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밖에 모르는 ‘성적 지상주의’ 꿈나무 좌절, 선의의 경쟁보다 ‘승리위한 전쟁’으로 혹사‘1~17위 차등 점수’로 소속·자신감 심어줘야‘꿈나무들의 스포츠 축제’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가 지난 2일 제주도 일원에서 막을 내렸다. 경기도는 비공식 메달집계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개운하지 않다. 이 대회를 주최한 대한체육회의 공식적인 메달 집계 방식 종합순위가 아니라 비공식 메달집계 방식의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년체전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2만 여명의 선수 및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물론 각 경기장에는 학부모와 지도자, 학교, 교육청, 체육회 관계자 등이 어린 선수들과 팀을 격려하는 등 무척 분주했다.하지만 각 시·도교육청간의 이해득실에 따라 성적 지상주의로 변질한 소년체전은 꿈나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대신 좌절감만 안겨줬다. 경기장마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꿈나무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눈물을 흘리기에 바빴고, 일부 지도자들은 성적 지상주의로 얼룩진 이런 소년체전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한숨만 내쉬었다. 이 같은 일은 수년간 반복되어 온 소년체전의 현주소다.소년체전은 미래 한국 스포츠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점검하기 위해 만든 꿈나무들의 종합스포츠 축제다. 미래 엘리트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나아가 국가대표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소년체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소년체전이 지도자들과 어린 선수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이유는 바로 1위 밖에 모르는 성적 지상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그동안 대한체육회는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합채점제 또는 메달채점제를 번갈아가면서 시·도 종합순위를 가렸다. 시·도간 과열 양상이 높아지자 대한체육회는 지난 1992년 제21회 대회 때부터 종합순위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시상만 실시했다. 이후 1997년 26회 대회 때부터 아예 메달 집계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도교육청간 음성적으로 메달 집계 또는 종합채점제로 순위를 정하는 상황에 이르자 대한체육회는 지난 2001년 30회 대회 때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메달 집계만 발표해 왔다.대한체육회의 메달집계 발표는 또다시 시·도교육청간 순위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상황에서 금메달 수만 고집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각 시·도교육청은 꿈나무들에게 우승만 강요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국에서 나온 선수(팀)들은 오로지 1위를 고집하면서 훈련할 수밖에 없었고, 꿈나무들은 선의의 경쟁보다 승리를 위한 전쟁을 치렀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어린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귀중한 은메달을 따내고도 대우를 받기는커녕 금메달을 못 땄다는 죄책감에 마음고생까지 하고 있다.이럴 바에는 차라리 종합채점을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체육회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년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소중한 우리의 미래 스포츠 자원이다. 각 시·도를 대표해서 나온 꿈나무는 출전한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이런 선수들이 소년체전에서 어른들의 싸움에 더 는 이용당해서도, 소외 당하여서도 안된다. 일부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종합 채점방식’으로 전환해 주길 원한다. 미래 엘리트 선수를 위한 소년체전이라면 1~17위까지 차등으로 점수를 부여해 유망주들이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엘리트 스포츠에선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꿈나무들이 각 시·도 대표로 나온 만큼 소속감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다. 비공식 메달 집계 방식이 아닌 전국체전보다 더 많은 채점이 주어질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창윤, 2015년 06월 11일 목요일 제13면 작성 : 경인일보, 2015년 06월 10일 21:09:36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