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2~17세 청소년의 안경 착용률은 45.3%에 이른다고 합니다.
2014년 학교 건강 검사 표본조사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70.2%가 안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안경 착용률이 높아지는 원인을 한두 가지로 규명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의 근시 유병률이 높다는 통계에서 유전적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유럽 아이들은 주당 26시간, 동아시아 아이들은 32시간 책을 본다는 통계를 보면 생활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리해보면 근시는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낸 일종의 질병인 셈입니다.
더불어 안경을 맞추기 쉬운 주변 여건과 ‘잘 안 보이면 당연히 안경을 써야지’라는 인식도 안경 착용률을 높인 원인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근시가 질병이라는 인식 없이 청소년에게 안경을 권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진행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 전호성 도움말 정수용 원장(빛안과의원)·장혜란 교수(강북삼성병원 안과)·박진경 안경사(퍼플페이스안경원)
정담원 팀장(한국안경사협회 홍보팀) 자료 제공 한국안경사협회·대한안과학회·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안경 협찬 청라 퍼플페이스안경원
모델 홍민우(서울 성재중학교 3학년) 참고 자료 교육부·국가건강정보포털
편집부가 독자에게 ...
안경의 사회학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하면 당연히 써야 한다고 믿던 안경. 성장하면서 시력도 나빠지는 아이에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안경을 바꿔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안경 쓴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많은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안경 쓰는 학생이 한 반에 한두 명이었는데 지금은 왜 많아졌을까요? 궁금증을 가지고 살펴보니 그동안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 보입니다. 해외에서는 근시도 병으로 인식하고 예방과 진행 방지에 힘쓰지만, 우리나라는 근시를 신체의 변화쯤으로 인식하는 게 원인이 아닐까요. 근시에 대한 무심함이 우리 아이에게 안경을 권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_김지민 리포터 |
WEEKLY THEME┃PART 1
10명 중 7명이 안경을 쓴다고?
2014년 학교 건강 검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시력 이상 비율은 평균 55.1%였으며(표1 참조), 시력 이상 학생 중 안경이나 렌즈 등을 이용한 시력 교정 비율은 평균 60.5%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1학년 18.9%, 초등학교 4학년 54.4%, 중학교 1학년 67.4%, 고등학교 1학년 70.2%로 학년이 올라 갈수록 시력 교정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근시는 눈의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력에 비해 안구의 장축이 길어서 먼 곳의 물체를 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카메라의 필름에 해당)의 앞에 맺히는 증상으로, 먼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 근시는 성장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학령이 높아질수록 시력 이상자가 많은 원인은 뭘까? 빛안과의원의 정수용 원장은 “중·고등 단계에서도 근시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초등 고학년에서 중등 단계는 급격한 성장이 진행되는 시기로 시력의 변화 또한 가장 많이 일어나 시력 이상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성장이 지속하는 고등학생 때 비로소 근시가 시작되기도 해 시력 이상 학생 숫자가 누적으로 많아진다는 것.
정 원장은 “자녀의 말이나 학교에서 시행하는 시력검사 결과에 의존해 소비자들이 안경을 쉽게 맞출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안경 착용률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근시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과학적 규명은 쉽지 않다. 인종적으로 동양인이 근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몽골 민족은 벌판에서 생활하며 먼 곳을 살펴야 하는 생활 습관 덕분에 노안이 있는 사람은 있어도 근시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시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몽골에도 근시가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처럼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은 생활 습관이나 유전, 환경, 사회·문화적 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근시 때문에 안경을 쓰는 사람이 점점 늘다 보니 근시를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의들은 ‘근시는 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북삼성병원 안과 장혜란 교수는 “해외에서는 근시 조기 검진을 받도록 권장한다”며 국내는 아직 근시를 관리하거나 예방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낮다고 말한다. “근시는 다양한 안과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검진을 소홀히 해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아직 근시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확실한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유전적 원인이 아니라면 하루 1시간 ~1시간 30분 실외 활동을 하는 것이 근시의 진행 속도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고 전한다.
장 교수의 말이 이어진다.
“안경이나 렌즈, 라식, 라섹 등의 방법으로 시력을 교정하는 것도 근시의 치료 과정입니다. 시력 교정을 치료 방법 중 하나라고 볼 때 안경을 제대로 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죠.”
장 교수는 “학교 건강 검사 표본조사에는 맨눈 시력이 0.7 이하일 때 안경 쓸 것을 권하지만, 학교에서 검사한 결과만으로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시력 저하가 굴절이상(근시, 원시, 난시)에 따른 것인지, 안과적인 질병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사시가 있는 어린이는 조절(눈의 굴절력을 바꾸는 작용)력이 강하므로 조절마비제를 점안하고 조절마비하 굴절 검사를 시행한 뒤 안경 처방을 받아야 한다. 시력 측정 결과 1.0이 나왔다고 안심하는 것도 위험하다. 난시(눈에 들어간 빛이 각막에서 굴절되며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하고, 두 점 혹은 그 이상 초점을 맺는다)나 원시(망막 뒤쪽에 물체의 상이 맺혀서 먼 곳은 잘 보이나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가 있으면 일반적인 시력검사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정확한 눈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안경을 맞추기 위해 남대문 안경 전문 상가를 찾기도 했다. 역세권이나 상권이 발달한 곳에 주로 있던 안경원이 지금은 학교 앞이나 집 앞 상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 안경원은 물론 프랜차이즈 등 안경원이 넘친다. 한국안경사협회 홍보팀 정담원 팀장은 한국안경사협회에 등록된 안경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안경원은 8천여 개라고. 안경사가 많이 배출되면서 안경원이 급속히 늘어났다. 안경원을 개업하려면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안경사 면허 시험을 거쳐 안경사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정 팀장은 “최근 전국에 안경광학과가 46개로 급속히 늘었다”며 안경사의 공급이 느니 안경원의 숫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엔 안경원의 검사기기가 첨단 기능을 자랑하고, 많은 안경원이 가격대와 상표가 다양한 안경을 비치해 안경원 선택도 쉽지 않다.
