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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下
1.
天下之治方術者多矣(천하지치방술자다의) : 천하에는 도술을 닦는 사람들이 많다.
皆以其有爲不可加矣(개이기유위불가가의) :
그리고 자기가 닦은 것으로 그 위에 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古之所謂道術者(고지소위도술자) : 그러나 옛날의 도술이라는 것은
果惡乎在(과악호재) :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었는가?
曰無乎不在(왈무호불재) :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고 했다
曰神何由降(왈신하유강) : 이르기를, 그러면 신령함은 어디로부터 내려왔으며,
明何由出(명하유출) : 명철함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가?
聖有所生(성유소생) : 성인도 생겨난 근원이 있고,
王有所成(왕유소성) : 왕도도 이루어진 근원이 있는데,
皆原於一(개원어일) : 모두가 한 가지 도에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不離於宗(불리어종) : 대종(大宗)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天人(위지천인) : 천인(天人)이라 한다.
不離於精(불리어정) : 깨끗하고 순수함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神人(위지신인) : 신인(神人)이라 한다.
不離於眞(불리어진) : 참된 것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謂之至人(위지지인) : 지인(至人)이라 한다.
以天爲宗(이천위종) : 하늘을 대종으로 삼고,
以德爲本(이덕위본) : 덕을 근본으로 삼고,
以道爲門(이도위문) : 도를 드나드는 문으로 삼고,
兆於變化(조어변화) : 모든 변화를 초월하는 사람을
謂之聖人(위지성인) : 성인(聖人)이라 한다.
以仁爲恩(이인위은) : 어짊을 은혜로운 것으로 삼고,
以義爲理(이의위리) : 의로움을 원리로 삼고,
以禮爲行(이례위행) : 예의를 행동 기준으로 삼고,
以樂爲和(이락위화) : 음악을 조화의 방법으로 삼고,
薰然慈仁(훈연자인) : 훈훈하게 자애로운 사람을
謂之君子(위지군자) : 군자(君子)라 한다.
以法爲分(이법위분) : 법으로 분계(分界)를 삼고
以名爲表(이명위표) : 명분으로 의표(儀表)를 삼고,
以參爲驗(이삼위험) : 여러 가지 일을 참고하는 것으로 징험을 삼고,
以稽爲決(이계위결) : 고찰하는 것으로 시비의 판단을 내려
其數一二三四是也(기수일이삼사시야) : 그 방법이 숫자를 하나, 둘, 셋, 넷과 같은 것이다
百官以此相齒(백관이차상치) : 그래서 모든 관리들은 이것으로 서로 직분을 지키는 것이다
以事爲常(이사위상) : 백성들은 농사로써 직업을 삼고
以衣食爲主(이의식위주) : 옷과 밥으로써 주장을 삼으며
以蕃息畜藏爲意(이번식축장위의) : 집 안에는 가축을 기르고 창고에는 재물을 저축하며
老弱孤寡皆有以養(노약고과개유이양) : 늙은 이나 병든 이나 고아나 과부에는 특히 마음을 쓰니
民之理也(민지리야) : 이것은 다 백성을 기르는 이치에 맞는 것이다
古之人其備乎(고지인기비호) : 옛 사람들은 본성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어서,
配神明(배신명) : 그들은 신명(神明)에 합치되고,
醇天地(순천지) : 하늘과 땅에 어울려
育萬物(육만물) : 만물을 생육시키고,
和天下(화천하) : 세상 사람들을 화합하게 하여
澤及百姓(택급백성) : 은택이 온 백성들에게 미쳤다.
明於本數(명어본수) : 그들은 근본적인 원리에도 밝았지만,
係於末度(계어말도) : 말단적인 법도도 잘 적용시켰다.
六通四辟(육통사벽) : 그들의 도는 천지사방으로 통하여
小大精粗(소대정조) : 크고 작고 가늘고 굵은
其運無乎不在(기운무호부재) : 모든 사물의 운행에 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其明而在數度者(기명이재수도자) : 그것이 분명히 원리와 법도로서 나타나 있는 것은
舊法世傳之史(구법세전지사) : 옛날의 법이나 세상에 전해지는 역사서 들에
尙多有之(상다유지) : 아직도 많이 기록되어 있다.
其在於詩書禮樂者(기재어시서예악자) :
그리고 그것이 시경, 서경, 예경, 악경 등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은
鄒魯之士搢紳先生(추노지사진신선생) : 추땅과 노나라의 선비들과 유학자들이
多能明之(다능명지) : 많이들 밝혀 놓고 있다.
詩以道志(시이도지) : 시경은 사람들의 뜻을 서술한 것이고,
書以道事(서이도사) : 서경은 사건들을 서술한 것이며,
禮以道行(예이도행) : 예경은 행동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樂以道和(악이도화) : 악경은 조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易以道陰陽(역이도음양) : 역경은 음양의 변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春秋以道名分(춘추이도명분) : 춘추는 명분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其數散於天下(기수산어천하) : 그들의 법도가 온 천하에 흩어져
而設於中國者(이설어중국자) : 중국에 유행하게 된 것을 보면
百家之學時或稱而道之(백가지학시혹칭이도지) :
백가(百家)들의 학문 중에서 간혹 그들을 칭찬하고 따르기도 한다.
天下大亂(천하대란) :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賢聖不明(현성불명) : 성현들이 밝게 드러나지 않고
道德不一(도덕불일) : 도덕이 통일되지 않게 되었다.
