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보다 모기 수 23% 늘고 따뜻한 실내로 몰려들어 젖산·화장품 냄새 좋아해 어린이·여성이 특히 잘 물려
요즘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와 백로 절기까지 지났지만 모기의 공습은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모기 개체 수는 한 달 전보다 23%나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일본 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의 비율이 채집 모기 중 50%를 넘겨 가을 뇌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도 모기가 계속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늦더위 때문이다. 한낮에 30도 안팎의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모기의 활동이 움츠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일교차가 커지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모기가 여름철보다 더 기를 쓰고 따뜻한 실내로 파고들고 있다.
모기는 섭씨 25~30도의 온도에서 가장 힘이 좋으며 보통 1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을 멈추고 월동 장소에서 다시 여름을 기다리게 된다. 섭씨 15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아파트나 대형상가의 보일러실, 정화조 시설, 하수구 등에는 오히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에 모기가 더 들끓게 된다.
모기 중 사람을 무는 것은 수컷이 아닌 암컷 모기다. 수컷 모기는 평생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 이슬 등에서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살아가지만 암컷 모기는 수컷과 교미 후 수정란을 갖게 되면 영양분을 얻기 위해 긴 대롱 같은 주둥이를 이용하여 사람의 피를 흡혈한다. 산란기가 아닌 평상시에는 암컷도 흡혈을 하지 않는다.
암컷 모기는 한번 사람을 물면 5~90초 동안 자기 몸무게의 2~3배 정도에 해당하는 양까지 흡혈하는데 이는 우유 한 방울 정도의 양(3∼10mg)이다. 암컷은 한두 번의 흡혈 후 4~7일이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1회에 보통 100~150개를 산란한다. 암컷 모기는 2~4주 정도의 생존 기간 동안 3~7회 정도 알을 낳는다. 암컷과 수컷 모기는 더듬이와 아랫입술수염의 모양으로 구분을 하는데 더듬이 전체에 긴 털이 많이 난 것이 수컷, 더듬이 마디에 털이 듬성듬성 난 것이 암컷이다. 또한 아랫입술수염이 긴 것이 수컷, 짧은 것이 암컷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모기는 연못이나 하수구와 같이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기 때문에 아파트나 상가시설의 하수구와 정화조, 보일러실의 물탱크 등은 가을에도 방독과 청소를 해줘야 한다. 모기의 알은 물 속에서 불과 5일이면 성충이 되기 때문에 물이 오랫동안 고여있지 않도록 자주 갈아 주는 것이 좋다.
모기는 1~2m내의 사물만 감지할 수 있는 심한 근시이기 때문에 시각보다는 후각을 이용하여 흡혈 대상을 찾는다. 모기는 10m 밖에서 나는 이산화탄소의 냄새도 감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는 사람이 모기에게 물릴 확률이 높다. 모기는 땀샘에서 나오는 젖산이나 아미노산 냄새, 숨을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화장품과 향수 냄새를 좋아한다. 평소 땀을 많이 흘리거나 호흡량이 많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많은 사람이나 열이 많고 젖산 분비가 활발한 어린 아이 등이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젖산이 많이 분비되는 다리나, 코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얼굴이 모기에 자주 물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성호르몬 역시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이기 때문에 모기는 남성보다는 여성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기 전 목욕을 하고 모기를 자극할 수 있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모기 살충제품은 대부분 국화에서 추출한 피레스로이드(pyrathroid)계 물질을 주성분으로 삼고 있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성분은 해충의 신경절을 직접 공격하여 근육, 호흡마비를 유발한다.
최근에는 모기의 접근을 막아주는 각종 모기 기피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로션이나 스프레이 타입, 손목 밴드, 패치 형태의 제품으로, 모기를 죽이는 효과는 없으나 모기가 싫어하는 물질을 함유하여 접근을 막아준다. DEET, 디에칠톨루아미드, 파라멘탄3, 리나룰, 퍼메트린 등과 같은 모기의 신경교란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어린이가 사용할 시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낮은 농도의 제품을 선택하여 필요 시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사용할 때는 반드시 어른 손으로 필요한 양만큼만 덜어내서 발라줘야 한다. 어린이의 손과 눈, 입 주위에는 바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사용할 때는 먼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다음 모기기피제를 발라주며 상처부위, 햇볕에 많이 탄 피부에는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해충이 싫어하는 빛의 파장을 이용하여 모기의 접근을 막아주는 모기퇴치 램프나 모기들이 싫어하는 소리대역인 1만2000~1만7000Hz의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초음파 모기퇴치기도 시중에 나와 있다. 초음파 모기퇴치기는 열쇠고리와 같은 액세서리 형태로 판매되기도 하나 컴퓨터나 휴대폰에 직접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이용할 수도 있다. 순간적인 전기 충격으로 해충을 잡는 전기모기채도 지난 여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전기를 이용한 제품들의 경우 가연성 제품 곁에서 사용할 경우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일부 테니스 채 모양의 전기 모기채는 스위치를 끄더라도 수천 볼트의 전압이 완전히 소멸되는 데 최대 13초가 걸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집에서 만드는 천연 모기퇴치 제품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시중 모기 퇴치제품 대신 요즘에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천연 모기퇴치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주민생활협동조합 공방의 도움을 받아 천연 모기 퇴치제품과 모기 물린 데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봤다. 주민생활협동조합 교육센터 강사인 최선미씨는 “천연 모기 퇴치제품은 벌레들이 싫어하는 향인 페퍼민트, 라벤더, 시트로렐라 성분을 사용하여 피부 자극을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소개했다.
워터계열 재료(정제수, 죽초액, 라벤더워터, 알로에워터)를 함께 넣고 30도까지 가열한다.
오일계열 재료(자몽씨 추출물, 라벤더 에센셜오일, 티트리 에센셜오일, 솔루빌라이저)는 다른 컵에 넣고 잘 섞는다. 워터계열 재료가 충분히 가열되면 워터계열 재료를 오일계열 재료가 담겨있는 컵에 넣는다. 여기에 나머지 첨가물(글리세린, 녹차추출물, 프로폴리스, 감초추출물, 방부제)을 넣어주면 완성.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여러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와 같은 물질에 자신의 침과 효소 등을 섞어서 만든 물질로 항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초추출물과 함께 피부 트러블을 진정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페퍼민트에센셜오일과 라벤더에센셜오일, 티트리오일을 뺀 나머지 재료를 모두 섞고 끓는물에 중탕한다. 재료가 다 녹으면 마지막에 페퍼민트에센셜오일과 라벤더에센셜오일, 티트리오일을 넣고 잘 섞어준다. 액체가 단단하게 굳으면 완성. 칼렌듈라오일은 금송화에서 추출하는데 항균성, 항염증성, 살균 효과가 뛰어나 상처·염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맞이오일과 호호바오일도 피부진정 작용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