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에 나타난 것들 / 이서화

[淸掃 안미숙]

그 방에 잘 나타난 것들 / 이서화


어쩌다 그 방을 물려받게 되었을까
모란이 피는 문밖을 둔 방이 있다
구석이 많았던 엄마가
비스듬한 햇살로 들렀다 가는 방
그 방은 늘 왜? 라는 물음으로 살아가는 방이다

엄마는 내 것
왜 모두 내게 엄마를 밀쳐둘까
나 혼자 다 엄마를 가지라 한다
말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고
등을 깨우고 울음이 앞서간 시간
빈방이 많은데
엄마에게 들어가 자라고 할까

문열이, 너무 많은 모퉁이들이 묻어 있는 얼굴
엄마라는 방

모란이 피고 지는 일을 열고 닫던 방
그 방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 방과 꼭 닮은 또 다른 방이었지만
모란이 핀 십자수 횟대보가 쳐져 있었다
활짝 문 열린 채로
온갖 몽상이 경계도 없이 섞이는
우리는 서로 닮은 방이다