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19. 마하가섭, 아난의 꾸짖고, 부처님의 누더기 옷을 받은 일을 말하다
그때 여래께서 장차 열반하시려 할 때, 존자 아난과 마하가섭은 기사굴산에 있었다.
당시는 시절이 흉년이 들어서 걸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존자 아난은 새로 배우는 비구들을 데리고 남쪽 산 마을로 향하였다.
새로 배우는 비구들 중에는 젊은이가 많이 있었는데, 즐기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음식을 탐내서 즐기며, 모든 감관을 껴잡지 않고, 위의가 없으며, 초저녁이나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행하거나 경전을 외우고 읽지 아니하며, 왼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마음대로 잠을 잤다.
이미 그곳에 도달하자, 비구들 중 30여 명이 도 닦기를 그만두고 환속하였다.
이 때문에 그 무리가 감소되었는데, 유행을 마치고 나서는 저 왕사성 기사굴산으로 돌아와서 옷과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은 뒤에 존자 마하가섭의 처소에 와서 존자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마하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리들은 왜 감소되었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저 남쪽의 산 마을에 갔었습니다.
제자 중에서 30여 명이 옛날에는 모두 동진(童眞)으로 출가한 사람들이었지만 도 닦는 것을 그만두고 환속했는데, 이 일로 인하여 무리들이 줄어들었습니다.”
마하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무슨 이유로 대중과 따로 먹는 것을 금하시고, 세 사람이 함께 한 곳에서 먹도록 하셨습니까?
그 뜻은 여러 사람들을 보호해서 줄어들지 않게 하심이며,
또 나쁜 욕심이 많은 비구들을 억제하기 위함이며,
사람들이 권속을 많이 두는 것을 없애기 위함이며,
승려라는 명칭을 지니고도 구하는 바가 많아서 여러 집에 손해를 끼치거나 승단을 파괴하여 두 조각 내게 하는 것을 끊기 위함이며,
법다운 비구들이 의복ㆍ음식의 공양을 얻지 못하는 걸 막기 위함이며,
법답지 못한 비구들이 좋은 공양을 많이 얻는 걸 막기 위함이며,
나쁜 욕심이 많은 비구가 공양을 얻고 나서도 청정하게 수행하는 이와 다투고 송사하는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흉년이 들었을 때 저 새로 배우는 젊은 비구를 데리고 다녔습니까?
그 비구들은 즐기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음식을 탐내고 즐기며, 모든 감관이 흔들리고 산란해서 위의가 없고, 잠자기만을 탐내서 싫어할 줄을 모르고, 초저녁과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닦거나 경전을 외우고 읽지 않는 자들인데,
어찌하여 그러한 무리들과 유행하면서 저 남쪽 산 마을까지 갔으며, 그곳에 도달하자 옛날에 동진 출가한 30여 명이 도 닦는 것을 그만두고 환속하게 하였습니까?
그대는 지금 대중들을 파괴했으니, 지혜가 없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나이가 늙었는데, 어찌하여 어린아이 같다고 하십니까?”
가섭이 또 말하였다.
“내가 까닭 없이 그대를 어린아이라고 일컫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흉년이 든 세상이라서 구걸하기도 어려운데, 그대는 어찌하여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유행하면서 저 남쪽 산 마을까지 갔느냐는 말입니다.
그대의 제자들 중에는 젊은이가 많아서 즐기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음식을 탐하고 즐기며, 모든 감관이 흔들리고 산란해서 위의가 없으며, 잠자기를 탐내서 싫어할 줄을 모르고, 초저녁이나 새벽에 부지런히 도를 닦거나 경전을 외우고 읽지 않는 자들인데, 30여 명이나 도 닦는 것을 그만두고 환속하게 하였으니,
그와 같은 소행이 어찌 저 어린아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그때 제사난타(帝舍難陀) 비구니가 마하가섭이 존자 아난 비구를 어린 아이처럼 행동했다고 꾸짖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괴로워하면서 즉시 거친 말을 하였다.
