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백령도 이야기>
전복 해삼 잡기
10월 중순 경 교직원 다섯 명을 데리고 북쪽 해안인 “사항포”로 삐뚤이(소라 사촌)를 주우러 갔다.
물때가 좋아(여덟 물) 가까운 해병성당(청룡성당)에서 10시 30분에 시작하는 미사를 마치고 정오에 해삼과 전복이 많다는 사항포 부근 바다로 향하였다. 어촌계에서 물론 잡지 못하게 하지만 동네사람들이 몇 마리씩 건져다 먹는 것은 눈감아 준다고 한다. 라면과 소주와 버너를 준비한 것은 물론이다.
사항포 해변 / 하늬바다의 용치(龍齒) / 탱크 / 심청각
포구로 들어가서 1km쯤 해안을 걸어가야 많다는데 물론 철책선 안쪽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통제하는 까닭은 군사작전 때문이라기 보다는 장마 때 산에서 떠내려 온 지뢰들 때문에 해변에서 잘못 걷거나 이상한 것을 주워 건들다가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책선 안쪽, 인적이 끊긴 해안 해병대 초소에는 초병들의 서슬 푸른 눈동자...
북한선박(상륙정) 저지를 위한 시멘트 말뚝(용치:龍齒)이 비스듬히 북녘을 향하여 물속에 꽂혀 있고 산 마루위에는 심청각(沈淸閣)이 날렵하게 서 있는데 근처 풀숲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 밭 굴 속에는 155mm 대포와 탱크의 거대한 포신이 싸늘하게 북녘을 겨냥하고 있다.
언덕 위의 해병 초소를 못 본 척 걸어갔더니 스피커로 당장 나오라고 악을 써서 할 수 없이 더 이상 못 가고 그 부근 바위에 짐을 풀고 홍합을 땄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해변의 바위 위는 온통 다시마와 굴과 홍합 밭이었다. 제법 큰 홍합을 따서는 삶다가 그 국물에 라면을 넣어 끓였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아직 물이 차지 않아 물속에도 들어가서 얕은 곳을 뒤졌는데 성게와 삐뚤이가 제법 잡힌다.
오후 1시 쯤 조금 늦게 합류하는 학교 방호원 부부가 잠수 장비를 갖추고 우리 곁을 지나 해삼이 많은 쪽을 향하여 걸어가며 따라 오라고 손짓을 한다. 냉큼 따라 나섰는데 또 확성기 소리... 못들은 척 계속 갔더니 초병이 총을 철거덕거리면서 쫓아온다.
*해병 : “가시면 안된다 말입니다!”
*방호원 : “자네 몇 기야?”
“넷, 해병 제1021기입니다.”
“어~ 나 409긴데~~~”
“피~~일 씅!”
“너두 상부의 명령이니 헐수 없겠지만서두 한 30분만...”
“넷, 알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만 잡고 나오십시오. 피~~일 씅!!”
“필승!”
방호원이 준비한 물안경을 쓰고 맨몸에 팬티만 걸친 채 나도 따라 들어갔는데 바다 속은 환상 그 자체라고나 할까, 무성한 다시마 숲 사이로 놀래미가 바위 틈에서 수줍은 듯 바라보고, 바닥에는 손바닥 만한 팔랭이(간재미)가 엎드려 있다가 손가락을 대니 모래먼지를 날리며 도망을 간다.
깊이는 2~3m 정도인데 바위 틈으로 해삼과 전복이 숨어있다. 전복과 해삼 잡는 방법을 배워가며 잠시동안 잠수를 했는데 아마추어인 내가 전복 여섯 마리, 해삼을 여덟 마리나 잡았고 성게는 수도 없이 많이 잡았다. 방호원과 내가 잡은 전복, 해삼이 2~3kg 쯤, 또 수많은 성게도 함께...
다른 직원들과 방호원 부인은 해안에서 고동, 다시마, 홍합, 삐뚤이를 잡는다.
턱을 후들거리며 해변에 나와서는 바로 건저 올린 전복과 해삼을 썰었다. 아,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꼬... 이곳에서 자연산 전복은 1kg에 13만원, 해삼은 1만 5천 원 정도 한다. 또 저녁에 방호원 부인이 전복죽을 쑤어 사택으로 가지고 왔는데 아~, 그 고소한 맛이란..
바로 이런 곳이 ‘파라다이스’, 혹은 ‘샹그릴라’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