딪친다.
상미, 보면 부딪친 사람, 바로 진우다.
상미, 알아보고 고개 꾸벅.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 빠르게 걸어서 멀어지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진우의 목소리. 이어폰 때문에 잘 안 들린다.
이어폰을 뽑고 뒤돌아보는 상미.
상미 : 네?
진우 : 나 좀.. 도와줄래요?
씬/20 N, 과거, 홍원동 또 다른 거리일각
뛰듯이 걷고 있는 진우의 뒤를 숨이 턱까지 차서 쫓아오고 있는 상미.
상미 :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떤 색인데요? 많이 다쳤어요?
진우 :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하얀색이요.
상미 : (안타까운) 빨리 찾아야 될텐데...
하는데, 저쪽에서 들려오는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뛰어가면 어두운 공터에 낑낑거리고 있는 하얀 개가 묶여져 있다.
상미 : 저 개 아니에요?
상미, 안타까운 맘에 다급히 개한테 뛰어서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상세를 살펴보는 ‘괜찮아?’ 하는데,
뒤쪽에서 천천히 다가서는 진우의 그림자에 개는 더욱 겁에 질린 듯 낑낑거리는데..
상미 : (개 안심시키려는 듯 쓰다듬으며) 그런데 어쩌다 이런거에요?
진우 : ..내가 그랬어요.
상미, 이게 무슨 소리지? 뒤돌아보려는데 순간, 상미의 얼굴에 검은 비닐봉투를 씌우고, 입을 막는 진우.
씬/21 N, 과거, 진우의 집/화장실
얼굴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씌워진 상미. 모로 누운 자세, 손이 뒤로 묶여있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오래된 듯, 낮은 조도의 백열등. 화면 빠지면 반지하방에 딸린 화장실이다.
낡았지만, 깨끗해 보이는 타일들. 바닥에는 쌀포대 두어개와 노끈들이 놓여져 있다.
점점 가빠지는 호흡과 극심한 공포감에 흐느끼며 애원하는 상미.
상미 : (입에 재갈이 물린 듯, 불확실한 발음)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그리고 그런 상미를 옆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 진우. 연민에 찬 눈빛이다.
진우 : ...사는 게 힘들지?
상미 : (눈물이 터지는)
진우 : (담담한) 소리내면 안되지..
상미, 더욱 오열하는데.. 그런 상미를 가만히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 서서히 어두워진다.
진우 : 내가 도와줄게...
천천히 상미의 목을 향해 다가가는 진우의 손.
씬/22 N, 과거, 홍원동 상가 건물 뒤편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대로변 너머, 상가 뒤쪽 으슥한 골목길. 쓰레기와 재활용품 따위를 버리는 곳.
그곳을 기웃거리는 노숙자. 대충 접힌 채로 버려진 담요를 뒤적이는데,
담요를 펴보고는 제법 쓸만한 상태에 땡잡았다 기분 좋아지는.
그때, 담요 뒤쪽에 놓여있는 쌀포대가 눈에 띈다. 노끈으로 단단하게 묶인 제법 무게가 나가보이는 쌀포대.
노숙자, 이게 뭔가 하고 보는데, 쌀포대 사이로 보이는 사람의 손. 손에 끼워진 상미의 싸구려 은반지.
놀라서 ‘으아악’ 뒤로 넘어지는...
그런 모습 위로 들려오기 시작하는 무전기의 ‘치치칙’ ‘치치칙’ 하는 잡음소리.
씬/23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던 해영, 무전기 소리가 들려오자,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씬/24 N, 과거, 거리일각
시간외 영업 단속중인 듯, 정제, 경찰들과 함께 유흥가를 걷고 있는 재한.
그때, 들려오는 무전기 치칙 잡음소리.
경찰들과 정제, 자기 무전긴가? 보는...
재한이도 자기 무전기 보는데, 아니다. 재한, 뭔가 감이 오는..
재한 : (정제에게) 나 잠깐 화장실 좀.
빠르게 사람이 없는 골목쪽으로 뛰어들어가서 안주머니에서 해영이와 무전을 주고받는 낡은 무전기를 꺼내보면,
무전기에 불빛이 들어오고 주파수가 흔들리고 있고 무전기 너머에서 해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나 박해영입니다.
재한 : 나에요. 이재한. 그 동안 또 왜 연락이 안됐어요? 난 진짜 무전기 내다 버렸나 했네.
씬/25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그 동안 무전기가 울린 적 있나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무전한 적 있어요?
씬/26 N, 과거, 골목일각
의아한 얼굴의 재한.
재한 : 몇 번 울리긴 했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씬/27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들고 있던 메모지를 바라본다.
해영 : 거기.. 몇 년도죠? 아직 1995년인가요?
재한(소리) : 1997년이에요. 2년이나 지났습니다.
‘인주 여고생 사건’ 글씨에 시선이 향하는 해영의 눈빛 위로.
해영(소리) : 97년이면 인주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
이재한 형사는 아직 안치수 계장을 모른다.. 인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해영, 생각에 잠겨있는데,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재한(소리) : 거기는요? 몇 년돕니까?
해영 : ..아직 2015년입니다.
재한(소리) : 뭐야. 아직도 그대로에요?
하다가 ‘1997년, 홍원동 사건’이란 글귀로 옮겨지는 해영의 눈빛.