天下多得一察焉以自好(천하다득일찰언이자호) :
세상 사람들이 견해 하나를 더 많이 터득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譬如耳目口鼻(비여이목구비) : 예를 들면 귀와 눈과 코와 입은
皆有所明(개유소명) : 제각기 분명한 기능이 있지만
不能相通(불능상통) : 그것이 서로 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猶百家衆技也(유백가중기야) : 이것은 마치 백가들의 여러 재주와 같은 것이다.
皆有所長(개유소장) : 모두가 특징이 있어서
時有所用(시유소용) : 때로 쓰이는 데가 있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不該不徧(불해불편) : 그것들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없는
一曲之士也(일곡지사야) : 한 쪽 모퉁이로 치우쳐진 학문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
判天地之美(판천지지미) : 그들은 하늘과 땅의 기능을 애써 구분하고,
析萬物之理(석만물지리) : 만물의 이치를 일부러 분석하여,
察古人之全(찰고인지전) : 옛사람들의 완전함을 흐트려놓고 있다.
寡能備於天地之美稱神明之容(과능비어천지지미칭신명지용) :
따라서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완비하고 신명스런 모습에 어울리기는 힘든 일이다.
是故內聖外王之道(시고내성외왕지도) : 그러므로 내성(內聖)과 외왕(外王)의 도가
闇而不明(암이불명) : 캄캄하게 되어 밝혀지지 않고
鬱而不發(울이불발) : 엉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天下之人各爲其所欲焉以自爲方(천하지인각위기소욕언이자위방) :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바라는 것을 닦아서 스스로 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悲夫(비부) : 슬프다!
百家往而不反(백가왕이불반) :
백가의 여러 학자들은 자기들 생각대로만 달려나가면서 근본으로 되돌아올 줄 모르고 있으니,
必不合矣(필불합의) : 절대로 그들은 도에 합치되지 못할 것이다.
後世之學者(후세지학자) : 후세의 학자들은
不幸不見天地之純(불행불견천지지순) : 불행히도 하늘과 땅의 순수함이나
古人之大體(고인지대체) : 옛사람들의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으니,
道術將爲天下裂(도술장위천하열) :
올바른 도술은 세상의 학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2.
不侈於後世(불치어후세) : 후세에 사치하지 않게 하고,
不靡於萬物(불미어만물) : 만물을 꾸며대지 않게 하고,
不暉於數度(불휘어수도) : 법도를 밝히지 않고,
以繩墨自矯(이승묵자교) : 어짊과 의로움의 제도로 스스로를 격려하며,
而備世之急(이비세지급) : 재물을 저축하여 세상의 환란에 대비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경향을 띤 사람들이 있었다.
墨翟禽滑釐聞其風而說之(묵적금활리문기풍이열지) :
묵적과 금활리는 그런 가르침을 듣고서 기뻐했다.
爲之大過(위지대과) : 그러나 그것을 행함에 있어서 너무나 지나쳤고,
已之大循(이지대순) : 자기 위주로 지나치게 행동했다.
作爲非樂(작위비락) : 그는 음악을 부정하는 이론을 세우고,
命之曰節用(명지왈절용) : 거기에 절용(節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生不歌(생불가) : 살아서는 노래하지 않고,
死無服(사무복) : 죽어도 상복도 입지 않았다.
墨者氾愛兼利而非?(묵자범애겸리이비?) :
묵자는 사람들을 평등하게 사랑하고 다 같이 이롭게 해주어야 하며, 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其道不怒(기도불노) : 그의 도는 노여워하지 않고,
又好學而博(우호학이박) : 또 널리 배우기를 좋아하며,
不異(불이) : 남과의 구별을 부정했다.
不與先王同(불여선왕동) : 그러나 이것은 옛 임금들의 법도와는 다른 것이다.
毁古之禮樂(훼고지례락) : 그리고 옛날의 예의와 음악을 파괴하는 것이다.
黃帝有咸池(황제유함지) : 황제에게는 함지라 하는 음악이 있었고,
堯有大章(요유대장) : 요임금에게는 대장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舜有大韶(순유대소) : 순임금에게는 대소라는 음악이 있었고,
禹有大夏(우유대하) : 우임금에게는 대하라는 음악이 있었고,
湯有大濩(탕유대호) : 탕임금에게는 대호라는 음악이 있었고,
文王有辟雍之樂(문왕유벽옹지락) : 문왕에게는 벽옹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武王周公作武(무왕주공작무) : 무왕과 주공은 무라는 음악을 만들었다.
古之喪禮(고지상례) : 옛날의 상례는
貴賤有儀(귀천유의) : 귀천에 따라 의식이 달랐고,
上下有等(상하유등) : 위아래 신분에 따른 등급이 있었다.
天子棺槨七重(천자관곽칠중) : 천자는 관을 일곱 겹으로 하였고,
諸侯五重(제후오중) : 제후는 다섯 겹,
大夫三重(대부삼중) : 대부는 세 겹,
士再重(사재중) : 사는 두 겹이었다.
今墨子獨生不歌(금묵자독생불가) : 지금 묵자 만이 살아서 노래하지 않고,
死不服(사불복) : 죽어도 상복을 입지 않는 것이다.
桐棺三寸而無槨(동관삼촌이무곽) :
그들은 삼촌 두께의 오동나무 관에 겉 관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以爲法式(이위법식) : 법식으로 삼는다.