“이 마하가섭은 본시 외도인데, 지금 어찌하여 아난 비제혜모니(比提醯牟尼)를 어린아이의 행동을 했다고 헐뜯고 꾸짖는가?”
가섭은 청정한 하늘 귀로 이 비구니가 거친 말을 하면서 자기를 헐뜯고 꾸짖는 것을 들었다.
가섭은 즉시 아난에게 말하였다.
“제사난타 비구니가 마음속으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마하가섭은 본래 외도의 스승인데, 어찌하여 존자 아난 비제혜모니에게 어린아이의 행동을 했다고 헐뜯고 꾸짖는가?’라고 나쁜 말을 하였다.”
아난이 즉시 가섭에게 말하였다.
“이 비구니는 어리고 지혜가 없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으니, 원컨대 대덕께서는 그의 참회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마하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나는 출가할 때,
‘세간에 만약 아라한이 있으면 나는 마땅히 귀의하리라’라고 다짐과 맹서를 하였으며,
출가한 후 지금까지 딴 생각이 없이 오직 여래ㆍ위없는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 의지하였습니다.
내가 아직 속세에서 출가하지 못했을 때, 세간에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과 고뇌와 뭇 고통이 모여 있으며, 그와 같은 일들이 다투어 핍박하고 괴롭히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집에 있기가 곤란하여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싫어하고, 출가하는 이의 법을 좋아해서 능히 티끌과 때[垢]를 여의었는데,
집에 있는 것을 이렇게 관찰하였습니다.
‘온갖 일들에 시끄럽게 얽히는 것이 마치 긁고 당기는 가시 숲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당기고 베고 찌르면서 몸과 의복을 헐고 손상하게 하여 벗어나기가 어렵구나.
그리고 집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서 애욕의 진흙강에 빠져서 청정한 범행을 닦을 수 없구나.’
결국 밤낮으로 생각한 끝에 어느 한 법도 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의를 입는 것보다 낫지 못하다고 보고서 집안의 살림살이를 버리고 믿는 마음에서 출가하기로 하였습니다.
출가할 때에 집에 있는 최하의 의복을 고르다가 떨어진 옷 하나를 얻었는데, 그 가치를 마치 10만 냥의 금처럼 여겨서 즉시 그것으로 승가리(僧伽梨)를 만들었으며,
그전에 하던 일을 모두 다 버리고 권속과 친척도 다 떠나 버린 뒤에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상에 만일 아라한이 있으면, 나는 마땅히 그에게 귀의하여 그를 따라 출가하리라.’
때마침 저 왕사(王舍)의 큰 성 안에 라라건타(羅羅健陀)가 있었고, 라라건타의 중간에는 다자탑(多子塔)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그곳에서 세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때 단엄하고 수승하고 미묘하며,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었으며, 마음과 뜻이 담박하여 위없이 조복된 마음을 얻으시고, 상호(相互)와 광명의 찬란함이 순금으로 된 누각과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세존을 보자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하면서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옛날에 출세(出世)의 스승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 본 이분이야말로 참으로 나의 바가바(婆伽婆)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이시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전일한 생각으로 부처님을 관찰하면서 의복을 다시 정돈하여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부처님은 바로 저의 세존이시며, 저는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이렇게 세 번 말했더니,
부처님께서도
‘그렇다, 가섭이여. 나는 그대의 세존이요, 그대는 나의 제자이니라.’라고 세 번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어떤 성문 제자라도 지극한 마음이 없으면 실은 세존이 아니면서 세존이라고 말한 것이며,
실은 아라한이 아니면서 아라한이라고 말한 것이며,
일체지(一切智)가 아니면서 일체지라고 말한 것이니,
그와 같은 사람은 머리가 마땅히 일곱 조각으로 파괴되리라.
나는 오늘날 실제로 아는 이고 실제로 보는 이며, 실제로 아라한이라서 아라한이라고 말한 것이며, 실제로 등정각(等正覺)이라서 등정각이라고 말한 것이다.
