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역사는 어떤 내용입니까?
* 오늘이 12월 21일이니까 새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읽는 역사’는 오늘 방송이 나가면 내년 1월 새해가 되어야 다시 애청자 여러분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12월과 관련이 있는 우리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두루 살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연말이 되면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다시읽는역사도 12월을 역사적으로 한번 정리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예. 제일 먼저, 1920년 12월 3일에 조지훈 시인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승무’ 등의 명시를 남긴 청록파 시인이시지요. ‘지조론’이라는 명문장으로도 널리 알려지셨습니다. 1960년 4월혁명을 대학교수들이 이끌어내는 데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본래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시지요.
고향이 경북 영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지훈 문학관도 생가에 건립되어 있죠?
* 그렇습니다. 저도 몇 번이나 가보았습니다. 노을이 생가 기와지붕 너머로 넘어가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12월 3일은 현진건 소설가와도 각별한 인연이 닿는 날입니다. 조지훈 시인이 출생한 1920년 12월 3일 현진건의 대표작품 한 편도 태어나지요.
그런가요? 소설작품이 몇 년에 발표되었나 하는 것은 가끔 언급이 되지만 몇 월 몇 일에 완성되었나 하는 것은 문학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1925년 12월 3일 현진건의 대표작 중 한 편으로 손꼽히는 ‘고향’이 완성됩니다. 원고지 끝에 현진건 선생이 ‘12월 3일’이라고 직접 밝혀두었습니다. 소설 ‘고향’에는 대구가 등장을 하고, 경산 하양도 나옵니다. 소설의 서사(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는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실질적 주인공인 ‘그’는 하양에서 기차를 탑니다. 대구역과 하양역이 옛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 좋은 답사장소가 될 텐데, 그런 면모가 전혀 남아 있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반야월역과 동촌역은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구역과 하양역이 옛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 현진건 소설 ‘고향’의 무대로 각광을 받을 텐데 정말 아쉽게 느껴집니다.
* 그렇습니다. 12월 3일 하루 뒤인 12월 4일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태어났습니다. 1932년 12월 4일이죠. 파계사 아래에 생가가 남아 있어서 답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죠. 그리고 1991년 12월 7일에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이 착공되었습니다. 진천에서 안심역까지 전구간이 개통된 것은 1998년 5월 2일이니까 대략 7년 걸렸습니다. 지난 방송 때 말씀을 드렸는데, 12월 7일에는 ‘여자 안중근’으로 이름이 높은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 선생이 1872년에 태어났고, 1910년대 대표 독립운동단체인 광복회의 총사령으로 활동하시다가 순국한 박상진 선생도 1884년에 태어나셨습니다. 남자현 선생은 경북 영양 태생이시고, 광복회는 대구 달성토성에서 결성되었지요. 대구경북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입니다.
예, 남자현 지사와 박상진 지사에 대해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생애를 바치신 독립운동가들을 우리 후대 사람들이 잘 기려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립운동과는 반대 되는 행적을 남기신 분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해보겠습니다. 1980년 12월 6일 세상을 떠난 음악인 백년설 이야기입니다. 백년설은 본명이 이창민이고 경북 성주에서 1914년(1월 19일)에 태어났습니다. ‘나그네 설움’과 ‘번지 없는 주막’이 가장 많이 알려진 대중가요지요. 두 곡 모두 이재호 작곡입니다. 약간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흔히 가수만 기억하고 작곡가는 잊어버리는데, 잘못입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바흐 등 모두 작곡가입니다. 아무튼 백년설은 ‘혈서 지원’ ‘아들의 혈서’ 등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일본군에 자원 입대하라는 친일 노래를 열심히 불러서 좋지 않은 이름을 역사에 남겼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좋은 일을 많이 실천해서 아름다운 이름을 역사에 남기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특히 지도자급 인사들에게는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 그렇습니다. 대구경북과 관계되는 12월의 역사에는 1979년 12월 12일도 빼놓을 수 없는 하루라고 하겠습니다. 요즘 영화 ‘서울의 봄’과 관계가 되는 정치적 사건이었죠. 그리고 12월 17일도 있습니다. 1963년 12월 17일에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을 합니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래 약 2년 반 지난 시점이었는데, 1963년 10월 15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윤보선 후보를 1.55%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이때 박정희 후보는 서울에서는 윤보선 후보의 절반도 득표를 못했지만 전라남북도에서는 이겼습니다. 이때만 해도 선거에 지역감정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며칠 전에 벽동사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그 학술세미나와 관련되는 역사에 대해 소개를 좀 해주시지요?
* 예. 1923년 12월 14일 대구에 미술연구소가 설립되었는데, 그 미술연구소 이름이 벽동사였습니다. 대표는 이상정 장군으로, 이상화 시인의 형입니다. 이상정은 중국에 망명해서 활동한 대단한 독립지사이지만 대구에 거주할 때에는 최초의 서양화 개인전도 개최하고, 계성학교에서 미술(도화)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화가였었지요. 벽동사 사무실은 지금의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인근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14일 벽동사 1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열렸던 것입니다.
이상정 장군이 대구 서양화를 개척한 선구자였군요?
* 그렇습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았더라면 이상정은 장군으로가 아니라 화가로 우리 역사에 크게 이름을 남겼을 인물이죠. 이제 12월 25일 역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전에 박상진 지사와 광복회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 1915년 8월 25일 달성토성에서 창립된 광복회가 일제를 상대로 첫 거사를 일으킨 날짜가 바로 그해 12월 25일입니다. 경주 무열왕릉 뒤쪽 고개를 넘어 아화 방면으로 가는 중에 있는 효현교라는 다리에서 세금 마차를 공격해서 요즘 시세로 9억원 정도되는 돈을 탈취해서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합니다. 이 거사를 주도한 분이 우재룡 지사인데, 대구 두류공원에 흉상과 기념비가 건립되어 있습니다. 효현교에는 2년 전만 해도 아무 표식이 없어서 제가 신문에 그 점을 지적한 글도 썼는데, 요즘 가보니 안내판이 세워져 있더군요.
경주시에서 조치를 잘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려주어야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분을 더 소개하시지요?
* 예. 1932년 12월 30일 현정건 독립지사가 마흔다섯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현정건은 소설가 현진건의 형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으로 활동하신 분입니다. 상해에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평양감옥에서 3년여 옥살이와 혹독한 고문을 당하신 끝에 결국 순국하셨습니다. 동생 현진건과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태어나셨지요.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에 지금은 매립되어버린 영선못 못둑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했다는 기사가 당시 동아일보에 보도되어 있습니다. 오는 30일 오후 3시 범물동 앨리스 카페에서 순국 91주기 추념행사가 열립니다.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순국 독립지사를 추모하는 것으로 한해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연말을 맞아 12월과 관련이 되는 우리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만진 작가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예. 고맙습니다. (2023년 12월 21일 대구KBS라디오 다시읽는역사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