以此敎人(이차교인) :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면
恐不愛人(공불애인) : 아마도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며,
以此自行(이차자행) :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가 행동을 하다보면
固不愛己(고불애기) : 틀림없이 자신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未敗墨子道(미패묵자도) : 묵자의 도를 일부러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歌而非歌(가이비가) : 노래를 해야 할 때도 노래하지 않고,
哭而非哭(곡이비곡) : 곡을 해야 할 때도 곡을 하지 않고,
樂而非樂(락이비락) : 즐겨야 할 때도 즐기지 않는다면
是果類乎(시과유호) : 이것을 과연 인정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其生也勤(기생야근) : 그들은 살아서는 열심히 일만 하고,
其死也薄(기사야박) : 죽어서는 박대를 받게 되니,
其道大?(기도대?) : 그들의 도란 너무 각박한 것이다.
使人憂(사인우) : 사람들에게 근심이나 하게 하고,
使人悲(사인비) : 사람들을 슬프게만 만드는 것이다.
其行難爲也(기행난위야) : 그리고 그것은 실행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恐其不可以爲聖人之道(공기불가이위성인지도) : 그것은 성인의 도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反天下之心(반천하지심) :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것이므로
天下不堪(천하불감) : 세상 사람들은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墨子雖獨能任(묵자수독능임) : 묵자가 비록 홀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 해도
奈天下何(내천하하) : 세상 사람들은 어찌 할 것인가?
離於天下(리어천하) : 온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其去王也遠矣(기거왕야원의) : 그것은 왕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墨子稱道曰(묵자칭도왈) : 묵자는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昔者禹之湮洪水(석자우지인홍수) : “옛날 우임금은 홍수를 막고,
決江河而通四夷九州也(결강하이통사이구주야) :
장강과 황하의 물을 터 흐르게 하고, 사방의 오랑캐 땅과 온 나라에 교통이 서로 통하게 했다.
名川三百(명천삼백) : 명산이 삼백 개였고,
支川三千(지천삼천) : 지류는 삼천 갈래였으니,
小者無數(소자무수) : 그밖에 작은 것들은 수도 없다.
禹親自操?耜(우친자조?사) : 우임금은 친히 삼태기와 가래를 들고
而九雜天下之川(이구잡천하지천) : 천하의 강물을 모아 바다로 흐르게 했다.
腓無胈(비무발) : 그 때문에 장딴지에는 살이 없었고,
脛無毛(경무모) : 정강이에는 털이 없었다.
沐甚雨(목심우) : 소나기에 목욕을 하고
櫛疾風(즐질풍) : 거센 바람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置萬國(치만국) : 모든 나라들을 안정시켰던 것이다.
禹大聖也(우대성야) : 우임금은 위대한 성인이었는데도,
而形勞天下也如此(이형로천하야여차) : 천하를 위해 이처럼 몸을 고단하게 했던 것이다.”
使後世之墨子(사후세지묵자) : 그리고는 후세의 묵가들에게
多以구褐爲衣(다이구갈위의) : 털가죽옷과 칡베옷을 입고
以기갹爲服(이기갹위복) : 나막신이나 짚신을 신고서,
日夜不休(일야불휴) :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고생시키는 것을
以自苦爲極(이자고위극) : 법도로 삼게 했던 것이다.
曰不能如此(왈불능여차) : 그리고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非禹之道也(비우지도야) : 우임금의 도가 아니니
不足謂墨(부족위묵) : 묵가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相里勤之弟子(상리근지제자) : 상리근의 제자들과
五侯之徒(오후지도) : 오후의 무리들과
南方之墨子苦獲(남방지묵자고획) : 남방의 묵가인 고획,
己齒(기치) : 기치,
鄧陵子之屬(등릉자지속) : 등릉자의 무리들은
俱誦墨經(구송묵경) : 모두 묵자의 경전을 잃고 외웠지만,
而倍譎不同(이배휼부동) : 서로 어긋나 주장이 같지 않고
相謂別墨(상위별묵) : 서로 묵자와 다르다고 공격을 했다.
以堅白同異之辯相訾(이견백동이지변상자) : 견백동이(堅白同異)의 궤변으로 서로 욕하고,
以觭偶(이기우) : 혹은 남과 어울리기도 하고,
不仵之辭相應(불오지사상응) : 혹은 자기 홀로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말로써 서로 대응했다.
以巨子爲聖人(이거자위성인) : 그리고 자기 파벌의 스승을 성인이라 하며,
皆願爲之尸(개원위지시) : 모두가 묵자의 종주가 되어
冀得爲其後世(기득위기후세) : 후세에 묵가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 상태가
至今不決(지금불결) :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墨翟(묵적) : 묵적과
禽滑釐之意則是(금활리지의칙시) : 금활리의 생각이 옳을지는 모르지만
其行則非也(기행칙비야) : 그들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將使後世之墨者(장사후세지묵자) : 후세의 묵가들로 하여금
必自苦以腓無胈脛無毛(필자고이비무발경무모) : 반드시 스스로를 괴롭힘으로써 넓적다리에는
살이 없고 정강이에는 털이 없도록 만들어 주고 있을 뿐인 것이다.
相進而已矣(상진이이의) :
亂之上也(란지상야) : 이것은 천하를 어지럽히는데는 최상이고
治之下也(치지하야) : 다스려지게 하는데는 최하인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墨子眞天下之好也(묵자진천하지호야) : 묵자는 진실로 천하를 사랑하기는 했다.
