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책을 읽게되지만 화보와 에니메이션은 특히 휴식같은 독서가 되고 나를 즐겁게 한다.
이 책은 우선 책 그 자체가 예술품같다. 야요이의 축소판 작품을 보는 듯한 오렌지 바탕에
불규칙한 검정 땡땡이들이 춤추듯 살아숨쉬고 있고 민트계열의 호박이 흰색 점무늬를 안고 중앙에 놓인
그리고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하나 넘어 책을 열면 검은 바탕에 다시 빨강과 흰색의 점무늬들이 점점이 날아다니고
다시 한장을 넘기면 '쿠사마 야요이'하고 붉은 색으로 쓰고 그 밑에 검고 긴 생머리의 그녀가 빨강에 흰색 도트무늬의 점프슈트를 입고 걷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있다.
이 책을 엮은이는 이탈리아사람으로 그림을 전공하고 자신을 매혹시킨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오랜 시간 공을 드렸다고 한다.
2011년 마드리드를 여행하던 중 소피아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깊은 영감을 얻고 작가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헸다는. .
예술이란 이렇게 창작의 순간을 넘어 누군가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졸지에 지배해버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 .
그 점이 좋지도 하고 무섭기도 한데 나는 아직 겉할기만 급급한 상태이다. . . 이런 마법이 나에게도?
쿠사마 야요이는 어린시절 부모와의 삶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던 것 같다. . .
일본사회의 강한 보수성과 함께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으며 어머니에게 자애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 . . 당연히 자신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기질과 재능을 이해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의 탈출을 시도해야했다. . .
결국 이러한 지증학적 탈출은 그녀의 예술세계의 뿌리가 미국사회의 현대적 진취성과 함께 일본의 전통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것은 한 그릇에 담기기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 . 그러면서도 특이점을 가지고 있어, 책을 보는 내내
이를 잘 녹여내는 예술성 행위들을 통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킴으로서 야요이는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높인 것이 아닐까?
인터넷이 제공하는 그녀의 정보 - 일본의 설치미술가, 퍼포먼스아트,
물방울무늬 강박증적 반복, 남근 구조물을 통해 남성주도적 미술계를 위트있게 조롱함-이라고 . .
1929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그녀는 십대때 조금 특별한 정신세계를 가졌음을 경험하게 된다.
주변의 동물이나 식물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 .그러니까 일종의 환청을 듣게 되고 그렇수록 혼자만의 세계에서
그림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게 되는데. . .이는 가까운 타자인 부모의 사랑과 이해를 얻는데 어려운 장벽이 된다. .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장벽이자 적이 되었던 상황에서 책으로 만난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 .
그녀의 격려로 도미를 결행하고 작품활동에 쓰여진 기모노 60벌과 백만엔 이라는 적지 않은 돈,
그리고 일본에서 그린 자신의 그림 몇 점(나머지는 모두 불 태웠다고-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수중에 두지 않기 위해)을 들고 1958년 뉴욕에 도착한다. . . . 그리고 시대적 상황과 예술적 감각이 맞닿아 그녀의 예술활동은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
이 책의 보여준 그녀의 일생은 매우 빠른 속도감과 함께 드라마틱한 열동성을 가지고 빠르게 전개된다. . .
따라서 가끔 관련 다큐나 단신을 통해 접해 왔던 그녀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기에 매우 적합하다 하겠다. .
그러므로 이는 그녀를 이해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 보다 더 알려면 저 더 내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 .
그런 그녀가 견고하고 고집불통의 현실에 맞서 자신의 생각과 세계를 드러내 소통함으로서 기존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변화를 꽤하고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것. . .마치 미친 짓 같지만
그것이, 아니 그녀를 존재하게 하고 세상이 다시 한 번 here-now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선가 이런 움직임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작고 보잘 것 같은 이런 활동들이 세상을 바꾸어나갈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