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9일 자살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서가 공개되었다.
신문에 실린 유서 그 자체의 모습을 내가 컴맹이므로 그대로 전재하지 못함이 매우 애석하다.
유서는 이렇게 써있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 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
이 유서를 보면 우선 그 조형미가 눈에 들어온다.
감사드린다와 미안하다를 줄을 바꾸어 써서 균형을 잡았다.
필치 또한 매우 뛰어나서 한글 추사체라고 부를 만하다.
다음 글의 구성이 훌륭하다.
먼저 모든 한국인에게 사죄하고, 다음 자신과 연을 맺었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다음에는 범위를 더 좁혀 가족에게 미안한 뜻을 전하고, 마지막으로 자기 몸의 처리를 부탁했다.
그리고 되돌아와 모두에게 안녕을 고한다.
이와 같이 짧은 글 하나만 보아도 그의 능력이 출중함을 알겠고 서울시장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겠다.
참 잘 쓴 글이긴 한데 교과서에 실릴 수는 없을 것같고, 어디 일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역대 잘쓴 유서전집"을 출간한다면 꼭 집어 넣도록 추천하고 싶다.
사실 요즈음처럼 많은 명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세상에선 그들이 유서를 작성하는데 참조하도록 선인들의 유서모음이 진즉 출간되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아마 유언장이 일정한 양식으로 작성되는 법률문서가 되고 나서부터 독창적 내용의 유서가 생산되지 않은 데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여튼 법률가들이 문제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