將求之不得也(장구지부득야) : 올바른 도를 구하여 얻지 못한다면
雖枯槁不舍也(수고고불사야) : 비록 몸이 깡마르게 되는 한이 있다 해도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다.
才士也夫(재사야부) : 그가 재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3.
不累於俗(불루어속) : 세속적인 일에 방해받지 않고,
不飾於物(불식어물) : 물건을 장식하지 않고,
不苛於人(불가어인) : 남에게 가혹하게 하지 않고,
不忮於衆(불기어중) : 여러 사람들에게 거스르지 않는다.
願天下之安寧以活民命(원천하지안녕이활민명) :
천하가 안락하여 백성들이 잘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人我之養畢足而止(인아지양필족이지) :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 풍족해져야만 만족한다.
以此白心(이차백심) : 이런 생각으로 자기의 마음을 깨끗이 하려는 것이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경향을 지녔던 사람들이 있었다.
宋鈃尹文聞其風而悅之(송견윤문문기풍이열지) : 송견과 윤문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作爲華山之冠以自表(작위화산지관이자표) :
그들은 위아래가 평평한 화산의 관을 만들어 씀으로써 자기들의 마음이 균등히 고름을 표시했다.
接萬物以別宥(접만물이별유) : 그들은 만물을 놓고서 그것들의 한계를 구별하는 데서
爲始(위시) : 학문을 출발했다.
語心之容(어심지용) : 그리고 마음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命之曰心之行(명지왈심지행) : 이름을 붙여 마음의 덕이라 했다.
以聏合驩(이이합환) : 서로 친숙함으로써, 다 같이 기쁘게 함으로써
以調海內(이조해내) : 온 세상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請欲置之以爲主(청욕치지이위주) : 그리고 정욕을 적게 갖는 것을 중심사상으로 삼았다.
見侮不辱(견모불욕) : 모욕을 당해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고
救民之?(구민지?) : 백성들 사이의 싸움을 없애려 했다.
禁攻寢兵(금공침병) : 공격을 금하고 무기를 없앰으로써
救世之戰(구세지전) : 세상의 전쟁을 없애려 했다.
以此周行天下(이차주행천하) : 이러한 주장을 온 천하에 두루 유행시키려고
上說下敎(상설하교) : 위로는 설교하고 아래로는 가르쳤다.
雖天下不取(수천하불취) : 비록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强聒而不舍者也(강괄이불사자야) : 쉬지 않고 억지로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것이다.
故曰上下見厭而强見也(고왈상하견염이강견야) : 그러므로 위아래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爲人太多(기위인태다) :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남을 위하며,
其自爲太少(기자위태소) : 자신을 위하려는 생각은 아주 적다.
曰請欲固置五升之飯足矣(왈청욕고치오승지반족의) : 그들이 말하기를, “사람의 정욕이
줄기만 한다면 하루에 다섯 되의 밥만 먹으면 만족할 것이다.
先生恐不得飽(선생공부득포) : 우리가 선생으로 받드는 온 세상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봐 두렵기만 하다.
弟子雖飢(제자수기) : 제자나 마찬가지인 나 자신은 비록 굶주리는 한이 있더라도
不忘天下(불망천하) : 천하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日夜不休曰(일야불휴왈) : 그리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노력하며 말했다.
我必得活哉(아필득활재) : “우리는 반드시 세상을 제대로 살리려 한다.
圖傲乎救世之士哉(도오호구세지사재) :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세상 사람들이 오만하게 대하기야 하겠는가?”
曰君子不爲苛察(왈군자불위가찰) : 그리고 말하기를, “군자는 사물을 자세히 살펴 따져서는 안되며,
不以身假物(불이신가물) : 자신이 물건에 이끌려서도 안 된다.”
以爲無益於天下者(이위무익어천하자) : 그들은 천하에 이롭지도 않은 것을
明之不如己也(명지불여기야) : 자세히 밝히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以禁攻寢兵爲外(이금공침병위외) : 그들은 공격을 금하고 전쟁을 없애는 것으로써 외면을 삼고,
以情欲寡淺爲內(이정욕과천위내) : 정욕을 줄인다는 것으로써 내면을 삼고 있다.
其小大精粗(기소대정조) : 그들 주장에는 작고 큰 것과 가늘고 굵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紀行適至是而止(기행적지시이지) : 그들의 행동은 결국 여기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4.
公而不黨(공이불당) : 공정하여 치우치지 않고
易而無私(이이무사) : 평이하므로 사심을 갖지 않고,
決然無主(결연무주) : 모든 관계를 끊고 주로 내세우는 것이 없으며,
趣物而不兩(취물이불량) : 사물을 따르고 자기와 남의 구별을 두지 않는다.
不顧於慮(불고어려) :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근심하려 하지 않고,
不謀於知(불모어지) : 지혜로써 계책을 쓰지 않는다.
於物無擇(어물무택) : 외물에 대해 자기 위주로 가리는 것이 없으며,
與之俱往(여지구왕) : 외물과 어울려 함께 행동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입장을 견지한 사람이 있었다.
彭蒙田騈愼到聞其風而悅之(팽몽전병신도문기풍이열지) :
팽몽과 전변과 신도가 그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齊萬物以爲首曰(제만물이위수왈) : 그들은 만물은 모두 평등한 것임을 첫째로 내세우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天能覆之而不能載之(천능복지이불능재지) :
“하늘이 사람을 덮어주기는 하지만 위에 실어주지는 못한다.