해영 : 1997년이면, 홍원동 사건을 수사중인건가요?
씬/28 N, 과거, 골목길 일각
재한 : (멈칫하는) 홍원동이요? 홍원동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겁니까? 무슨 사건인데요?
씬/29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컴퓨터 화면 바라보면 검색창에 ‘1997년 홍원동 사건’이라고 쳐져 있지만, 검색결과는 아무것도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해영 : 나도 모릅니다. 인터넷에 쳐봤지만, 기사 한줄 없어요. 프로파일링 공부를 할 때, 여러 사건들을 조사 해봤지만,
그때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재한(소리) : 불안하게 왜 그래요? 경위님 무전이 오면 아주 겁부터 나네. 그것도 미제가 되는 거 아냐?
해영 :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그때 홍원동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진다는 건 확실해요.. 형사님 수첩에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씬/30 N, 과거, 골목길 일각
재한, 멈칫하는..
재한 : 내 수첩..에요?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해영(소리) : 형사님 수첩, 뒤쪽에 메모지가 꽂혀 있었습니다.
씬/31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메모지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해영.
해영 : 거기에 1989년 경기남부 사건, 1995년 대도사건 1997년 홍원동 사건... 그리고 1999년 인주 여고생 사건이 적혀 있었어요.
씬/32 N, 과거, 골목길 일각
재한, 놀라서 멈칫하는..
재한 : 그렇게.. 적혀 있다구요? 확실해요?
하지만, 대답이 없다. 무전기를 내려다보면, 어느새 꺼져 있는 무전기.
재한, 불안한 시선으로 무전기를 보다가.. 다른 주머니에서 자신의 형사수첩을 꺼내든다.
진양서 수첩이 아닌, 형기대 수첩. 천천히 수첩의 마지막 표지쪽을 펼친다.
마지막 표지 사이에 자신이 끼워놓은 메모지를 꺼내들고 펼쳐보는..
‘1989년 경기남부 사건’ ‘1995년 대도사건(진양신도시 개발비리 사건)’ 까지만 적혀 있다.
(똑같은 메모진데, 뒤에 두 사건을 더 적어놓은 느낌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메모지를 바라보는 재한의 시선, 불안감이 감돈다.
씬/33 D, 과거, 홍원서 전경
씬/34 D, 과거, 홍원서 로비
홍원서 로비로 들어서는 재한. 강력계 사무실로 향하는 듯 들어서다가
저 앞에서 동료인 듯한 형사1과 대화하며 걸어오고 있는 정형사(40대, 남)를 알아보고 손짓한다.
재한 : 형님!
정형사 : (재한 알아보는)
씬/35 D, 과거, 홍원서 일각
홍원서 휴게공간. 간이의자에 앉아 자판기 커피 마시며 이야기중인 재한과 정형사.
정형사 : 뭘 또 캐내려고 기웃거리는데?
재한 : 내가 심마니야? 뭘 캐 캐기는. 그냥 지나다가 얼굴보러 왔다니까.
정형사 : 어이구 퍽이나.
그때, 복도를 지나가는 유가족들과 형사들 보이고.
재한 : 근데 뭐 이렇게 어수선해... 사건났어?
정형사 : 이거봐.
재한 : 아 됐어. 안 궁금해... (하다가 슬쩍) ...뭐..큰 건가?
정형사 : 여자가 하나 죽었는데 좀 특이하긴 하지.
재한 : 뭐가 특이한데?
재한, 정형사가 한 손에 들고있던 수사자료 덥썩 집어드는,
재한 : 현장사진 좀 보자.
정형사 : 에헤! 야!
재한, 벌써 자료 읽기 시작하는 재한. 현장사진 보며 표정 굳는다.
상미의 발견현장과 전혀 다른 야외주차장에서 발견된 주인희 시신 발견현장 사진들.
돗자리에 온 몸이 쌓여지고 노끈으로 묶여진 시신이다.
-다시 홍원서 휴게실로 돌아오면 주인희의 사진을 굳은 눈빛으로 보고 있는 재한.
정형사 : 개 잡놈의 새끼..죽은 사람 머리에 봉지는 왜 씌워놔.
재한 : 피해자는?
정형사 : 여기 주변에 살던 여자야. 37세. 주부 주인희.
재한 : 용의자는 특정했어?
정형사 : 일단 보험문제도 좀 있고. 가족들 족쳐보고 있지.
사진 속 돗자리와 비닐봉투가 씌워진 주인희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형사1(소리) : 선배님!
재한과 정형사 보면, 강력계 사무실 앞에 환경미화원(60대, 남)과 함께 서 있는 형사1.
형사1 : 최초발견자 진술요.
정형사, 재한에게서 수사자료 뺏고 일어나는.
정형사 : 고만 봐라. 사진 닳겄다.
재한, 형사1과 함께 들어가는 환경미화원을 본다.
씬/36 D, 홍원서 건물 입구
조사가 끝난 듯, 건물을 빠져나오는 환경미화원. 그 옆에 자연스럽게 서는 남자, 재한이다.
재한 :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씬/37 D, 과거, 다방
환경미화원과 대화중인 재한.
환경미화원 : 처음엔 누가 마네킹을 싸서 버렸나 했지 그게 사람인줄 어떻게 알았겠어.