정 원장은 “간혹 기능상의 이유로 값비싼 렌즈를 추천하는 안경사가 있는데, 우리나라 광학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저렴한 렌즈도 기능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시력이 변하는 청소년은 렌즈를 자주 바꿔야 하므로 비싼 렌즈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WEEKLY THEME┃PART 2
시력, 왜 측정할 때마다 달라?
안과 vs 안경원
성장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학교에서 하는 건강검진 외에도 성장하며 달라지는 시력 확인을 위해 시력검사 할 일이 많다. 보통 학교에서 초4와 중1, 고1 시기에 시력검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경원이나 안과에서 다시 시력을 측정한다.
궁금한 것은 안과와 안경원의 시력검사 결과가 다르다는 것. 초4부터 안경을 쓴 이지우(인천 초은중3) 학생이 안과와 안경원에서 같은 날 시력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안과와 안경원의 검사 과정이 다르다? 안과와 안경원의 가장 큰 차이는 의사의 문진과 타각적 굴절 검사 여부다. 의사는 눈의 불편 외에도 질병이나 복용 중인 약,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눈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정 원장은 “검사 당일 눈의 상태나 피로 정도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타각적 굴절 검사를 통해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타각적 굴절검사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가성근시에 관한 판단, 조절마비하 굴절 검사가 필요한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퍼플페이스안경원의 박진경 안경사는 “기계로 같은 날짜에 같은 손님을 검사하더라도 검사 수치가 똑같이 나올 수는 없다”고 말한다. 눈에 이물질이 끼거나, 몸 상태에 따라 시력이 다르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도 “지우 학생은 근시 도수를 나타내는 SPH와 난시를 나타내는 CYL 도수에서 각각 0.25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 정도 오차 범위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안경사는 “병원의 처방전은 약속”이라며 “안경원에서는 병원 처방전을 가져오면 처방에 맞춰 안경을 제조하고,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때만 검사를 추가한다”고 강조한다.
안경과 렌즈, 이것이 궁금하다
□ 아직 학생인데 렌즈를 사용해도 괜찮을까?
렌즈로 시력 교정이 잘되고 스스로 관리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면 안경 대신 사용해도 상관없다. 다만 안구가 건조할 때 안구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산소 투과율이 높은 렌즈를 선택하고, 잘 때는 렌즈를 뺀다. 정 원장은 가장 간단하고 좋은 관리법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눈이 회복될 때까지 렌즈를 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 도수 없는 컬러 렌즈나 서클 렌즈, 부작용은 없을까?
서클 렌즈나 컬러 렌즈도 눈에 직접 닿기 때문에 각막상피박리나 감염성 각막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미용 콘택트렌즈는 산소 투과성과 생체 적합성, 색소 안정성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합병증이 많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콘택트렌즈는 무조건 소프트렌즈가 편하다?
일반 소프트렌즈는 각막 전체를 덮으므로 안구에 저산소증이 생기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다면 각막 맞춤형 렌즈나 각막의 수분을 보존하고 산소 투과율이 높은 실리콘 히드로겔 성분 소프트렌즈를 선택한다. 특히 렌즈를 처음 착용할 때 안과 전문의의 처방을 따르는 것은 필수. 하루 8시간 이내 사용과 철저한 렌즈 소독도 건강한 렌즈 사용을 위한 기본 상식.
□ 시력 개선은 바늘구멍 안경?
드림 렌즈는 잠자는 동안 렌즈로 각막을 눌러 각막의 모양을 바꾸고 근시의 초점을 정상 눈의 초점 위치로 이동해 시력을 개선한다. 드림 렌즈로 시력 개선효과를 얻으려면 맨눈 시력과 교정시력, 난시와 근시의 정도, 각막의 모양, 치수, 안구 건조의 정도, 각막 굴곡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므로 병원에서 처방할 수 있다.
시력 교정 안경이라고 부르는 바늘구멍 안경은 핀으로 조그만 구멍을 뚫은 안경이라는 뜻. 원리는 잘 안 보일 때 눈을 찡그리면 조금 더 잘 보이듯 조그만 구멍 사이로 보면 초점 심도가 올라가 잘 보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시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 얼굴의 반을 가리는 큰 안경테 괜찮을까?
안경알이 크면 안경알 바깥쪽은 상이 왜곡되게 비칠 수밖에 없다. 또 안경이 크면 알의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테두리 쪽의 왜곡된 상을 보는 상태가 지속되어 사시를 유발할 수도 있다.
□ 도수에 맞는 안경테가 따로 있을까?
근시나 난시가 심해 안경 도수가 높을수록 작은 알을
사용하고, 안경알과 눈이 가까워야 시력 교정 효과도 높아지며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방지할 수 있다. 청소년이 선호하는 ‘뿔테’는 코 받침이 고정되어 고도근시나 난시에는 적합하지 않다. 코 받침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안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