地能載之而不能覆之(지능재지이불능복지) :
땅은 사람을 위에 실어주기는 하지만 덮어주지는 못한다.
大道能包之而不能辯之(대도능포지이불능변지) :
위대한 도는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知萬物皆有所可(지만물개유소가) : 그들은 만물에는 가능한 것도 있지만
有所不可(유소불가) : 불가능한 것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故曰(고왈) : 그래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選則不徧(선칙불편) : “자기 생각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면 모든 물건에 공평할 수 없고,
敎則不至(교칙부지) : 말로써는 도를 다 표현할 수 없다.
道則無遺者矣(도칙무유자의) : 도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포용하는 것이다.”
是故愼到棄知去己(시고신도기지거기) : 이러함으로 신도는 지혜를 버리고 자기 자신도 떠나서
而緣不得已(이연부득이) : 자연의 부득이한 결과를 따라 행동했다.
冷汰於物(랭태어물) : 사물에 대해 되는 대로 따르는 것이
以爲道理(이위도리) :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다.
曰知不知(왈지부지) : 그는 ‘안다는 것은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將薄知而後隣傷之者也(장박지이후린상지자야) :
지식을 박대하고 있는데, 결국은 지식을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謑髁無任(혜과무임) : 치욕을 참으며 홀로 생각하되 하는 일이 없으며,
而笑天下之尙賢也(이소천하지상현야) : 세상 사람들이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는 것을 비웃었다.
縱脫無行(종탈무행) : 제멋대로 기준 없이 행동하면서
而非天下之大聖(이비천하지대성) : 천하의 위대한 성인을 부정했다.
椎拍輐斷(추박완단) : 망치로 치고 깎고 자르듯이
與物宛轉(여물완전) : 물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舍是與非(사시여비) :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버리고
苟可以免(구가이면) : 구구하게 따지지 않는다.
不師知慮(불사지려) : 지혜와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不知前後(불지전후) : 앞뒤를 따지지 않으며,
魏然而已矣(위연이이의) : 자기 홀로 지낼 따름이다.
推而後行(추이후행) : 밀린 다음에야 나가고,
曳而後往(예이후왕) : 끌린 다음에야 가게 된다.
若飄風之還(약표풍지환) : 회오리바람이 돌아가듯,
若落羽之旋(약락우지선) : 새의 깃이 바람에 날리며 돌 듯,
若磨石之隧(약마석지수) : 맷돌이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全而無非(전이무비) : 그래서 완전히 그른 데가 없으며,
動靜無過(동정무과) :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잘못이 없어서,
未詳有罪(미상유죄) : 죄를 짓는 일이 없다.
是何故(시하고) :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夫無知之物(부무지지물) : 무릇 지각이 없는 물건은
無建己之患(무건기지환) : 자기 환란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無用知之累(무용지지루) : 그는 지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없었고,
動靜不離於理(동정불리어리) :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이치를 떠나는 일이 없다.
是以終身無譽(시이종신무예) : 그래서 평생 칭찬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래서 그는 말하기를
至於若無知之物而已(지어약무지지물이이) : “지각이 없는 물건과 같이 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無用賢聖(무용현성) : 현인이나 성인과 같은 지혜도 쓸 필요가 없다.
夫塊不失道(부괴불실도) : 흙덩이는 지각이 없어 오히려 도를 잃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豪桀相與笑之曰(호걸상여소지왈) : 천하의 호걸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했다
愼到之道(신도지도) : “신도가 주장하는 도는
非生人之行(비생인지행) : 산 사람이 행할 것이 아니라,
而至死人之理(이지사인지리) : 죽은 사람에게 적용될 원리이다.”라고 비평했다.
適得怪焉(적득괴언) : 그의 학설은 세상에서 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田騈亦然(전병역연) : 전변도 역시 그랬다.
學於彭蒙(학어팽몽) : 팽몽에게 배워
得不敎焉(득불교언) : 가르치지 않는 학문을 체득했다.
彭蒙之師曰(팽몽지사왈) : 팽몽의 스승이 말했다.
古之道人(고지도인) : “옛날의 도를 닦은 사람은
至於莫之是莫之非而已矣(지어막지시막지비이이의) :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는 경지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其風窢然(기풍획연) : 그 학설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惡可而言(악가이언) : 어찌 말로써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常反人(상반인) :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각에 반대하며
不見觀(불견관) :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而不免於?斷(이불면어?단) : 그래서 깎고 자른 것처럼 외물에 적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其所謂道非道(기소위도비도) : 그가 말하는 도란 진실한 도가 아니며,
而所言之韙不免於非(이소언지위불면어비) : 그가 말하는 옳은 것이란 그른 것이 아닐 수 없다.
彭蒙田騈愼到不知道(팽몽전병신도부지도) : 팽몽, 전변, 신도는 진실한 도를 알지 못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렇지만
槪乎皆嘗有聞者也(개호개상유문자야) :
대략적으로는 모두 도에 대해 들은 일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5.
以本爲精(이본위정) 만물의 근원은 정미한 것으로 보고, :
以物爲粗(이물위조) : 형체 있는 물건은 조잡한 것으로 보며,
以有積爲不足(이유적위부족) : 부가 쌓인 것을 부족한 것으로 보고,
澹然獨與神明居(담연독여신명거) : 담담히 홀로 신명과 더불어 생활한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에도 이런 경향의 학파가 있었다.