내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려요.
재한 : 아저씨 말고 다른 목격자는 없었어요?
환경미화원 : 그것까진 모르겠네. 놀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 (하다가) 근데 이거 그거 흉내낸 거 맞죠?
재한 : (보면)
환경미화원 : 왜 그 저번에 옆 동네서 여자 죽은 사건.
재한 : (멈칫해서) 그게 무슨 소립니까?
환경미화원 : 몇 달 전에 길건너 동네에서 머리에 봉다리 씌워져갖구 죽은 여자가 있었대요.
거기서 일하던 동료가 직접 봤다 그러던데..
재한의 눈빛 서서히 불안감으로 굳어진다.
씬/38 D, 과거, 형기대 건물 밖 주차장
아침, 출근하는 듯, 차를 세우고 건물쪽으로 걸어오는 범주.
그때, 건물 앞에서 범주를 기다리고 있던 듯한 재한이 사진들을 들고 빠르게 다가온다.
재한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범주 : (귀찮은 듯 보는) 나중에.
재한 : (막아서며) 홍원동 살인사건이요.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재한, 주인희의 사건현장 사진을 범주에게 건넨다.
재한 : 이건 홍원서에서 며칠전 발생한 살인사건입니다. 피해자는 37세, 주부 주인희.
다시, 쌀포대로 감싸인 채 발견된 상미의 현장사진을 건네는 재한.
재한 : 이건 두 달 전 발생한 살인사건이에요. 피해자는 21세, 인근 공방 직원인 윤상미였습니다.
두 사진을 바라보는 범주의 눈빛에도 긴장감이 감도는데..
재한 : 피해자 사체를 유기하는 방식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한 놈이 두 여자를 죽인 거에요. 이건.. 연쇄살인입니다.
범주 : ...관할서에서는 아무 보고도 없었어.
재한 :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건의 관할서가 달라요. 1차는 은창서, 2차는 홍원서.
그래서 관할서 차원에서는 두 피해자를 연결시키지 못했던 거예요.
범주 : 다 니 머릿속에선 나온 추측일뿐이야.
재한 : 사람이 죽었어요! 앞으로 더 죽을 수도 있다구요!
범주 : 한 해에 죽어나가는 변사자 수 만해도 몇 백명이야. 경찰이 그걸 다 막을 순 없어.
재한 : ....(차갑게 굳어서 보는) 만약 이 사람들이 한세규같은 사람이었어도 그렇게 말할겁니까?
이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재벌딸이었다면 두 손 두발 다 걷고 나섰겠죠.
범주 : (보다가) 그런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범죄에 희생되지도 않아.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재한 : (기가막혀서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뭐요?
범주 : 대장님부터 청장님까지 연쇄살인 바라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두 번 다시 연쇄의 연자도 꺼내지마.
범주, 얘기 끝났다는 듯 재한을 밀치고 건물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재한 : (확 열받은 차가운 눈빛으로 보며) 이제 알겠네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던 거에요.
범주 : 뭐?
재한 : 당신 말대로, 난 당신이랑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그 놈 잡을 겁니다. 한 해에 몇 백명이 이유 모르게 죽지만,
내 눈앞에서 사람 죽인 놈.. 절대 용서 안하는 세상... 난 거기 살고 있으니까.
범주 : 니가 뭘 하건 난 상관안해. 대신.. 일 크게 만들지 마.
범주, 차가운 눈빛으로 재한 보고는 뚜벅뚜벅 멀어지고..
재한, 그런 범주를 보다가 열받은 얼굴로 돌아서서 걷다가 이상한 느낌에 보면,
역시 출근복장으로 기동 차량 뒤에 숨어있던 수현을 발견한다.
재한 : 너, 여기서 뭐해?
수현 : 그..그게.. 두 분이 말씀 나누시는데.. 방해 될까봐...
재한 : (보고는 그냥 가려는데)
수현 : 선배님.
재한 : (보면)
수현 : 정말.. 연쇄살인 입니까?
재한 : (보다가) 신경쓰지마. 너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재한, 수현을 지나쳐서 멀어지고, 수현은 그런 재한을 바라본다.
씬/39 D, 형기대 반장실 앞 (오미트)
씬/40 D, 현재, 국과수 외경
씬/41 D, 현재, 국과수 복도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수현. 저 앞쪽으로 특수부검실이 보인다.
씬/42 D, 현재, 국과수 특수부검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수현.
백골사체를 부검중이던 윤서와 연구사, 수현의 출현을 예감한 듯 놀라지도 않고 본다.
수현 : 동의산에서 백골사체가 발견됐다면서요?
윤서 : 오늘도 허탕이십니다. 키 000cm, 아담한 신체사이즈의 여성분이세요.
수현, 실망한 얼굴로 스테인레스 침대위의 백골사체를 한번 본 뒤 돌아서서 나가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멈칫한다.
침대 옆에 놓여져 있던 챠트에 클립으로 꽂혀있는 백골사체 발견현장 사진이다.
챠트를 들어 현장사진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현.
윤서, 그런 수현을 보고.
윤서 : 꽁꽁도 싸놨죠? 김장비닐로 전신을 싸놓고 노끈으로 까지 묶어 놨데요.
