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외 1편
김주명
사랑의 자폭으로
꽃이 피고, 방생하듯
꽃잎과 이별이 온다면
나는 무성한 잎을 만들어 사랑도
이별도 다 덮은 채, 붉은
당신의 열매를 꼬옥
품으리라
해동의 시간
유빙처럼
냉장고를 떠돌던 피자
전자레인지로 돌리자
강철 같던 피부도 이내 야들야들
노릇노릇 토핑 하나라도 사라질까
부여잡은 치즈의 놀라운 근력
사라진 줄 알았던 너의 향기도
솔솔,
냉동 피자가
사랑을 하나 보다
-『감응의 구간 』 (형상시학 10집)
약력
2010평사리문학상 대상 수상
형상시학회,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회원
시집 『인도네시아 』 『바타비아 禪 』
서평
김주명 시인의 시편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나근나근한'사랑'이 온통 전개되어 있다. 일체의 사랑의 마음이 '붉은 열매'로 의인화되었다든지 이것들을 통할하는 시간과 공간과 언어의 조합, 삶의 근원에 다가가려는 김주명 시인의 시적 자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시 「안부 」에서 '꽃잎'을 사랑으로 병치해놓고 꽃잎이 떨어지거나 지는 과정을'이별'이라 명명해 놓고서는 화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중략) / 꽃잎과 이별이 온다면/ 나는 무성한 잎을 만들어 사랑도 / 이별도 다 덮은 채, 붉은/ 당신의 열매를 꼬옥/ 품"(김주「안부 」부분)겠다고 하고" 유빙처럼/ 냉장고를 떠돌던 피자/ 전자레인지로 돌리자(중략)/ 사라진 중 알았던 너의 향기도/ 솔솔,/ 냉동 피자가/ 사랑을 하나 보다"(김주명 「해동의 시간 」) 하고 정서의 깊이와 표정을 반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 문득/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이는 건 / 내 마음속의 뒤란에/ 당신의 / 싹이 올라오고 있다는"(김주명 「사랑 함수 」전문) 말의 근원에는 사물에서 한결같이 어떤 시원始原의 상태를 담아내는 것으로 변형된다. 여기에서 보여주듯 '갈구'와 '사랑' 그리고 '나'와 '대상'이 상호 내왕하면서 소통하며 사랑을 은유하는 의인화된 언어의 병치가 놀랍다.( 우영규 시인의 총평)
첫댓글 졸시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