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찾아 떠나는 가을여행 후 이야기
하늘은 높고 푸르러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과 한껏 어울리는 청명한 날에 종이를 찾아 떠나는 가을여행이 2014년 10월 24일에서 25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제지와 출제모에 의해 이루어졌다.
세 해 째로 진행되고 있지만 나로서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종이를 생산하는 한국제지를 견학하고 오랜만에 직지사와 불국사를 들러보려는 마음이 굴뚝같아서 참가를 하였었는데, 너무나도 즐겁고 유익한 여행이었다.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있어서 올해도 참가하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렇다고 나만 가기에는 아까운 여행이 아닌가?
하여, 문예지를 만들고 있는 박근수 편집장을 꼬셔서 함께 참가하기로 하였다. 박 편집장은 직업과 관련하여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형편인데, 일단 참가신청을 하였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1월 1일부터 7월 말까지 만 7개월을 청주에서 지냈었는데, 일에 묻혀 살다 보니 사무실과 집만 오가고 개인적인 일은 일주일에 한번 목욕탕만 갈 수 있었던 형편이어서 그동안 바깥나들이 한번 제대로 할 수가 없었는데, 이것을 한국제지와 출제모가 풀어 준다고 하니 아니 고마울 수가 있으랴‼
드디어 출발당일 무사한(?) 박 편집장과 전철에서 만나 잠실운동장 옆 주차장에 이르니 1박 2일간 우리를 태우고 다닐 우등고속 버스 안에서 출제모 회장님을 비롯한 참가회원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한국제지에서 나오신 직원 분들의 친절하고 자상한 배려는 작년과 다름이 없었다.
작년의 경우 김광권 전무님이 회사의 바뿐 일정을 미뤄놓고 직접 동승하셔서 직지사로 향하는 동안 불교의 지식과 사찰에 대한 역사를 어우르며 설명을 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다음날 불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수고를 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동행하시는가 하였더니 보이지를 않아 궁금하였다. 그럼 퇴직을 하신건가?
작년에 여행후기로 김광권 전무님은 만약 퇴직을 하신다면 한국제지의 별정직으로라도 계시면서 이런 행사를 이끌어 가시거나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약을 하신다 해도 부족함이 없으시겠다고 올렸었는데, 퇴직을 한 것이 아니라 한국제지의 대표이사로 승진하셨다고 한다.
이럴 때는 그냥, 우와~~~ 우와~~~~ 하는 수밖에 없으렷다.
불심이 깊어 부처님에 대해서, 한국 고찰에 대해서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설명을 하시면서 안내를 하시더니 결국 부처님이 감복하여, 별정직이 아닌 대표이사로 승진케 하셨구나 하는 감동이 왔다.
해설라므네~
이번 여행에서도 일행들을 친절하게 안내하시고 한국제지의 이미지를 심어준 모든 분들에게도 이런 경사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1박 2일 이라 하여도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는데, 그런 중에서도 기쁨과 감사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편안한 좌석의 우등고속버스, 한국고찰 관광코스, 맛깔스런 음식, 편안한 잠자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책에 관계없이 맡은 일에 친절하고 자상하게 배려하며 최선을 다하려는 직원 분들의 모습이 마음에 와 다 앗기 때문이리라.
1년 만에 다시 찾은 직지사
- 한국제지 온산공장에서
한국제지 온산공장에 도착하였을 때 현관에서 영접하는 직원들의 밝고 친절한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작년에 왔을 때 설명을 제대로 듣지를 못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새삼 알게 된 것은 종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펄프 등의 원료(초지)가 1%이고 수분(물)이 99%라는 사실이었다.
발명왕 에디슨이 말했던가?