덕분에 시신의 보존상태는 완벽해요. 사인도 확실하구요. 설골이 골절됐어요. 경부압박 질식사를 당한 거죠.
급격하게 떨려오는 수현의 눈빛. 챠트를 놓쳐버린다.
윤서, 의아한 시선으로 챠트를 들어 올리는데, 챠트를 들고 있던 수현의 손, 덜덜 떨려오고 있다.
윤서 : 왜 그러세요? 어디 아파요?
대답도 못하고 선 수현의 눈빛, 아득해진다.
씬/43 D, 장기미제 전담팀
수현, 해영, 계철, 헌기가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다.
수현의 낯빛이 유독 어둡고, 해영은 그런 수현이 신경쓰인다.
계철 : 자 우리 냉철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장기미제사건이 무슨 뜻이야.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사건이란 말이지.
그럼 뭐가 안 풀렸느냐? 누가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죽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단 얘기지.
대한민국 역사에 이런 풀리지 않은 가장 미스테리한 사건. 바로 오대..
헌기 : (말 끊고) 그놈의 오대양 지겹지도 않아요?
계철 : 오대양이 왜 지겨워 시작도 안했는데.
헌기 : 하도 들었더니 오대양은 벌써 수사까지 끝난거 같네.
계철 :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수현 : 홍원동은 어때..
멈칫해서 수현을 바라보는 해영.
계철 : 홍원동? 난 처음 듣는데?
헌기 : 저두요.
해영 : 그게, 무슨 사건인데요?
굳은 눈빛으로 담담하게 얘기하는 수현.
수현 : 97년, 서울 홍원동에서 두 달 간격을 두고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여자 두 명이 살해된 채, 발견됐어.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 특이점은 사체의 유기방식이었어. 범인은 피해자들의 머리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웠고
몸통을 쌀포대나 돗자리로 꼼꼼하게 싼 뒤에 유기했거든.
계철 : 심각한 또라인데 그거..
해영 : 어쩌다가 미제가 된거죠?
수현 : 초동대처가 안 좋았어. 두 사건을 각기 다른 관할서에서 따로 수사하는 바람에 두 사건 간의 유기적인 수사가 불가능했고,
당시 보험금 문제가 불거져서 유가족을 중심으로 수사했지만 결국 모두 무혐의로 밝혀졌지.
다들 말없이 현장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계철 : ...차형사 말이 사실이면.. 이거... 아무래도..연쇄..
헌기 : 하지 마요! 불길하게.
해영 : ...연쇄살인일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사람들, 해영을 보는.
해영 : 피해자의 유기형태에서 보이는 시그니쳐가 명확해요. 발생시기나 사건장소도 밀접하구요.
하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긴 이릅니다. FBI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한 3명의 피해자가 발견되고
살인사건 사이에 냉각기가 있어서 서로 분리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살해된 정황이 확실 할 때,
연쇄살인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수현 : ..한명이 더 있다면?
사람들, 수현을 바라본다.
수현 : 어제, 동의산에서 백골사체가 한 구 발견됐어..
-인서트
동의산 일각, 등산을 온 등산객들.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쪽에서 개들의 컹컹컹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의아한 시선으로 그쪽을 바라보는 등산객들.
등산객1, 수풀을 헤치고 그쪽을 향해 다가가보면 어느 새 도망친 듯 사라져 있는 개들.
그런 개들이 헤쳐놓은 듯 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파헤쳐져 있는 땅을 힐긋 보던 등산객1, 놀라서 뒤로 넘어진다.
뒤이어 따라온 등산객들도 놀라서 그쪽을 보면
파헤쳐진 땅 사이에 보이는 푸른색 김장비닐, 그 사이로 사람의 손 형상의 뼈가 튀어나와 있다.
씬/44 D, 국과수, 특수부검실
특수부검실, 스테인레스 침대위에 놓여진 백골사체로 오버랩되는 화면.
수현은 약간 뒤로 물러서 있고, 해영이 굳은 얼굴로 백골사체를 내려다보다가, 옆에 서 있는 윤서에게.
해영 : 신원은요? 확인됐나요?
윤서 : 실종자 데이터 베이스에 DNA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피해자 이름은 서영진, 2001년 실종됐고, 실종당시 나이는 35세였대요.
해영 : 실종됐을 때, 살았던 곳은요?
윤서 : ..홍원동이라고 들었어요.
해영 : (멈칫하는) 홍원동이 확실합니까?
해영, 불길한 감이 온다... 수현 역시 얼굴 굳는데..
윤서, 그런 수현 힐긋 보다가.
윤서 : 차형사님, 오늘도 몸이 안 좋아요? 어제도 좀 안 좋아 보이더니.. 차형사님이 찾던 백골사체도 아닌데.. 왜 그런거에요?
수현 : 별거 아니에요. (나가려는데)
해영 : 차형사님이 백골사체를 찾아요?
윤서 : 같은 팀이라면서 모르세요? 차형사님, 키 185cm에 어깨에 철심있는 백골사체 계속 찾아다니시잖아요.
해영, 윤서의 말에 멈칫하는데..
수현 : (해영의 어깨를 밀면서) 신원확인됐으니까, 유가족 만나러 가자.
씬/45 D, 국과수 복도
특수부검실에서 걸어나오는 수현과 해영.