내가 연설한 법은 실제로 인연이 있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며,
법의 요체를 설한 것이 실제로 타고 나감이 있는 것이지 타고 나감이 없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대치하는 법이 있지 대치하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정진함이 있지 정진함이 없는 것이 아니며,
능히 번뇌와 결박을 끊는 것이지, 번뇌와 결박을 끊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가섭이여! 그대는 지금 반드시 배워야 하나니,
갖가지 착한 법을 들은 것을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녀서 잊지 말아야 하며,
존중하고 마음에 새겨서 산란한 마음을 버려야 하고,
마땅히 뜻을 전일하게 해서 다섯 쌓임[受陰]의 늘고 줆을 관찰해야 하며,
항상 저 6입(入)에서 생기고 없어지는 허망한 마음을 관찰해야 하며,
4념처(念處) 속에 머물고, 7각의(覺意)를 닦아서 더욱 광대해져야 하며,
8해탈(解脫)을 증득하여 정념(正念)이 몸을 따르면서 함부로 방일하지 않게 하며,
남부끄러움과 제 부끄러움을 자라나게 해야 한다.’
이처럼 여래께서는 나를 위하여 가지가지로 법의 요체를 분별하여 보여 주시며, 가르쳐 주시며, 이롭게 하시며, 기쁘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때 부처님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언제나 이러한 생각을 여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앉으시면, 나는 반드시 황금 10만 냥의 가치가 있는 이 승가리를 여래에게 깔아 드려야겠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는 길을 가시다가 멈추셨습니다.
나는 빨리 옷을 접어서 앉으실 곳에 깔아 놓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부디 이 자리에 앉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그 위에 앉으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옷은 가볍고 부드럽구나.’
제가 부처님께
‘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 옷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그대는 나의 상나(商那) 누더기 옷을 받겠는가?’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즉시
‘받겠습니다’ 하였더니,
여래께서는 곧 제가 입던 큰 옷을 받으셨고,
나 역시 부처님 손으로부터 이 상나 누더기 옷을 받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옷을 나에게 주신 후 곧 일어나서 떠나셨으며,
나도 부처님의 뒤를 따라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한 뒤에 곧 내가 있던 곳으로 왔습니다.
나는 8일 동안 3과(果)를 배워서 얻었으며, 제9일째에 온갖 번뇌를 다 없애고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아난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바르고 진실하게 말한다면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부처님의 맏아들이고,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으로부터 화생(化生)하고, 불법을 지닌 집으로서 선정과 해탈과 모든 삼매의 문에서 걸림 없이 출입한다.’
비유컨대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맏아들이 왕위를 받기 전에 5욕으로 마음껏 즐기듯이,
나 또한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맏아들이고,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으로부터 나오고,
불법을 지닌 집으로서 선정과 해탈과 모든 삼매의 문에서 걸림 없이 출입합니다.
전륜성왕이 가진 코끼리는 매우 거대합니다.
하나의 다라수(多羅樹) 잎으로 그 코끼리의 몸을 덮어서 코끼리의 몸이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난이 곧 대답하였다.
“그와 같은 나뭇잎으로는 저 큰 코끼리의 몸을 다 덮을 수 없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 코끼리를 다 덮기는 오히려 쉽거니와, 누구라도 나의 6신통을 가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뜻대로 되는 신통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의혹을 갖는다면, 나는 그를 위하여 능히 그 이치를 모두 연설함으로써 하늘 귀의 신통과 남의 마음을 아는 신통과 전생 일을 아는 신통과 나고 죽음을 아는 신통과 번뇌가 다한 신통을 분명히 알게 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신통에 대하여 의혹을 품는다면, 마찬가지로 나는 그를 위하여 그 이치를 잘 연설해서 분명히 알게 하겠습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존자님을 공경해서 마음에 깨끗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두 존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는 기뻐하며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