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의 망상
미국에서 소규모 사업이 5년 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약 35퍼센트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 통계가 자기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문조사 결과, 미국 사업가들은 자기 업계의 전망을 좋게 보는 성향이 있어서,
"동종 업계 모든 사업"의 성공률을 묻는 질문에 평균 60퍼센트라고 대답했다.
실제 확률의 거의 두 배다. 자기가 시작한 벤처 사업의 승산을 평가할 때 편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들의 무려 81퍼센트가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10 만점에 7점 이상으로 생각했고,
33퍼센트는 실패 확률이 제로라고 대답했다.
이런 식의 편향은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에 이탈리아 식당을 개업한 사람을 인터뷰한다면,
성공 가능성이나 자신의 운영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궁금증이 들어야 한다. 식당 주인이 실제확률을 알아보려고 애썼더라면,
그래도 여전히 그 사업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을까?
다시 말해(새로 문을 연 식당의 60퍼센트가 3년이 지나 문들 닫는다는) 실제 확률은 알았다면
그 확률에 주목했을까?
그는 아마도 그런 외부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낙관적 기질의 장점 하나는 장애물을 만나도 하던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인내에는 대가가 따를 수 있다.
토머스 아스테브로(Thomas Astebro)의 인상적인 연구 시리즈는
낙관주의자들이 안 좋은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주목했다.
그는 캐나다 단체인 '발명가 지원 프로그램(Inventor's Assistance Program)'의 자료를 이용했다.
발명가에게 약간의 수수로를 받고 그들 아이디어의 상업적 전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들은 각 발명품을 사람들의 욕구, 생산비, 예상되는 수요 추세 등 37개 기준에서 면밀히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평가자들은 각 항목에 점수를 매긴 뒤 이를 요약해 A,B,C 등으로 나타내는데, D나 E는 실패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이들이 검토하는 발명품은 70퍼센트 이상이 실패 예상 통보를 받는다.
이 확률은 놀랍도록 정확해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은 411개 발명품 가운데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고작 다섯 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다.
실패가 빤히 예상되는 점수를 받는 발명가 중에 약 절반은 개발을 포기했다.
그런데 47퍼센트는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도 개발을 지속했고,
끈질긴(또는 고집 센)이들은 처음 손실이 평균 두 배로 불어난 뒤에야 사업에서 손을 뗐다.
비관적 조언을 받고도 일을 계속 추진한 경우는
낙관적 성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발명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흔히 나타났다.
그리고 발명가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낙관주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사적인 발명에서 나오는 수익은 "사모펀드와 고위험 증권에서 나오는 수익보다 낮았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자영업에서 얻는 이익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그래서 좋은 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로 자기 사업을 하기보다
그 기술을 다른 업체에 팔 때 평군적으로 이익이 더 높다.
이런 사실로 볼 때, 낙관주의는 널리 퍼져 있고, 완고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대부분의 바람직한 특징에서
대부분의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더 우수하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실에서 사람들은이 믿음에 선뜻 작은 액수의 내기를 걸기도 한다.
이런 우월감 확신은 시장에서 당연히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대규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회사 자산을 그곳 소유주보다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기초해, 더러 값비싼 합병과 인수에 엄청난 베팅을 한다.
이때 주식시장은 다른 회사를 사들인 매수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공통된 반응을 보인다.
대기업 통합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잘못된 인수는이제까지 '자만 가설'로 설명되었다.
매수 기업의 경영진은 그들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유능하지 않다는 가설이다.
경제학자 울리크 맬멘디어(Ulnikd Malmesdier)와 제프리 테이트(Geoffrey Tate)는
최고경영자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회사 주식의 양으로 낙관적인 경영자들을 가려냈고,
대단히 낙관적인 지도자는 과도한 위험부담을 떠안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주식을 발행하기보다 빚을 떠안았고,
"매입 대상 기업에 돈을 너무 많이 지불하고, 기업 가치를 파괴하는 합병을 감행"할 공산이 남보다 크다.
맬멘디어와 테이트가 측정한 결과, 놀랍게도 최고경영자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합병에서 매수 기업의 주가는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
주식시장은 자신감이 지나친 최고경영자를 식별하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이 결과는 비록 최고 경영자에게 유죄판결을내린다 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가지 혐의를 벗겨주는 셈이다.
즉 기업 지도자가 건전하지 않은 베팅을 하는 이유는 남의 돈으로 베팅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개인적 위험이 클 때 큰 위험 부담을 떠안는다.
자신감이 지나친 최고 경영자가 초래하는 피해는 언론이 그들을 유명인으로 떠받을어줄 때 더 심각해진다.
이는 유명 언론이 최고경영자엑 상을 주면 주주가 손해를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맬멘디어와 테이트는 이렇게 쓴다.
"최고경영자가 상을 받으면 그 기업은 주가와 경영 실적이 모두 떨어진다.
동시에, 최고경영자는 보수가 올라갈 뿐 아니라 책을 쓰거나 다른 기업에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등
대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며, 인위적인 이익 조정에 관여하기 쉽다."
여러 해 전에, 아내와 함께 밴쿠버아일랜드로 휴가를 떠나 숙소를 찾던 중에
숲 한가운데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길가에 있는 멋지지만 방치된 듯한 모텔을 발견했다.
주인은 매력적인 젊은 부부였고, 묻지도 않은 자기들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두 사람은 앨버타에서 학교 선생을 하다가 삶을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돈으로,
지어진 지 10년이 넘을 이 모텔을 사들었다.
이들은 "예전 주인 예닐곱 명이 성공하지 못해서" 모텔을 싸게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고 당당하게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대출을 받아 옆에 식당을 지어 건물을 더 돋보이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예닐곱 명이 실패한 곳에서 서공을 예상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대담함과 낙관주의는 모텔 소유주부터 슈퍼스타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사업하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분모다.
위험을 감수한 사람 대부분은 끝내 실망스러운 결과를 맛볼지언정,
사업가들이 낙관적 시각으로 위험을 감수한 덕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런던 경제대학의 마르타코엘료(Marrta Coelho)는
소규모 사업 창업자들이 필시 실패로 끝날 결정을 내리고
정부에 그 결정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어려운 정책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수년 내에 파산할 게 뻔한 미래의 사업가를 지원해줘야 하는가?
행동 경제학자 다수가 '자유지상주의적 온정주의(libertarian paternalism)' 방식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저축하도록 내버려두기보다 저축을 좀 더 많이 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소규모 사업을 지원해야 하는 지,
지원한다면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이렇다 할 만족스러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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