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 문화는 균일하지 않다.
하나의 유기체에 수많은 장기들과 세포들이 포함되어 있듯이,
우리의 전 지구 문화는 뉴욕의 증권 중개인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양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방식들과 사람들을 아우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여전히 서로 논쟁하고 싸우지만,
논쟁에 사용하는 개념은 동일하고 싸움에 사용하는 무기도 동일하다.
진정한 '문명의 충돌'은 창각 장애인들이 말로 나누는 대화와 같다.
누구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늘날 이란과 미국이 상대를 향해 칼을 휘두르며 부딪치는 상황은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국민 국가, 자본주의 경제, 국제적 권리, 핵물리학이라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여전히 '고유' 문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만일 그 '고유성'이란 것이
독자적으로 발달한 무엇,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대의 지역전통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면,
오늘날 지구상에는 고유문화가 하나도 없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모든 문화는 홍수처럼 범람한 지구적 영향들에 의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이런 지구화의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이른바 '민속' 요리다.
우리는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토마토소스를 넣은 스파게티를 예상하고,
폴란드와 아일랜드 식당에서는 많은 감자를,
아르헨티나 식당에선 수십 종의 스테이크 중 하나를 고를 것을,
인도 식당에서 거의모든 음식에 매운 고추가 들어갈 것을,
모든 스위스 카페의 아이라이트는 크림을 잔뜩 넣은 뜨겁고 진한 코코아일 것을 에상한다.
하지만 이 중 어떤 음식도 이들 국가가 원산지는 아니다.
토마토, 고추, 코코아의 원산지는 맥시코다.
이것들은 스페인이 멕시코를 정복한 다음에야 유럽과 아시아에 들어왔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단테 알리기에리는
토마코 소스가 듬뿍 묻은 스파케티를 포크(포크는 당시 발명되지도 않았다)로 감아본 일이 없다.
윌리엄 텔은 초콜릿을 맛본 일이 없으며 부처는 음식에 고추를 넣어 먹은 일이 없다.
감자가 폴란드와 아일랜드에 들어온 지는 4백 년도 채 되지 않았다.
1492년 아르헨티나에서 얻을 수 있는 스테이크는 라마 고기로 만든 것뿐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는
대초원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용감한 기수의 이미지로,
조상들의 관습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 개척자들의 마차를 용기 있게 습격하는 이미지로 줄곧 그려왔다.
하지만 북미 원주민 기수들은 어떤 고유한 고대 문화의 수호자가 아니었다.
17~18세기 북미 서부의 평원을 휩쓸었던 중대한 군사정치적 혁명의 산물이었다.
그즈음 유럽의 말이 도입되었던 것이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는 말이라는 존재가 없었다.
19세기 수족과 아파치족의 문화에는 매력적인 측면이 많았지만,
그것은 '고유' 문화라기보다는 세계적 힘들이 빚어낸 결과인 근대 문화였다.
255-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