수현 먼저 걸어가는데.. 그런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해영.
-인서트
-5부, 11씬, 감사관실 수사자료 중, 재한의 신체 특징을 적어놓은 부분,
2000년 재한의 사진, 키 185cm, ‘오른쪽 어깨에 철심을 박은 수술로 인한 흉터자국’
-7부, 46씬, 민성을 보내고 얘기하던 전담팀.
계철 : 20년 동안 한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꾼 돈을 못 받았다면 모를까.
수현 : ...못 잊을 수도 있지.
-다시 국과수 복도로 돌아오면 먼저 걷던 수현의 옆으로 와서 보조를 맞춰 걷는 해영.
해영 : (문득)..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요?
수현 : 상상하지 마라, 그런거 아니니까.
수현, 먼저 걸어가는데.. 그런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해영.
씬/46 D, 공장 건물 앞 일각
건물 앞에 설치된 벤치같은 곳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해영, 수현과
공장직원으로 보이는 순해보이는 영진의 남편(40대 후반, 남).
남편 : 어제, 경찰분들한테 다 얘기했는데요.
해영 : 부인께서 실종되기 전에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했다거나.. 아니면..
남편 : 거의 바깥 출입이 없었습니다.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거든요.
수현, 멈칫하는 시선.
수현 : ...산후 우울증이요?
남편 : 그래서 처음엔 어디가서 자살이라도 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수현, 얼굴 눈에 띄게 굳어진다. 해영, 그런 수현을 힐긋 보는..
씬/47 D, 공장 건물 밖, 주차장
주차장쪽으로 굳은 얼굴로 나오는 수현. 그런 수현을 뒤따라 오는 해영.
해영 : 뭡니까? 왜 그러는 거에요?
수현 : ...똑같아.. 살해 방법. 시신 포장 방법... 피해자의 특성.. 1997년도.. 똑같았어..
굳은 얼굴로 수현을 보는 해영.
씬/48 D, 과거, 공방
여섯, 일곱 대 정도의 미싱기를 앞에 앉아 쉼없이 미싱을 돌리고 있는 여자 직원들의 반복적인 손놀림들.
그런 공방 한켠에 딸린 작은 사무실 안, 상미의 사진을 앞에 두고 사장과 재한, 얘기중이다.
사장 : 상미씨가 성격이 좀 그렇긴 했어요. 죽은 사람한테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잘 웃지도 않고 말도 별로 없고.. 항상 혼자 다녔죠.
재한 : 최근들어 불안해 하거나 누가 쫓아다녔다거나 그런 얘긴 못 들었어요?
사장 : 글쎄요... 쉬는 시간에두 어울리질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맨날 구석에서 음악만 듣고 있었거든요.
씬/49 D, 과거, 터미널 매표소
아담한 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 창구에 상체를 기대고 서서 유리벽 안쪽 여자 직원(20대, 여)에게 질문하고 있는 재한.
여자는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직원 : 그 죽은 아줌마랑 별로 안 친했다니까요.
재한 : 매표소에 직원 딱 두명 있는데 그래도 잘 알고 지냈을 꺼 아니에요.
여직원 : 친해지기가 힘든 사람이었어요. 무지 우울하고 재미없는 성격이었거든요.
재한 : (멈칫해서 보는)
여직원 :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맨날 우중충한 음악만 들어대고.. 여튼 나랑은 진짜 안 맞았어요.
씬/50 D, 과거, 거리 일각
한적한 거리 일각, 재한이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그러다가 앞을 보면,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고 있는 상미의 환영이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길 일각에서 역시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땅을 보며 걷는 인희의 환영이 나타난다.
상미와 인희의 모습 교차로 보여지는..그 위로,
재한(소리) : 체형, 키, 나이, 머리모양, 그리고 직업까지... 모두 다르다.
두 피해자 사이에는 닮은 점이 전혀 없어 상미와 인희의 환영, 걷다보면 마치 서로 만날 것 같은데.
재한(소리) : 인접한 지역에 살았지만, 출퇴근 경로도 다르고, 겹치는 동선도 없고..
상미와 인희의 환영,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두 여자의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 클로즈업해서 보여지고..
재한(소리) : 유일한 공통점은... 이어폰. 두 사람 모두 평소 우울한 음악을 자주 들었다..
상미와 인희의 환영, 서로를 스쳐지나가는데,
재한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보면 환영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다.
씬/51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조용한 형기대 사무실. 다들, 밤을 샌 듯, 여기저기 의자 두 개 붙여서 잠을 자거나, 하는 모습들.
재한의 책상 비추면 역시 책상에 엎어져서 잠들어있는 재한이다. 책상 위에는 빈 우유팩과 구겨진 빵봉지가 있고.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잠들었는지 책상 위에 두서없이 놓여있는 홍원동사건 수사자료들.
피해자 사진, 인적사항, 탐문내용을 정리한 메모 등이 보이고...
그때 수사자료들을 들어올리는 누군가의 손, 화면 빠지면 수현이다.
수현, 사건자료들을 살펴보고 다시 정리해서 책상 한 켠에 놓는데, 곤히 잠든 재한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다가,
재한이 형사수첩 위에 적어놓은 글귀를 보는데 ‘이어폰’ ‘우울한 성향’에 크고 굵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씬/52 D, 과거, 홍원동 인근 거리일각
아침, 상미가 일하던 공방을 올려다보는 수현. 가지고 온 지도를 펼쳐본다.
