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쪽에서는 이제 막 둥근 해가 떠오르려 하는데 반대편에서는 보름달만한 하얀 잔월(殘月)이 떠있었습니다.
"달(月)"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예전에 제가 글을 올렸던 것이 생각나서 이선희 가수님의 '알고싶어요'를 올려봅니다.
소설가 이재운 선생이 신문 연재소설 '청사홍사'에 황진이 선생편에서 자신을 떠나려는 소세양 판서에게 가지 말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시를 적어 편지를 보낸다는 에피소드가 추가하였는데 적당한 시를 찾지 못하여 고민하였다고 합니다. 이때 이선희 씨의 '알고 싶어요'를 알게 되어 작사자인 양인자 선생에게 허락을 받은 뒤, 이것을 7언 율시 형식의 한시로 다시 작성해서 소설에 추가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설에 다음의 시는 황진이 선생의 시가 아니라고 적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어요'가 황진이 선생의 한시를 번안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는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月夜思
달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簫蓼月夜思何事(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일 생각하오신지)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寢宵轉輾夢似樣(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듯 생시인듯)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問君有時錄妾言(묻노니, 님이여 때로는 저의 말도 적어보시는지)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此世緣分果信良(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지요)
그대 생각하다 보면 모든게 궁금해요 悠悠憶君疑未盡(멀리 계신 님 생각하면 궁금함이 끝이 없어요)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日日念我幾許量(하루 하루 저를 얼마만큼 많이 생각하시나요)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忙中要顧煩惑喜(바쁜 중 돌이켜 생각함이라 괴로움일까 즐거움일까)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 喧喧如雀情如常(참새처럼 지저귀어도 저에게 향한 정은 여전하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