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의정부문학공모전 산문부문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사람을 향한 문학
도서관에서 사람 책을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활자만 읽기 대상이 아니고 사람과 사물을 아우르는 폭넓은 읽기가 진행된다. 책과 사람을 읽는데 있어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지식은 총동원될 수밖에 없다. 읽기 개념이 새롭게 구축되고 형성되는 가운데 이번 공모전 작품읽기도 병행된다.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하다는 데 뭔가 다르게 보려는 시선을 찾아간다. 기존 작가들이 다 써버려서 쓸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르게 접근하는 애씀을 보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발견의 눈이 어느 정도 열렸고 감지하는 촉수가 얼마만큼 예민한지도 관건이다. 표현의 참신성에 눈이 갈 수밖에 없고. 대상을 아우르는 힘이 깊이 있게 파고들었는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학은 사람을 향한다. 따뜻한 글쓰기로 정서적인 회복을 이끌어내는 가운데 사람다움을 추구한다. 완성도 있는 글쓰기를 통해 좀 더 나은 사람살이가 되고 살고 싶은 세상으로 자리매김 되길 기대하면서.
고등부 장원작품은 덕현고 2학년 홍민서의 「지나버린 계절은 나를 다시 찾아오고」라는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평이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과 다르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끝까지 읽어보도록 읽는 이와 호흡을 같이하는 친절함이 묻어난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와 친구처럼 동거하면서 한계상황에 내몰린 나는 자신의 한심스러움을 인정해야만 한다. 깜박 잊었다는 소리 좀 그만하라는 아들과의 긴장감 또한 팽팽한 가운데 치매 전조증상이 드러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사람을 향한 느낌이 따뜻하게 전해지도록 하는 심리묘사가 돋보였다.
중등부 장원작품은 Veiuto Primary School 4반 이유리 '할아버지 빵' 으로 동화다. 노숙생활을 하는 노인과 소년의 구도가 생각의 여지를 준다. 이야기를 진행시켜 가는 데 거부할 수 없는 몰입도가 있다.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물건처럼 벤치에 나와 누워 있는 노숙자에게 배고픔은 세트 메뉴처럼 보인다. 기침까지 심해져 누워있지 못한 노인과 소년의 만남 사이에 세상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빵 한 조각이 있다. 소년 또한 어느새 노인이 되어 있었고. 노인이 곧 소년이요 소년이 곧 노인이라는 연결고리를 찾는 가운데 사람이 결국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함을 말해준다. 노숙자의 냄새 또한 피할 수 없는 사람냄새의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일반부 장원작품은 경기도 성남시 기나율(奇拏汩) 소설 ‘승천하는 용’이다. 연년생 남동생 손을 놓아버려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동생과 십 년만의 가족상봉이 이뤄진다. 나와 동생의 심리를 파고들면서 ‘그저 나의 옆에 자리한 네가 끔찍이도 질깃했다’고 표현한다. 두려워하는 감정을 감지하면서도 미처 그때 알아차리지 못한 그 무엇은 소설 속 얘기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공감의 여지를 주면서 흡입한다. 작품성이 탄탄하고 담담하게 서사를 풀어가는 능력이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한자어를 심각하게 남발하여 작품을 읽는 내내 몹시 거슬렸다는 점에 유의하길 바란다.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하고 의정부문학공모전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 심사평: 의정부문인협회 산문분과장 양효숙(수필가)
* 심사위원: 김마리아(마리), 김재희, 전영숙(전영), 유정숙, 윤정, 김효경, 양효숙
***수상자 명단***
<중등부>
장원: 이유리(Veiuto Primary School 4반)'할아버지 빵'
차상: 주하윤(서울 전농중학교 1학년)'얼룩'
차하: 황채원(경기 안양시 연현중학교 2학년)'선물'
장려: 김일수(충북 충주시 충주중학교)'슬픈 이야기'
<고등부>
장원: 홍민서( 경기도 양주시 덕현고등학교 2학년)
'지나버린 계절은 나를 다시 찾아오고'
차상: 안하람(과천 중앙고등학교 3학년) '철창 속에 도모'
차하: 김현교(안산 경안고등학교 3학년) '일그러진 하회탈’
장려: 곽한승(경기도 양주시 덕현고등학교 3학년) '새와 나비’
장려: 이지영(경기도 의정부시 경민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 동화, 나비와의 시간’
장려: 금동희(경북 안동시 성희여자고등학교 2학년) ‘비오는 날의 할매’
장려: 김수빈(서울 성신여자고등학교 2학년) '아주 먼 길’
장려: 강예나(서울 동대문구 휘경여자고등학교 1학년) '매미’
<일반부>
장원: 기나율(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1동) '승천하는 용'
차상: 백송자(대전광역시 서구) '15㎡의 황혼'
차하: 노은희(경기도 남양주시) '관계자 외 출입금지'
장려: 염보라(경기도 안산시) '그림자의 가출 일기'
장려: 김선희(서울시 용산구) '아버지의 시계'
장려: 김수정(울산시 중구) '두꺼비 노래'
장려: 김진수(경기도 의정부시) '할머니와 꽃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