지도에 표시된 빨간색 엑스자 두 군데, 파란색 엑스자 두 군데.
빨간색엔 윤상미 직장, 윤상미 집. 파란색 엑스자에는 주인희 직장과 주인희 집이라고 각각 적혀 있다.
수현(소리) : 두 피해자의 동선에서 겹쳐지는 부분만 찾아내면, 반은 간거다..
수현, 지도를 보면서 이어폰을 꺼내서 귀에 꽂고는 윤상미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씬/53 과거, 몽타쥬
-낮, 홍원동 인근 거리를 걷는 수현.
-밤, 주인희가 일하던 터미널 앞에서부터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수현. 그런데 수현의 얼굴 예전보다 훨씬 더 어두워져 있다.
-홍원동 인근 거리에 서서 지도를 확인하는 수현. 지도에는 벌써 파란색, 빨간색으로 여러 루트들이 생겨나 있다.
씬/54 N, 과거, 거리일각
수현, 이어폰을 꽂은 채, 지도를 보면서 걷다가 다리가 아픈 듯 다리를 통통 친다.
그러다가 앞을 보는데, 저 앞쪽으로 환하게 불이 켜진 편의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은 듯 전구들이 반짝반짝하고 있다.
씬/55 N, 과거, 편의점
딸랑 소리와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서는 수현. 말없이 음료수 코너쪽에 놓여진 온장고쪽으로 걸어가는 수현.
그 뒤쪽으로 보이는 카운터에서 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직원, 진우다.
수현, 온장고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꺼내 카운터로 다가와 내민다.
수현은 지친 듯, 고개 푹 숙이고 있고,
진우 역시 그저 말없이 캔커피에 바코드를 찍은 뒤, 수현이 내민 만원짜리를 받고 거스름돈을 내민다.
수현,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쪽 사발면을 먹는 코너에서 커피를 딴 뒤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슬픈 음악. 그런 수현을 말없이 바라보는 진우.
씬/56 N, 과거, 거리 일각
거리로 다시 나온 수현,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숙여 땅만 보고 걷는다.
그런 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수현이 걸어가는 뒤로, 수현을 향해 다가가는 남자의 운동화가 보여진다.
일정한 속도로 걷는 수현, 그에 비해 뒤를 따르는 남자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수현과 남자의 운동화 교차로 보이다가 마침내 수현이 따라잡히는데,
인기척에 홱 뒤돌아보는 수현, 놀라서 보면, 따라오던 운동화 남자는 재한이었다.
수현 : (이어폰 빼며) 선배님.
재한 : 너 여기서 뭐하냐?
수현 : (말문 막히며) 어..그게...
재한 : (보다가) 홍원동 사건 자료 본거냐? 그래서 피해자들 동선 보느라고 여기 돌아다니는거야?
엄한 데 발 디밀지 말고 들어가서 너 할 일이나 해라.
수현 : ...그래도..
재한 : 들어가라고 했다.
수현 : ....죽은 피해자들이요.
재한 : (보는)
수현 : ..불쌍한거 같아요.
재한 : (보는)
수현 : 피해자들이 걸어다니던 길들을 걸어봤는데요. 길 위에 굴러다니는 건 온통 쓰레기 아니면 안마방 전단지고.
보이는 건 으스스한 철근에 콘크리트 뿐이었어요..
재한, 그제서야 주변 돌아보면, 어두운 골목길, 헤진 전단지, 공사중인 현장의 비죽 튀어나온 철근 콘크리트 등
칙칙한 길가 풍경이다.
수현 : 길가에 살아있거나 이쁜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누구 하나 자기 얘기 들어주지도 않고.. 사는 것도 힘든데..
매일 보는 풍경까지 이렇게 어둡고 삭막했으면 저라도 우울해 질 거 같아요.
재한, 우울해 보이는 수현 보다가.
재한 : 그러니까 들어가라구. 마스코트면 마스코트 다워야지. 반장이 눈치 채기 전에, 빨리 복귀해서 니 일이나 해.
재한,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멀어지고..
수현, 마음 몰라주는 재한이 내심 서운하다. 깊은 한숨.. 아픈 다리를 끌고 반대편 버스정류장쪽으로 향하려다가... 멈칫하는 발길.
다시 뒤를 돌아 홍원동의 어두운 거리를 바라본다.
씬/57 D, 현재, 광수대
광수1계장실 치수의 책상위에 놓여지는 실종자 명단 리스트.
치수, 뭐냐는 듯 바라보면 해영과 뒤쪽에 서 있는 수현이다.
치수 : 이게 뭐야?
해영 : 지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홍원동 일대 실종자 명단 리스틉니다. (한 장 한 장 치수에게 보여주는)
이전 피해자들처럼 우울증 성향을 보인 여자들이 세 명이나 더 실종됐습니다.
치수 : 무슨 소리야?
해영 : 어제 백골사체로 발견된 서영진이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백골사체가 발견된 동의산 현장, 추가 수색 허가해 주십시오.
치수 : (보는)
해영 : (초조한) 희생자가 더 있을 수 있다구요.
해영의 진지한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는 치수.
