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구사론 제6권 분별근품(分別根品) 18.
3. 6인의 취과(取果)와 여과(與果)
앞에서 설한 여섯 가지 종류의 원인 중에서 어떠한 상태에 있는 어떠한 원인이 취과(取果)하고 여과(與果)하는 것인가?169)
게송으로 말하겠다.
다섯 가지의 취과(取果)는 오로지 현재할 때이며
두 가지(구유·상응)의 여과(與果)도 역시 그러하다.
과거·현재에 여과하는 것은 두 가지(동류·변행) 인이며
한 가지(이숙)의 여과는 오로지 과거에 있을 때이다.
五取果唯現 二與果亦然
過現與二因 一與唯過去
논하여 말하겠다. [능작인을 제외한] 다섯 가지 원인의 취과(取果)는 오로지 현재할 때로서, 결정코 과거에서는 취과하지 않으니, 그것(즉 과거법)은 이미 취과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서도 역시 취과하지 않으니, 그 작용이 아직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다.170)
또한 역시 능작인의 취과에 대해서도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해야 하겠지만, 결정코 반드시 결과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서 설하지 않은 것이다.171)
그리고 구유인과 상응인의 여과(與果)도 역시 그러하여 오로지 현재할 때만 여과하니, 이 같은 두 원인의 취과와 여과는 반드시 동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류와 변행의 두 원인의 여과는 과거·현재와 통한다.
과거는 그럴 수 있다 할지라도 어떻게 현재에 등류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인가?
등류과는 [원인과] 무간에 [미래 정생위(正生位)에서] 낳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172) 그리고 만약 결과가 이미 생겨난 때라면 이러한 두 가지 원인은 이미 과거로 지나가 버렸을 것이고, [현재에 있을 때] 이미 여과하였기 때문에 마땅히 더 이상 여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173)
선의 동류인은 어떤 때 취과는 하더라도 여과는 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마땅히 4구로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제1구는 이를테면 선근을 끊을 때 최후로 버리는 선근의 득(得)이다.174) 제2구는 이를테면 선근을 속생(續生)할 때 최초로 획득하는 선근의 득이다.175) 그러나 이 때 속생하는 것은 앞서 [선근을 끊을 때 최후로 버렸던] 선근의 득이라고 마땅히 설해야 한다. 제3구는 이를테면 선근을 끊지 않은 자가 그 밖의 다른 상태[에 있을 때의 득]이다.176) 제4구는 앞서 언급한 상을 제외한 그것이다.177)
불선의 동류인에 대해서도 역시 4구로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제1구는 이를테면 욕탐을 떠날 때 최후로 버려지는 [번뇌의] 득이다.178) 제2구는 이를테면 이욕(離欲)에서 물러날 때 최초로 획득하는 [번뇌의] 득이다.179) 그러나 이 때 물러나는 것은 앞서 [욕탐을 떠날 때 최후로 버렸던 번뇌]의 득이라고 마땅히 설해야 한다. 제3구는 이를테면 아직 욕탐을 떠나지 않은 자가 그 밖의 다른 상태[에 있을 때의 득]이다. 제4구는 앞서 언급한 상을 제외한 그것이다.
유부무기의 동류인 중에도 역시 4구가 있으니, 아라한과를 획득할 때와 물러날 때와 아직 획득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상태가 바로 그것으로, 마땅히 이치에 맞게 논설해 보아야 할 것이다.180)
무부무기의 동류인 중에는 순후구(順後句)가 있다. 이를테면 그것이 여과할 때는 반드시 역시 또한 취과하지만, 혹 어느 때 취과는 하더라도 여과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아라한이 [무여열반에 들 때의] 최후의 제온이 그러하다.181)
유소연(有所緣)의 찰나의 차별에 근거한 선의 동류인에도 역시 4구가 있으니,182) 제1구는 이를테면 선심과 무간에 염오심과 무기심이 일어나는 때이고, 제2구는 이를테면 이와 반대되는 경우이고, 제3구는 이를테면 선심과 무간에 다시 선심이 일어나는 경우이고, 제4구는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상을 제외한 그것이다.183)
그리고 불선심 따위의 동류인에 대해서도 그것이 상응하는 바에 따라 역시 4구가 있으니, 앞의 예에 준하여 설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취과(取果)와 여과의 뜻은 무엇인가?
능히 그것(즉 결과)의 종자[種]가 되기 때문에 '취과'라고 이름하며, 바로 그것에 힘을 부여하기 때문에 여과라고 이름한다.
이숙인의 여과는 오로지 과거에 있을 때이니, 이숙과는 이숙인과 구유하거나 무간인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