關尹老聃聞其風而悅之(관윤노담문기풍이열지) : 관윤과 노담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던 것이다.
建之以常無有(건지이상무유) : 그들은 영원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허무(虛無)의 경지를 세워 놓고
主之以太一(주지이태일) :
以濡弱謙下爲表(이유약겸하위표) : 태일(太一)의 절대적인 도를 중심 사상으로 삼았다.
以空虛不毁萬物爲實(이공허불훼만물위실) : 연약하고 겸손한 것으로 외표(外表)를 삼고,
공허함으로서 만물을 손상치 않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삼았다.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在己無居(재기무거) : “자기에게는 일정한 입장이 없고,
形物自著(형물자저) : 외물의 형편에 따라 자기의 행동을 드러낸다.
其動若水(기동약수) : 그 움직임은 물과 같고,
其靜若鏡(기정약경) : 고요함은 거울과 같으며,
其應若響(기응약향) : 옹호하는 것은 울림과 같다.
芴乎若亡(홀호약망) : 황홀히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寂乎若淸(적호약청) : 적막하기가 맑은 물과 같다.
同焉者和(동언자화) : 이런 경지에 동화시키는 사람은 자연과 조화가 되지만,
得焉者失(득언자실) : 의식적으로 이런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은 이런 경지를 잃을 것이다.”
未嘗先人而常隨人(미상선인이상수인) : 그는 절대로 남을 앞서지 않고 언제나 남을 따랐던 것이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知其雄(지기웅) :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守其雌(수기자) : 약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몰려든다.
知其白(지기백) : 그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守其辱(수기욕) : 욕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돌아와 복종하게 된다.”
人皆取先(인개취선) : 사람들은 모두 남의 앞에 서려 하는데,
己獨取後(기독취후) : 그 홀로 남보다 뒤에 서려고 했던 것이다.
曰受天下之垢(왈수천하지구) : 그는 또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치욕을 자신이 받아들인다.”
人皆取實(인개취실) : 사람들은 모두 실속 있는 것을 추구하는데
己獨取虛(기독취허) : 그 홀로 텅 빈 것을 추구했다.
無藏也故有餘(무장야고유여) : 그는 저장하는 것이 없으므로 언제나 남음이 있었다.
其行身也(기행신야) : 홀로 자립하여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徐而不費(서이불비) : 그는 행동함에 있어서 더디고도 힘을 낭비하지 않게 했다.
無爲也而笑巧(무위야이소교) : 무위하면서 사람들의 기교를 비웃었다.
人皆求福(인개구복) :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였는데,
己獨曲全(기독곡전) : 그는 홀로 자연스러움에 빈틈없이 완전하기를 추구했다.
曰苟免於咎(왈구면어구) : 그는 말하기를, “구차히 재앙을 면하기만 하면 된다.”
以深爲根(이심위근) : 그는 심원함을 근본으로 삼고
以約爲紀(이약위기) : 간략함을 대강으로 삼았다.
曰堅則毁矣(왈견칙훼의) : 그는 또 말하기를, “굳은 것은 깨어지게 되고,
銳則挫矣(예칙좌의) : 예리한 것은 꺾어지게 되어 있다.”
常觀於物(상관어물) : 그는 언제나 외물을 너그럽게 포용하였고,
不削於人(불삭어인) : 남을 깎아 내리지 않았다.
可謂至極(가위지극) : 그러니 도의 극치에 이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關尹老聃乎(관윤노담호) : 관윤과 노담은
古之博大眞人哉(고지박대진인재) : 옛날의 위대한 진인(眞人)이었다
6.
홀漠無形(홀막무형) : 황홀하고 적막하여 어떤 형체도 없고,
變化無常(변화무상) : 변화는 일정하지 않다.
死與生與(사여생여) :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天地竝與(천지병여) : 하늘과 땅과 나란히 존재하고
神明往與(신명왕여) : 신명에 따라 움직여 간다.
芒乎何之(망호하지) : 망연한데 어디로 가는 것인가
忽乎何適(홀호하적) : 황홀한데 어디로 변화해 가는가
萬物畢羅(만물필라) : 만물을 다 망라하고 있지만
莫足以歸(막족이귀) : 귀착될 만한 것이 없다.
古之道術有在於是者(고지도술유재어시자) : 옛날의 도술에도 이런 경향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
莊周聞其風而悅之(장주문기풍이열지) : 장주가 그런 학설을 듣고서 좋아했다.
以謬悠之說(이류유지설) : 그는 아득한 이론에
荒唐之言(황당지언) : 황당무계한 말과
無端崖之辭(무단애지사) : 종잡을 데 없는 말로 이를 논했다.
時恣縱而不儻(시자종이불당) : 때때로 자기 멋대로 논했지만 치우치는 일이 없었고,
不以觭見之也(불이기견지야) : 한 가지에만 적용된 견해를 가지고 주장하지 않았다.
以天下爲沈濁(이천하위침탁) : 지금 세상은 침체되고 혼탁해서
不可與莊語(불가여장어) : 올바른 이론을 펼 수 없다고 생각했다.
以巵言爲曼衍(이치언위만연) : 그리고 일에 따르기만 한 치언들을 끝없이 늘어놓고,
以重言爲眞(이중언위진) : 사람들이 중히 여기는 옛사람들에 관한 중언(重言)을
진실한 것으로 믿게 하고,
以寓言爲廣(이우언위광) : 우언(寓言)을 널리 적용했다.