씬/58 D, 현재, 동의산 일각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는 시신 발굴현장, 십수명의 의경들, 삽을 들고 시신발굴 현장 부근을 파헤치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해영과 수현. 계철, 헌기.
계철 : 아, 알다가도 모르겠네. 안치수 계장님, (해영 흘끗 보고) 박경위 싫어하는 거 아녔어?
헌기 : 그러게요, 당연히 수색허락 안할 줄 알았는데.
계철 : 그치? 근데.. 정말, 여기 시신이 더 있겠어?
해영 : 이 곳 등산로는 작년부터 개방됐어요. CCTV도 최근에 설치됐고 관리인도 없었구요.
그 전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대요. 게다가 이곳과 가장 가까운 등산로 입구는 1997년 사건이 발생한 홍원동 북부면과
맞닿아 있어요. 이동거리까지 고려해 보면 시신을 암매장하기에 최적의 공간이에요.
서로를 바라보는 팀원들.
해영 : 범인이 고르고 골라서 선택한 곳입니다. 만약 묻었다면.. 이곳일겁니다.
굳은 얼굴로 발굴작업을 바라보고 있는 수현. 그런 수현의 얼굴을 힐긋 보는 해영.
해영 : 차형사님은 이 사건에 대해 뭔가 더 알고 있는 게 있는 거죠?
수현 : (천천히 해영 보는)
해영 : 97년 발생한 두 사건은 사체를 마치 전시하듯이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 유기했어요.
그런데 2001년에는 매장을 했어요. 범행의 패턴이 변한겁니다.
수현 : (멈칫하는)
해영 : (수현 반응 눈치채고) ..이유가 뭡니까? 알고 있는 거잖아요?
수현 : ....97년 벌어진 홍원동 사건때 두 명의 살인 피해자 말고도 한명의 피해자가 더 있었어.
해영 : 무슨 말이에요?
수현, 당시를 회상하는 듯, 얼굴 서서히 어두워진다.
씬/59 N, 과거, 형기대
형기대 사무실로 들어오는 재한. 자리로 걸어가다가 수현의 책상 보는데 텅 비어 있다.
재한, 자기자리로 다가가 옆자리에서 졸고 있는 정제에게.
재한 : 쩜오 들어왔냐?
정제 : 아니. 못봤는데.
재한, 자리에 앉는데, 어쩐지 자꾸 수현의 빈 책상에 눈이 간다.
씬/60 N, 과거, 여자숙직실
불이 꺼진 여자 숙직실. 똑똑 들려오는 노크소리. 대답이 없다.
다시 한번 노크소리. 대답이 없자, 문을 열어보는 재한. 불을 키는데, 텅 비어 있다.
씬/61 N, 과거, 형기대 사무실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재한.
재한 : 안녕하십니까. 차수현 순경, 선밴데요. 차수현 순경한테 급하게 전할 얘기가 있어서요..
(하다) 아직.. 집에 안 들어왔어요?
재한, 어쩐지 불길한...
씬/62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뭔가 단서가 될만한 게 없는지 여전히 거리를 걷고 있는 수현. 음악 끝난 뒤, 다음 음악으로 넘어가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의 낑낑거리는 소리.
수현, 뭐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상미가 납치됐던 바로 그 공터. 여전히 묶여 있는 하얀 개다.
수현, 개의 움직임을 보고 다가가서 개를 살펴보는.
수현 : 너 왜 그래? 어디 다쳤어?
순간, 하얀 개, 또 다시 두려운 시선으로 더욱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수현, 의아한 듯 개를 바라보는데, 뒤쪽에서 그런 수현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누군가의 움직임.
반항할 틈도 없이 수현의 얼굴에 검은 비닐봉투를 뒤집어씌우고 입을 틀어막는 손.
씬/63 N, 과거, 거리일각
56씬, 수현과 헤어졌던 곳으로 오는 재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걸어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수현은 보이지 않는다.
씬/64 N, 과거, 진우의 집/화장실
똑똑 떨어지고 있는 개수대 소리와 함께 화면 밝아지는데 화면 가득 어둠이 가득하다.
검은 비닐봉투에 씌워진 수현의 시선 불투명한 비닐 너머 작은 조명 정도 보이고..
거칠고 불안한 숨소리. 바스락 거리는 비닐 쓸리는 소리.
화면 전환되면 진우의 집, 화장실.
상미와 똑같이 두 손이 뒤로 묶이고, 제압당한 상태의 수현.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씬/65 N, 과거, 거리일각
재한, 불길한 예감이 드는 듯, 주변을 빠르게 걸으며 수현을 찾기 시작한다.
재한 : 차수현!.... 쩜오!
씬/66 N, 과거, 진우의 집/화장실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수현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화면.
뚜벅뚜벅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불투명한 비닐봉투 너머로 다가오는 누군가가 느껴진다.
수현, 겁에 질린 거친 호흡. 옆으로 다가와서 앉는 인기척. 수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우(소리) : ...사는게.. 힘들지?
수현, 역시 재갈이 물린 듯, ‘으...’ 으...‘ 비명을 질러보지만,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진우(소리) : 소리 내면... 안돼. 그러면.. 혼나..
수현, 더욱 사력을 다해 소리를 질러보지만,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진우(소리) : 조금만 기다려... 그럼 편하게 해줄게..