자신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일한다고-
그러고 보면 종이는 에디슨이 말한 명언처럼 만들어 지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초지가 되는 원료는 1%의 영감과 같은 것이고, 이 1%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하여 99%의 수분(물)을 짜내야 하는 각고의 과정(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둘러 본 3호기나 4호기의 헤드에서부터 공정에 따라 각종의 종이로 만들어 진다고 하며 한국제지 온산공장에서의 년 생산능력은 약 64만 톤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1(원료) : 99(물)라고 할 때, 64만 톤 되는 원료의 99배인 물은 다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한국제지 온산공장에서는 종이(초지)에 있는 99%의 물을 짜내기 위해서 폐열처리와 폐수처리를 완벽히 하고 또 재사용함으로 생산원가를 줄이고 대기오염이나 폐수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완벽을 기하는 대표적인 청정기업이라고 설명하였다.
한국제지에서는 많은 종류의 종이를 생산하지마는 그 중에 대표적인 브랜드는 복사용지인 Milk지와 고급인쇄용지인 아르떼(ARTE)라고 한다.
이를 설명하는 임직원들의 열기가 공장내부의 열기만큼 전해졌다
.
공장에 들어가면 종이 만드는 거대한 기계들의 소음이 대단한데, 무선 이어폰을 부착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음도 막고 더 잘 들으라고 귀마개 까지 준비했던 모양이다. 나는 귀마개를 가져가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해 이어폰만 끼고 들어갔더니, 이것을 안 여직원이 사무실 까지 달려가 가져다가 준 덕분에 고맙게 잘 사용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모두가 귀마개 없이도 하였는데, 한 명쯤 귀마개가 없다고 큰일 날 것도 없으련만 안내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사무실까지 달려가 준비해 오는 직원의 친절과 열성을 보며 다시 한 번 감동했다.
해설라므네~
좌우단간 - 한국제지가 발전하는 것은 99%의 수분을 짜내고 짜내어 종이를 만들듯이 친절과 정성을 짜내고 짜내는 직원들의 애사심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공장 투어를 마치고 경강횟집에 가서 싱싱한 모듬회로 저녁식사를 했다. 직지사 입구에서 먹었던 점심이 하도 맛있어서 배를 채우고 채웠는데, 채운 배를 비우지도 않은 채 또 채우려하니 부담은 되었지만 워낙 회를 좋아 하는 편이라 다시 채우고 또 채웠다. - 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노래 가사 같이 들리는 것은 뭔감?
석굴암과 불국사에서
석굴암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그나마 토함산에 오를 때 마다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해돋이를 볼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 여기고 이번 여행은 참 잘 왔다고 되뇌어 본다.
청정한 새벽바람, 아침공기를 한껏 마시고 버스로 내려와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불국사에 올라갔다. 석가탑은 여전히 복원공사를 위해 해체 된 채였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석가탑에 얽인 백제의 석공 아사달과, 그를 보고자 백제에서 달려왔다가 그리운 님 만나보지도 못하고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부인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가 새롯하다.
불국사
절 마당에
다보탑만 외롭게 서있네
늙고 늙어 쓰러진 석가탑,
일컬어 무영탑(無影塔)이라 했거늘
천년 넘게 이고 온 세월에
이제는 삭고 삭아 그림자 없이 누었네
대웅전의 부처가 그걸 보고
뭐라 하시는가?
인생무상(人生無常), 세월무상(歲月無常)이라고,
세월호(世越號)의 젊은 목숨들도
무상한 인생으로 세월(世越)하였는데
천년 넘게 버틴 것도 다행으로 알그라
쓰러진 석가탑이 세존보고 대답하네
여그가 불국사가 아닌감유?
이 강산이 정토가 되면 불꾹불꾹 일어 설텐게루
걱정을랑 싸 매시시오 잉 ---
무영탑이 쓰러진 채 대답은 하지마는
그림자조차 없던 몸이
무슨 수로 일어날까?
석가탑을 지었다는
아사달이 아사녀를 품게 되면
그 온기로 일어날까?
아니면
아르떼 지에 박힌 사진으로 되 살아날까?
금년도 종이를 찾아 떠나는 가을여행을 위해 초청해 주신 한국제지,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들과
출제모 이시우 회장님을 비롯한 운영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학의 뜰 - 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