獨與天地精神往來(독여천지정신왕래) : 홀로 하늘과 땅의 정순함과 신명과 더불어 왕래하며,
而不敖倪於萬物(이불오예어만물) : 만물을 내려다보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不譴是非(불견시비) :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았으며,
以與世俗處(이여세속처) : 세속에 순응하여 살아갔다
其書雖?瑋(기서수?위) : 그의 책은 대단하지만
而連抃無傷也(이연변무상야) : 부드러워 사람의 마음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其辭雖參差(기사수참차) : 그의 말은 복잡하지만
而諔詭可觀(이숙궤가관) : 재미가 있어 읽어 볼 만하다.
彼其充實不可以已(피기충실불가이이) : 그는 자기 마음 속이 충실함으로써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써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上與造物者遊(상여조물자유) : 위로는 조물주와 더불어 노닐고,
而下與外死生無終始者爲友(이하여외사생무종시자위우) : 아래로는 죽음과 삶을 도외시하여 처음도 끝도 없는 자와 벗하여 지낸다.
其於本也(기어본야) : 그의 근본인 도에 있어서는
弘大而辟(홍대이벽) : 광대하고 트였으며,
深閎而肆(심굉이사) : 심원하고도 자유롭다.
其於宗也(기어종야) : 그의 대종(大宗)에 있어서는
可謂稠適而上遂矣(가위조적이상수의) : 조화되고 적합하게 되어 있어
위로 현묘한 도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應於化而解於物也(기응어화이해어물야) : 그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외물에 대한 집착을 풀어버려서
其理不竭(기리불갈) : 그 이치는 다 풀이할 수가 없다.
其來不蛻(기래불태) : 그것은 장래에 있어서도 잘못될 수 없는 것이며,
芒乎昧乎(망호매호) : 망연하고 아득하여
未之盡者(미지진자) : 철저히 추궁할 수가 없는 것이다
7.
惠施多方(혜시다방) : 혜시의 학설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고,
其書五車(기서오거) : 그의 저서는 다섯 채의 수레에 실어야 할 정도이다.
其道舛駁(기도천박) : 그의 도는 복잡하고
其言也不中(기언야부중) : 그의 이론은 이치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厤物之意(력물지의) : 그는 만물에 대한 생각을 나열하여
曰至大無外(왈지대무외) : 이르기를, “지극히 커서 한계가 없는 것을
謂之大一(위지대일) : 대일이라 하고,
至小無內(지소무내) : 지극히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謂之小一(위지소일) : 소일이라 한다.
無厚(무후) : 두께가 없는 것도
不可積也(불가적야) : 쌓을 수가 없는 것이다
其大千里(기대천리) : 천리나 되는 것이다.
天與地卑(천여지비) : 하늘과 땅이 다 같이 낮고,
山與澤平(산여택평) : 산과 못이 다같이 평평하다.
日方中方睨(일방중방예) : 해는 금방 하늘 한가운데 있다가도 금방 기울어진다.
物方生方死(물방생방사) : 만물은 금방 생겨났다가 금방 죽어버린다.
大同而與小同異(대동이여소동이) : 큰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같지만,
작은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다르다.
此之謂小同異(차지위소동이) : 이것을 소동이(小同異)라 한다.
萬物畢同畢異(만물필동필이) : 만물은 모두가 같다고도 할 수 있고,
모두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此之謂大同異(차지위대동이) : 이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
南方無窮而有窮(남방무궁이유궁) : 남쪽은 무한하지만 북쪽과의 한계를 생각하면 유한한 것이 된다.
今日適越而昔來(금일적월이석래) :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도 옛날에 도착했다고 할 수도 있다.
連環可解也(연환가해야) : 연결된 고리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리의 입장에서 보면 풀 수가 있다.
我知天下之中央(아지천하지중앙) : 나는 천하의 중앙을 알고 있다.
燕之北越之南是也(연지북월지남시야) : 그것은 연나라의 북쪽이라 할 수도 있고,
연나라의 남쪽이라 할 수도 있다.
氾愛萬物(범애만물) : 널리 만물을 아울러 사랑하면
天地一體也(천지일체야) : 하늘과 땅도 차별 없이 일체가 된다.”
8.
惠施以此爲大(혜시이차위대) : 혜시는 이것을 위대한 것이라 생각하고
觀於天下而曉辯者(관어천하이효변자) : 천하에 내세우며 변사(辯士)들을 가르쳤다.
天下之辯者相與樂之(천하지변자상여락지) : 천하의 변사들은 그래서 즐거워했다
卵有毛(란유모) : ‘계란에도 털이 있고,
鷄三足(계삼족) : 닭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
郢有天下(영유천하) : 영땅에도 천하가 있다.
犬可以爲羊(견가이위양) : 개는 양이 될 수 있다.
馬有卵(마유란) : 말에도 알이 있다.
丁子有尾(정자유미) : 두꺼비에도 꼬리가 있다.
火不熱(화불열) : 불은 뜨겁지 않다.
山出口(산출구) : 산에도 입이 있다.
輸不碾地(수불년지) : 수레바퀴는 땅에 닿지 않는다.
目不見(목불견) : 눈은 물건을 보지 못한다.
指不至(지부지) : 특정한 물건의 지적은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한다.
至不絶(지불절) : 물건은 없어지지 않는다.