서서히 멀어지는 진우의 인기척. 그리고 덜커덕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딘가에서 휘잉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는게 느껴진다.
저벅저벅저벅 발소리가 멀어지고, 다시 쿵 닫히는 문소리.
더 이상 발소리가 안 들리는걸 확인한 수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로 묶인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주춤주춤 걷는 수현.
씬/67 N, 과거, 골목길 일각
쾅, 문이 열리고 문밖으로 튀어나와 나동그라지는 비닐봉투가 씌워진 수현의 시선.
바깥 바람이 불어오면서 얼굴과 밀착되는 비닐봉투.
긴장으로 더욱 거칠어지는 숨소리.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자기 어깨를 칠 듯 하다.
수현, 순간 빠르게 어디로건 달리기 시작한다. 반투명한 검은 비닐봉투 너머로 흐릿하게 보였다 사라졌다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들.
정신없는 수현의 시선, 한번 다시 크게 넘어졌다가 또 다시 비틀거리면서 어디론가 다시 뛰는데,
검은 비닐봉투 너머 흐릿한 수현의 시선에 확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에 쾅, 부딪치면서 블랙 아웃되는 화면.
씬/68 N, 과거, 또 다른 골목길 일각
여전히 수현을 찾아 뛰고 있는 재한. ‘차수현!’ ‘차수현!’
연신 수현의 이름을 부르면서 뛰고 있는 재한, 골목길 안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쪽을 바라보는데..
골목길 저 안쪽에 보이는 수현의 발.
재한, 멈칫하면서 다급히 수현에게 다가간다.
보면, 검은 비닐봉투를 뒤집어쓰고 뒤로 손목이 제압당한 채, 골목에 쓰러져 있는 수현.
설마.. 죽은 건가? 재한, 떨리는 손으로 검은 비닐봉투를 벗긴다. 순간, 눈을 뜨는 수현.
재한, 죽지 않았구나 안도하지만, 수현은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닌 듯, 재한을 알아보지 못하고 도망치려고 발버둥친다.
재한, ‘야, 정신차려!’ 그런 수현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수현, 진정되지가 않는다.
결국 수현을 꼭 끌어안고서 진정시키는 재한.
재한 : 됐어.. 이제.. 괜찮아.
수현, 아직도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진 않았지만, 재한의 품에서 서서히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는 듯 애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 수현을 꼭 끌어안아주는 재한.
씬/69 D, 현재, 동의산 시신 발굴현장
수현의 얘기를 듣고 굳은 얼굴로 수현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 계철, 헌기.
수현 : ....난... 정말 그게 끝인줄 알았어... 그 이후엔..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해영, 그런 수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뭔가를 더 물어보려 하는데..
순간, 저 멀리 있던 의경1의 외침.
의경1(소리) : 찾았습니다!
놀란 얼굴로 그쪽을 바라보는 수현과 해영, 계철, 헌기. 다급히 그 쪽을 향해 달려가서
놀란 얼굴의 의경들이 바라보고 있는 파헤쳐진 땅을 바라본다.
파헤쳐진 흙 사이, 보이는 뽁뽁이 비닐로 감싸여진 시신의 머리부분이 나와있다.
불투명한 뽁뽁이 비닐 아래로 보이는 검은 비닐봉투. 수현의 눈빛 급격하게 떨려오는데..
다른 쪽에서 뛰어오는 창백한 얼굴의 의경2.
의경2 : ...저기도... 이상한 게 있습니다.
놀라서 바라보는 팀원들.
-시간경과되면 발굴 현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치수.
현장 입구쪽에서 기다리던 계철. 치수 보자 목례한 뒤.
계철 : 저쪽입니다.
계철의 안내 받아서 발굴 현장 한쪽에 모여 있는 수현, 해영, 헌기 쪽으로 다가서는 치수.
치수가 다가서자 모여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던 수현, 해영, 헌기.
치수 : 피해자가 더.. 발견됐다구?
수현 : ...예... 그런데.. 셋이 아니에요.
치수, 멈칫해서 보는데.. 천천히 몸을 비켜 시야를 터주는..
치수,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던 걸 보자, 놀라서 낯빛이 굳는다.
현장 한켠에 펼쳐놓은 방수포 위에 나란히 눕혀져 있는 백골시체들이다.
텐트, 낡고 찢어진 돗자리, 까만 비닐, 박스지, 뽁뽁이, 차 바디덮개, 쌀포대 등으로 둘러 쌓여진 총 8구의 백골사체다.
치수 : 이게...
수현 : (창백한) 어제 발견된 백골사체까지 포함, 총 9굽니다.
해영 : ...동일범에 의해 매장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97년 홍원동 사건의 범인이에요.
씬/70 N, 과거, 골목길 일각
68씬, 전봇대 아래에서 수현을 안고 진정시키고 있는 재한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저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진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서서히 뒷걸음질 치면서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씬/71 D, 현재, 동의산 발굴현장
백골사체들을 바라보는 해영의 굳은 표정.
해영 : ...범인은...살인을 멈추지 않았던 거에요...
발굴현장에서 백골사체를 내려다보는 해영, 수현을 비롯한 전담팀의 모습과,
과거의 재한과 수현을 바라보다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진우의 모습 교차되면서 9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