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 지금부터다
LG유플러스의 수탁사 노동자 직접고용 발표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
원청과 한 사무실에서, 매일 원청 관리자의 지시를 받으며, 원청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LG유플러스의 유·무선 망을 관리하는 수탁사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 1800여명은 LG유플러스 서비스를 유지하는 핵심 엔지니어이자 LG유플러스의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다. 그렇지만 LG는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퇴직임원들의 노후생활만을 위해 이 노동자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해왔다. 2016년에는 하청에 내리는 수수료를 40%나 삭감해 구조조정을 강제했다.
그러던 LG유플러스가 오늘 “수탁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수탁사 노동자들이 지난 2월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가열차게 직접고용 투쟁을 전개한 결과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산하 지부들, 민주노총,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등의 연대투쟁을 통해, 그리고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송옥주 의원실, 을지로위원회 등 국회의 지원과 진보언론의 연이은 보도를 통해 이번 성과가 만들어졌다.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실태조사와 근로감독이 영향을 미쳤다.
진전이다. 하지만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다. 중간착취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해온 당사자라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발표에는 고백도 사과도 책임도 없다. LG는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직접고용을 발표했고, 정규직화의 내용 또한 밝히지 않았다.
냉정하게 보면 LG유플러스는 ‘노동부가 불법이라고 지적한 문제만’을 고치겠다고 ‘말’한 것뿐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재벌의 사회적 책임’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나아가 LG그룹은 고객을 대면하는 노동자 대부분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이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다. LG유플러스 인터넷, IPTV, IoT, AI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개통하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4년 전 노동조합을 만들어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LG는 “하도급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연말성과급을 자회사 수준으로 챙겨주겠다”며 회유에 나섰지만,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 절대다수는 “돈은 필요 없다”며 “직접고용이라는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은 ‘지금’부터다. 우리는 수탁사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직접고용’을 위해 싸우고 정규직화의 내용을 노동계, 시민들과 함께 채워나갈 것이다. 노조 할 권리를 강화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LG유플러스가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현장과 지역에서, 고객과 시민과 연대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그렇게 LG유플러스를 바꿔나갈 것이다.
LG유플러스에 요구한다. 지금 당장 수탁사 노동자들과의 공개교섭에 나서라. 근로감독 결과를 부정적으로 전망해 등 떠밀려 결정한 것이 아니고, 노동자 그리고 노동조합과 ‘상생’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고객접점에서 일하는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을 실적압박과 위험에 내몰지 말고, 지금 당장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 상생은 수십명의 중간착취자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명의 노동자와 하는 것이라는 ‘상식’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LG에 상생의 의지와 상식의 태도가 있길 바란다.
2018년 7월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