龜長於蛇(구장어사) : 거북이가 뱀보다 길다.
矩不方(구불방) : 굽은 자는 네모꼴을 만들지 못한다.
規不可以爲圓(규불가이위원) : 그림쇠로는 원을 만들지 못한다.
鑿不圍枘(착불위예) : 구멍에 넣는 쐐기는 구멍이 가두지 못한다.
飛鳥之景未嘗動也(비조지경미상동야) : 나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鏃矢之疾(족시지질) : 나는 화살에도
而有不行不止之時(이유불행불지지시) : 나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순간이 있다.
狗非犬(구비견) : 보통 개는 멍멍 짖는 개가 아니다.
黃馬驪牛三(황마려우삼) : 누런 말과 검은 말은 세 마리이다.
白狗黑(백구흑) : 흰 개도 검은 것과 같다.
孤駒未嘗有母(고구미상유모) : 외로운 망아지에게는 어미가 없었다.
一尺之捶(일척지추) : 한 자 길이의 회초리를
日取其半(일취기반) : 매일 부러뜨려도
萬世不竭(만세불갈) : 만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는다.’
辯者以此與惠施相應(변자이차여혜시상응) : 변사들은 이런 것으로써 혜시와 응답하며
終身無窮(종신무궁) : 평생토록 그치지 않았다.
桓團公孫龍辯者之徒(환단공손룡변자지도) : 환단, 공손룡이 바로 이런 변사의 무리들이다.
飾人之心(식인지심) :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꾸미기도 하고,
易人之意(역인지의) : 사람의 뜻을 바꾸기도 했다.
能勝人之口(능승인지구) : 그들은 사람들의 이론은 이겨낼 수 있었지만
不能服人之心(불능복인지심) :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辯者之囿也(변자지유야) : 이것이 변사들의 한계인 것이다.
惠施日以其知與人之辯(혜시일이기지여인지변) :
혜시는 매일처럼 그의 지혜를 사용하여 사람들과 변론함으로써
特與天下之辯者爲怪(특여천하지변자위괴) : 천하의 변사들과 함께 괴이한 이론을 이룩했다.
此其柢也(차기저야) : 이것이 그의 학설의 근본이다
然惠施之口談(연혜시지구담) : 혜시는 자기의 말을 스스로 가장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自以爲最賢(자이위최현) : 그는 하늘과 땅만이 자신의 이론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曰天地其壯乎(왈천지기장호) : 이르기를 천하에 자신을 드러내려고만 했지
施存雄而無術(시존웅이무술) : 혜시는 강한 것을 가졌으나 아무런 도술도 없었다.
南方有倚人焉曰黃繚(남방유의인언왈황료) : 남방에 황료라 부르는 기인이 있었다.
問天地所以不墜不陷(문천지소이불추불함) : 그가 하늘과 땅이 떨어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는 이유나,
風雨雷霆之故(풍우뢰정지고) :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벼락이 치고 번개가 치는 까닭을 묻자,
惠施不辭而應(혜시불사이응) : 혜시는 조금도 사양하지도 응하여
不慮而對(불려이대) : 생각해보지도 않고 즉시 대답했다.
徧爲萬物說(편위만물설) : 두루 만물에 대해 이론을 세웠다.
說而不休(설이불휴) : 그런 것들을 쉬지 않고 논하여,
多而無已(다이무이) : 한없이 많은 말을 하였는데도
猶以爲寡(유이위과) :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益之以怪(익지이괴) : 더욱 괴상한 학설을 보태어 갔다.
以反人爲實(이반인위실) : 그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而欲以勝人爲名(이욕이승인위명) : 남을 이겨내는 것으로 명성을 쌓으려 하고 있다.
是以與衆不適也(시이여중불적야) :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弱於德(약어덕) : 덕을 닦는 일에는 빈약하면서도
强於物(강어물) : 물건에의 집착은 강하여,
其塗隩矣(기도오의) : 그의 도는 비뚤어져 있다.
由天地之道觀惠施之能(유천지지도관혜시지능) : 하늘과 땅의 도로 혜시의 능력을 본다면
其猶一蚊一蝱之勞者也(기유일문일맹지로자야) :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모기나 한 마리의 등에가 수고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其於物也何庸(기어물야하용) : 그가 물건에 집착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夫充一尙可(부충일상가) : 그가 도의 일단(一端)을 충당할 수 있다 해도 되겠지만,
曰愈貴道(왈유귀도) : 그 변론이 도보다 귀하다고 하니
幾矣(기의) : 위태로운 일이다.
惠施不能以此自寧(혜시불능이차자녕) : 혜시는 이것으로써 스스로를 편안케 하지 못하고
散於萬物而不厭(산어만물이불염) : 만물에 대해 관심을 분산시켜 만족할 줄 모르면서도,
卒以善辯爲名(졸이선변위명) : 마침내는 변론을 잘한다는 것으로서 명성을 얻은 것이다.
惜乎(석호) : 아깝다
惠施之才(혜시지재) : 혜시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駘蕩而不得(태탕이불득) : 방탕하게 행동하여 참된 도를 터득하지 못했고,
逐萬物而不反(축만물이불반) : 만물을 뒤쫓음으로서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갈 줄을 모르고 있다.
是窮響以聲(시궁향이성) : 이것은 울림이 나오는 곳을 찾으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形與影競走也(형여영경주야) : 자기 몸과 그림자를 경주시키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구나
-원문출처-오세주의 한시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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